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바꾼 스타의 소비 방식과 생성형 AI가 만드는 새로운 배우…인간의 얼굴과 연기, 이미지의 소유를 둘러싼 영화산업의 변화
[KtN 윤상길주필]“섹스 심볼은 하나의 물건이 된다. 나는 물건이 되는 게 싫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1962년 미국 시사주간지 '라이프(Life)'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세계적인 스타였던 먼로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면서도 배우로서 인정받는 데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리우드는 금발과 붉은 입술, 관능적인 목소리를 내세워 먼로를 시대의 섹스 심볼로 만들었다. 먼로는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배우로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기를 원했다.
1926년 6월 1일 태어난 먼로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1962년 36세로 생을 마감했지만 얼굴과 목소리, 몸짓은 사진과 영화를 넘어 광고와 미술, 대중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2024년에는 먼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한 대화형 AI 캐릭터까지 등장했다. 생전에 녹음한 적 없는 새로운 대화를 먼로의 모습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때 배우의 아름다움을 이미지로 소비했던 영화산업은 이제 실존하지 않는 인물에게 얼굴과 목소리를 부여하고 연기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먼로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1955년 개봉한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의 영화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서 나왔다. 뉴욕의 지하철 환풍구 위에 선 먼로의 하얀 드레스가 바람에 솟아오른다. 먼로는 웃으며 치맛자락을 붙잡고 몸을 움츠린다. 1954년 뉴욕에서 진행된 촬영은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환풍구 위에 선 금발 여성의 모습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흰 드레스와 웃음이 오래 기억되는 동안 영화 속 인물의 성격과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먼로가 짧은 동작 안에서 보여준 표정의 변화와 몸의 움직임은 코미디 연기의 일부였지만 사진과 포스터에서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부각됐다. 배우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몸짓이 작품을 떠나 독립적인 이미지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1953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Gentlemen Prefer Blondes)'에서 먼로가 연기한 로렐라이 리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어리숙한 금발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이용한 인물이다. 그러나 로렐라이는 결혼과 경제적 안정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계산하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먼로는 순진한 표정과 과장된 말투를 통해 인물의 희극성을 살리는 동시에 로렐라이가 주변 남성들의 기대를 이용하는 모습도 표현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부른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는 유명한 공연으로 남았지만, 당시 여성의 아름다움과 돈, 결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비트는 코미디이기도 했다.
먼로의 관능적인 이미지는 영화사의 홍보와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유용했지만 배역의 폭을 좁히는 결과도 낳았다. 20세기폭스가 배정한 역할에 불만을 품었던 먼로는 1950년대 중반 뉴욕으로 떠나 연기를 공부했다.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와 폴라 스트라스버그(Paula Strasberg)의 지도를 받았으며, 사진가 밀턴 그린(Milton Greene)과 함께 마릴린 먼로 프로덕션스를 설립했다. 영화사가 정해준 배역을 연기하는 스타에서 작품 선택과 제작에 참여하는 배우로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였다.
