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꿈꾸던 22세 전수연 씨, 장기기증으로 8명에 생명 나눔
투병 중인 언니 챙기던 막내딸…심장·폐·간·신장·안구 기증
어머니 “가족의 버팀목이자 친구 같은 딸”…생명나눔 기억되길 바란 마음
[KtN 신미희기자] 간호사가 돼 아픈 사람을 돌보려던 전수연(22) 씨가 장기기증으로 8명에게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투병한 언니를 챙기고 가족을 먼저 생각했던 막내딸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전 씨가 올해 2월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했다고 5일 밝혔다.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전 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이르렀다.
부모는 평소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장기를 기증하자는 이야기를 나눠왔다. 딸과의 이별을 앞두고 상의 끝에 기증을 결정했다. 딸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계속 뛰고, 딸이 남긴 눈으로 누군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가족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 여겼다.
전 씨는 심장과 폐, 분할한 간, 양쪽 신장과 안구를 기증했다. 인체조직인 피부도 함께 나눴다.
가족이 기억하는 전 씨는 조용하고 속 깊은 딸이었다. 한 살 터울의 언니가 어린 시절부터 투병하면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양보했고,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어머니 정영순 씨는 “언니가 아프다 보니 수연이가 일찍 철이 들었다”며 “가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나에게는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딸이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손재주도 뛰어났다. 학창 시절 제빵을 배웠고 미용사 국가자격증도 취득했다. 이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돌봄의 일을 자신의 진로로 삼았다.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하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전 씨의 사연에는 장기기증뿐 아니라 가족이 생명나눔에 관해 평소 나눴던 대화도 담겨 있다. 부모가 서로 이야기해온 기증의 뜻은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가족은 딸을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누군가의 삶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랐다.
정 씨가 시간이 흐른 뒤 딸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한 것은 전 씨가 남긴 생명나눔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간호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돌보고 싶어 했던 꿈을 다 펼치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 8명에게 희망을 전했다”며 유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정 씨는 딸에게 가족 걱정을 내려놓고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하며 지내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수연아,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여기서 못 했던 것들 마음껏 펼치면서 행복하게 지내. 언니 걱정도, 엄마 아빠 걱정도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