애덤 파월 첫 개인전 'The DESERT is a CIRCLE', 관찰과 연출 사이에서 달라진 인물사진
확대된 눈과 상하 반전 구도, 사진의 방향과 신체 비례를 바꾼 현대사진의 구성
[KtN 임민정기자]작은 원형 거울 안에 파란 눈 하나가 크게 담겼다. 눈썹과 눈 주변의 피부가 거울을 가득 채우고, 오른쪽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남성의 옆머리와 귀가 보인다. 실제 인물의 얼굴보다 거울 속 눈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어두운 배경과 밝게 드러난 눈이 대비를 이루면서 평범한 거울이 낯선 초상사진의 일부가 됐다.
사진가 애덤 파월(Adam Powell)은 미국 서부를 여행하며 촬영한 인물과 풍경을 첫 개인전 'The DESERT is a CIRCLE'에서 선보인다. 오는 11월 14일부터 2027년 1월 11일까지 일본 도쿄의 DIESEL ART GALLERY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사막과 고속도로, 모텔을 비롯해 작가 자신이 등장하는 자화상도 포함된다.
영국 에식스 출신인 파월은 뉴욕을 기반으로 음악과 패션, 현대문화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개인 작업에서는 거리와 일상에서 발견한 대상을 촬영하는 한편 인물과 사물을 직접 배치해 사진을 구성해 왔다. 실제 장소에서 발견한 풍경과 촬영을 위해 연출한 구도가 함께 등장하는 작업이다.
거울을 이용한 인물사진에서는 신체의 일부를 확대해 얼굴의 일반적인 비례를 바꿨다. 사막에서 촬영한 인물사진에는 상하 반전된 신체 이미지를 결합했다. 두 작품 모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을 담았지만 촬영 위치와 이미지의 배치가 달라지면서 현실에서 경험하는 공간과 차이가 생긴다.
원형 거울은 어두운 배경 가운데 놓여 있다. 은색 테두리 안에는 파란 눈동자와 흰자위, 눈썹이 크게 드러난다. 눈 주변의 피부와 미세한 주름도 비교적 선명하다. 거울 오른쪽에 있는 인물은 뒷머리와 귀, 얼굴 일부만 드러낸 채 거울을 향해 서 있다.
일반적인 초상사진은 눈과 코, 입의 위치를 함께 담아 얼굴의 전체적인 형태를 드러낸다. 파월은 눈 하나를 크게 확대하고 나머지 부분을 거의 가렸다.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줄었지만 눈의 형태와 시선은 더욱 두드러진다.
거울을 바라보는 남성과 거울 속 눈의 방향에도 차이가 있다. 남성은 옆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하나의 사진 안에 서로 다른 방향의 시선이 놓이면서 인물을 옆에서 바라보는 위치와 정면에서 바라보는 위치가 함께 형성된다.
원형 거울은 직사각형 사진의 내부에 또 하나의 구획을 만든다. 거울 밖에서는 인물의 머리와 신체 일부가 보이고, 거울 안에는 눈만 남는다. 작은 반사 영역이 얼굴의 일부를 확대하면서 인물의 전체 모습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거울은 오래전부터 회화와 사진에서 활용돼 온 소재다. 자화상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도구로 사용됐고, 인물사진에서는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신체의 다른 부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공간과 거울 속 공간을 한 작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구도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파월은 거울의 반사 기능을 이용하면서도 인물의 얼굴 전체를 담지 않았다. 둥근 테두리 안에 눈 하나만 크게 놓이도록 구성해 신체의 일부가 독립된 이미지처럼 나타나게 했다. 인물의 표정보다 눈의 크기와 거울의 형태, 얼굴이 놓인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현대사진에서는 인물의 실제 모습을 기록하는 초상사진과 촬영자가 상황을 구성하는 연출 사진이 함께 발전해 왔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자신이 여러 인물로 분장해 등장하는 사진으로 정체성과 이미지의 관계를 다뤘다. 연출한 의상과 자세, 배경을 통해 인물의 외형이 사진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방식을 탐구한 작업이다.