1956년 '버스 정류장(Bus Stop)'에서 맡은 셰리는 먼로가 추구했던 변화를 잘 드러낸다. 화려한 스타의 모습을 벗고 무명 가수의 초라한 현실과 불안한 감정을 표현했다. 먼로는 인물의 처지를 살리기 위해 의상과 메이크업, 머리색까지 조정했다. 1961년 존 휴스턴(John Huston) 감독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The Misfits)'에서는 고독과 상처, 타인에 대한 연민을 지닌 로슬린을 연기했다. 먼로에게 연기는 외모로 얻은 명성을 유지하는 일인 동시에 대중이 알고 있는 마릴린 먼로와 다른 인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같은 얼굴이 영화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같은 목소리가 기쁨과 절망을 표현한다. 배우가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배역을 해석하면 관객은 실존 인물을 바라보면서도 허구의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먼로의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에도 배우가 직접 만들어낸 표정과 몸짓, 관객에게 전달된 감정이 함께 놓여 있다.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은 일찍부터 배우의 얼굴을 작품과 분리해 상품으로 유통했다. 영화 포스터와 잡지 표지, 광고사진에 등장하는 스타는 특정 작품의 등장인물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대중문화 상품이었다. 관객은 출연작을 모두 보지 않아도 배우의 얼굴을 알 수 있었고, 영화사는 스타가 지닌 매력을 다음 작품의 흥행에 활용했다. 먼로의 하얀 드레스 사진이 영화 전체보다 널리 알려진 현상도 당시 이미지 산업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스마트폰과 숏폼 플랫폼의 확산은 오랫동안 이어진 스타 이미지의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일부를 잘라낸 짧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유통되면서 배우의 얼굴과 표정, 목소리가 원래 작품과 별개로 소비되는 일이 흔해졌다. 긴 이야기 속에서 형성된 감정의 일부가 몇 초짜리 영상으로 편집되고, 특정 대사와 몸짓이 새로운 음악과 자막을 만나 반복적으로 확산된다.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지 않은 사람도 짧은 영상을 통해 배우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1950년대에는 영화사와 사진가, 잡지 편집자가 스타의 이미지를 선택하고 유통했다. 오늘날에는 플랫폼 이용자가 직접 장면을 편집하고 공유하며, 추천 알고리즘이 시청 반응에 따라 영상의 노출을 확대한다. 배우의 외모와 연기는 영화사만의 관리 영역을 벗어나 수많은 이용자가 재구성하는 이미지가 됐다. 아름다운 얼굴과 인상적인 표정, 짧은 대사는 작품의 서사에서 분리된 뒤에도 독립적인 문화상품으로 살아남는다.
숏폼이 영화의 모든 표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서도 인물의 복잡한 감정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의 경쟁이 시청자의 관심을 빠르게 붙잡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짧은 영상에 맞춘 제작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세로형 숏드라마는 배신과 복수, 사랑과 갈등, 신분의 반전처럼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향이 강하다. 회차마다 갈등을 고조시키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는 구성이 반복된다.
인물의 감정이 서서히 변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쌓기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성격과 관계를 전달해야 하는 제작 환경이다. 배우의 연기도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표현을 요구받을 수 있다. 뚜렷한 표정과 알아보기 쉬운 감정, 즉각적인 반응이 중요해지는 제작 방식은 영상 생성 기술과 결합할 여지가 크다. 등장인물의 외모와 동작, 목소리를 필요에 맞춰 제작하고 수정할 수 있다면 짧은 회차를 빠르게 공급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2026년 중국의 마이크로드라마 산업에서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국 국가광전총국이 지난 9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에 공개된 마이크로드라마는 약 43만 편이었다. 전년도 연간 공개 작품 수의 13배에 달했고, AI 드라마로 분류된 작품이 90%를 넘었다. AI를 제작에 활용하는 방식도 대본 작성과 시각효과 제작에서 인물과 영상 자체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배우와 촬영 현장 없이 인물과 영상을 생성하는 제작 방식도 실제 방송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 31일 중국 후난위성TV와 망고TV에서는 생성형 AI로 제작한 '후서유기'가 방송을 시작했다.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첫 시즌은 40분 분량의 30부작으로 기획됐다. AI 영상 제작이 짧은 세로형 콘텐츠를 넘어 기존 TV 드라마의 길이와 형식으로 확장된 것이다.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이야기의 설정과 대본을 만들고 등장인물의 외모, 의상, 배경을 제작한 뒤 영상과 목소리를 결합할 수 있다. 제작자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면을 수정하고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다시 생성한다. 대본 작성과 연출, 편집, 최종 선택에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실제 배우가 배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제작 조건은 달라졌다.
AI가 만들어내는 인물은 제작자가 원하는 나이와 외모를 유지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머리색과 체형을 바꾸고, 서로 다른 언어로 대사를 말하게 하며, 수많은 장면을 새롭게 제작할 수도 있다. 배우가 나이를 먹거나 촬영 도중 피로를 느끼는 문제도 디지털 캐릭터에게는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인간의 신체적 조건을 고려해 촬영 일정을 정하고 장면을 조정하던 제작 방식과는 다른 환경이 열리고 있다.
2025년 공개된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영국의 제작사 파티클6(Particle6)가 개발한 틸리 노우드는 갈색 머리와 자연스러운 표정, 목소리를 지닌 AI 캐릭터다. 지난해 9월 할리우드 배우노조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AI로 생성된 인물을 배우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됐다.
틸리 노우드는 지난 10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광고주협회 행사에도 등장했다. 기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농담을 건넸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제작자가 설정한 성격과 생성형 AI의 응답 능력이 결합하면서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수준을 넘어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인물처럼 활동했다. 배우가 영화와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넘어 인터뷰와 행사에 참석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던 영역까지 AI 캐릭터가 진입하고 있다.
틸리 노우드의 등장은 영화 속 가상 인물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애니메이션과 인형극,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한 캐릭터는 오래전부터 관객의 감정을 움직였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에게 사랑과 슬픔을 느끼는 일은 영화 관객에게 낯선 경험이 아니다. 생성형 AI가 바꾼 것은 인물의 존재 여부만이 아니라 제작 방식과 활동 범위다. 필요한 외모와 행동, 목소리를 생성하고 관객과 대화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영화와 사진이 인간을 재현해 온 역사에서 원본의 존재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1980년 출간한 '밝은 방(Camera Lucida)'에서 사진을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대상의 흔적으로 이해했다. 사진 속 인물이 지금은 세상을 떠났더라도 촬영 당시에는 카메라 앞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사진의 고유한 성격을 이룬다.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을 설명하며 사용한 '그것은 존재했음'이라는 개념이다.
마릴린 먼로의 사진과 영화에는 배우가 실제로 살아 있던 시간이 남아 있다. 하얀 드레스가 날리던 순간에도, '버스 정류장'에서 셰리의 불안을 표현하던 순간에도 카메라 앞에는 먼로가 있었다. 배우의 외모는 사진과 필름을 통해 반복적으로 복제됐지만 원래의 동작과 표정은 실제 인간이 수행한 연기였다.
AI가 만들어낸 배우의 얼굴에는 반드시 그러한 과거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관객이 보는 인물과 똑같은 사람이 어느 촬영 현장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닐 수 있다. 생성된 얼굴은 실존 배우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영상 속 동작과 대사가 실제 인물의 촬영 기록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진과 영화가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의 모습을 보존했다면 생성형 AI는 현실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행동을 사실적인 영상으로 구현한다.
1930년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논의한 예술과 복제의 관계도 새로운 조건을 맞았다. 벤야민은 사진과 영화의 등장으로 예술작품이 지닌 고유한 현존의 의미가 달라지고 복제 기술이 예술을 감상하는 방식을 바꾼다고 분석했다. 영화는 배우의 연기를 촬영하고 편집해 원래의 시간과 장소에서 분리했으며, 관객은 복제된 영상을 통해 공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생성형 AI는 과거에 촬영된 연기를 반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존재하지 않았던 배우의 행동까지 만들어낸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원본이 없어도 새로운 영화적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술복제가 배우의 연기를 여러 장소로 옮겼다면 생성형 AI는 인간의 연기 행위가 없는 곳에서도 배우를 닮은 표현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관객이 느끼는 감동을 실제 배우의 감정 경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인간 배우 역시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연출과 기술을 통해 표현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배우가 실제로 슬퍼하지 않더라도 슬픈 연기에 감동할 수 있다. AI 캐릭터가 표현한 감정도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표현의 설득력과 그 표현을 만들어낸 존재의 성격은 구별해서 살펴야 한다.
인간 배우는 자신의 몸과 목소리를 이용해 배역을 해석하고 다른 배우와 호흡한다. 나이와 경험에 따라 연기 방식도 바뀐다. 상대의 반응을 받아들이고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장면을 수정하는 과정에는 배우 자신의 판단이 들어간다. AI 캐릭터는 생성 모델과 학습 데이터, 제작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행동을 구현한다. 완성된 영상에서 두 인물의 표현이 비슷하게 전달되더라도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와 권리관계는 다르다.