파월은 거울과 사진의 방향, 인물이 놓인 위치를 바꾸는 데 집중한다. 특별한 의상이나 분장 없이도 신체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거꾸로 배치하면 인물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사람을 촬영하는 위치와 방법 자체가 작품의 구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마른 풀이 드문드문 자란 땅 위에 한 인물이 서 있다. 밝은 민소매 상의와 어두운 바지를 입고 두 팔을 아래로 내린 자세다. 뒤쪽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아래쪽에는 또 다른 신체 이미지가 거꾸로 놓였다. 두 이미지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땅과 하늘의 위치도 뒤바뀐다.
위쪽 인물은 평범하게 서 있다. 발은 지면에 닿아 있고 몸은 수직으로 곧게 뻗었다. 아래쪽의 신체는 머리가 땅을 향하는 형태로 배치됐다. 같은 사진 안에서 익숙한 신체 방향과 반전된 방향이 함께 나타난다.
하늘과 지면의 관계도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풍경사진에서는 하늘이 위에, 땅이 아래에 놓인다. 파월은 서로 다른 방향의 신체 이미지를 한곳에 배치하면서 사진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꿨다. 하나의 인물이 서 있는 풍경으로 시작하지만 아래쪽에 뒤집힌 신체가 놓이면서 공간의 연속성이 달라진다.
황량한 지형은 인물의 자세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주변에 건물이나 복잡한 시설이 거의 없고 인물의 신체와 수평선이 주요 형태로 남아 있다. 넓은 공간에 작은 인물을 배치해 사막의 규모를 강조하는 일반적인 풍경사진과 달리 신체의 방향을 바꾸는 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거울 속의 눈과 뒤집힌 인물에는 신체를 분리해 바라보는 방식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눈은 얼굴의 다른 부분과 떨어져 크게 드러나고, 인물의 신체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됐다. 신체를 실제 비례와 방향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익숙한 초상의 형태가 달라진다.
작가가 촬영 대상 안으로 들어가는 자화상은 이번 전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파월은 자신이 찾아간 장소와 상황에 직접 등장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사막을 기록하는 사진가가 때로는 그곳에 서 있는 인물이 되면서 주변 풍경과 신체의 관계를 함께 다룬다.
자화상은 반드시 얼굴을 뚜렷하게 드러내야 성립하는 장르는 아니다. 작가의 신체 일부나 그림자, 반사된 모습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인물이 놓인 공간과 자세, 촬영 방식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방법도 달라진다.
파월의 작업에서는 인물의 외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보다 인물이 장소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사막에 서 있는 신체는 넓은 풍경 속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거꾸로 배치되면서 공간 전체의 방향을 바꾼다. 거울 속의 눈은 실제 얼굴보다 크게 나타나지만 인물의 나머지 모습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사진이 현실을 기록한다는 믿음은 디지털 편집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방식으로 논의돼 왔다. 사진가는 촬영 대상을 선택하고 카메라의 위치를 정하며, 조명과 인물의 자세를 조절할 수 있다. 같은 인물과 장소도 촬영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
최근의 사진 전시에서도 기록과 연출을 함께 사용하는 작업은 낯설지 않다. 실제 장소와 사람을 촬영하면서 반사와 중첩, 상하 반전 같은 구성을 활용해 사진 속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파월의 작품은 거울과 신체, 사막의 지형을 이용해 이러한 표현을 이어간다.
'The DESERT is a CIRCLE'에는 사막과 도로, 모텔의 풍경뿐 아니라 작가 자신이 등장하는 사진도 포함된다. 거울에 확대된 눈과 뒤집힌 인물은 평범한 신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한 작품이다. 실제 사람과 장소를 촬영하면서도 크기와 방향을 달리해 낯선 공간을 구성한 파월의 개인 작업은 11월 14일 도쿄에서 처음으로 한 전시에 모인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