먼로가 생전에 배우로서 인정받기를 원했던 이유도 외모를 넘어 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사의 요구에 맞춰 아름다운 금발 여성으로 출연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 인물을 해석하는 일은 서로 다른 활동이었다. 먼로는 스타로 성공한 뒤에도 배역과 제작에 대한 권한을 넓히려 했고, 생애 마지막 시기까지 연기 공부를 계속했다.
AI 배우의 확산은 인간 배우의 선택권을 더욱 구체적인 권리의 문제로 만들고 있다. 실존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디지털로 복제하면 본인이 직접 촬영하지 않은 장면에도 등장시킬 수 있다. 어떤 작품에 출연할 것인지, 어떤 행동을 연기할 것인지에 관한 배우의 판단이 디지털 복제물의 사용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신체 노출과 성적 표현처럼 배우의 동의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복제물의 제작과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커졌다.
미국 배우노조 SAG-AFTRA는 지난 6월 4일 영화·TV 제작사들과 체결한 새로운 4년 계약을 조합원 투표로 승인했다. 찬성률은 91.42%였다. 7월 1일부터 2030년 6월 30일까지 적용되는 계약에는 배우의 디지털 복제물뿐 아니라 특정한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은 AI 합성 인물에 관한 규정도 포함됐다. 인간 배우의 연기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마련하고, 제작사가 인간이 맡을 역할에 합성 인물을 사용하려면 노조와 교섭하도록 했다. 배우의 디지털 복제물에 대한 동의와 보상, 보안 관련 보호도 강화됐다.
2024년 3월에는 먼로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재현한 '디지털 마릴린(Digital Marilyn)'이 공개됐다. AI 기술기업 소울 머신스(Soul Machines)는 먼로 관련 초상 사용 권리를 관리하는 어센틱 브랜즈 그룹(Authentic Brands Group)과 협력해 대화형 캐릭터를 개발했다. 디지털 마릴린은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먼로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를 모방한다. 1962년 세상을 떠난 배우가 현재의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먼로가 생전에 출연한 영화를 다시 보는 일과 먼로의 외모를 재현한 AI 캐릭터가 새로운 대화를 생성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 영화에는 먼로가 선택하고 수행했던 연기가 남아 있다. 디지털 마릴린의 새로운 응답에는 현재의 기술과 제작자의 설계가 반영된다. 배우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게 되면서 이미지의 소유와 창작의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AI 기술은 스타의 외모와 젊음을 보존하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활동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 배우에게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디지털 캐릭터에서는 제작자가 조정할 수 있다. 먼로가 생전에 경험했던 배우로서의 성장과 신체적 변화, 배역을 둘러싼 갈등과 선택은 영화와 사진에 기록돼 있다. AI로 재현한 먼로의 외모에는 그러한 시간이 자동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인물을 닮은 이미지와 인물이 살아온 삶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6년 영상산업은 배우의 외모와 감정 표현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숏폼은 배우의 표정과 몸짓을 짧은 영상으로 유통시키고 있으며, 생성형 AI는 대본과 인물, 영상 제작에 필요한 여러 공정을 바꾸고 있다. 실존하지 않는 AI 캐릭터가 대중 앞에 등장하고, 죽은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새로운 콘텐츠에 활용되는 일도 현실이 됐다.
마릴린 먼로는 아름다운 얼굴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지만 생애의 상당 부분을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섹스 심볼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던 시절에도 연기를 공부하고 작품을 선택하며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만들어내려 했다. 먼로의 영화를 오늘날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유에는 필름에 보존된 아름다움뿐 아니라 배우가 직접 연기한 시간이 함께 존재한다.
2026년 중국은 AI 드라마의 급격한 확산에 대응해 실제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제작 지원과 AI 콘텐츠의 표시, 초상 이용에 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디지털 복제물과 AI 합성 인물의 사용 조건을 새로운 계약에 반영했다. 실존하는 배우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AI가 제공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활용하려는 산업의 움직임이다.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지 64년이 지난 지금, 배우의 얼굴은 생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복제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 기술은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지만, 자신이 맡을 배역을 선택하고 연기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을 표현하려 했던 먼로의 생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100년 전 태어난 배우가 남긴 영화와 오늘날 만들어지는 AI 배우 사이에는 인간이 실제로 살아온 시간과 창작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차이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