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외교관 생활에서 발견한 환대와 공동체의 가치…허성용 대표의 탄자니아·세네갈 경험에서 시작된 민간교류, 2026년 한국과 아프리카의 새로운 만남으로
[KtN 박준식기자] "아빠는 파리에서 웨이터를 대하는 태도와 여기서 웨이터를 대하는 태도가 틀려."
세네갈의 한 식당에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건넨 말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근무하다 세네갈로 옮겨온 최동환 아프리카인사이트 이사장은 가족과 식사하던 중 아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됐다. 여러 나라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며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했지만, 일상적인 태도 속에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선입견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최동환 이사장은 K-trendy NEWS와의 인터뷰에서 주세네갈 대사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아들의 지적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파리와 세네갈에서 아버지가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차렸다. 최 이사장은 아들이 전해준 짧은 말에서 타인을 존중한다는 생각과 실제 행동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37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한 최 이사장은 2015년 공직을 마쳤다. 국가를 대표해 외국 정부와 협력하고 다양한 국제 현안을 다뤘던 외교관에게 세네갈에서의 생활은 공식적인 외교업무와 함께 현지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 세네갈로 향할 때는 경제적 어려움과 생활환경에 대한 생각이 앞섰다.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일상을 공유하자 사람들의 관계와 문화가 새롭게 다가왔다. 가족과 이웃 사이에서 이어지는 친밀함, 서로 나누려는 태도, 낯선 사람을 맞이하는 환대가 기억에 남았다.
최 이사장은 세네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인 진솔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여건과 별개로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생활의 가치가 있었고, 세네갈 주민들과의 만남은 자신이 익숙하게 생각했던 사회적 기준을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세네갈에는 환대를 뜻하는 '테랑가(Teranga)'라는 문화적 전통이 있다. 현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월로프어(Wolof)에서 비롯된 말로,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태도와 음식을 나누는 관습, 이웃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생활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다.
테랑가는 손님을 대접하는 예절에 머물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낯선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며, 일상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는 문화와 연결된다. 세네갈에서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큰 그릇에 담긴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식사문화와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관습에서도 환대의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
최 이사장이 기억하는 세네갈의 공동체문화 역시 오랜 생활 속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와 맞닿아 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조건을 알아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생활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임을 경험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문화와도 공통점을 느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고 이웃 사이에 음식을 나누며 가까운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살피던 기억이었다. 최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서도 공동체의 정서가 강하게 이어졌던 시절이 있었으며, 아프리카에서 경험한 환대의 문화가 그러한 가치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세네갈은 역사와 언어, 종교와 사회구조가 서로 다르다. 공동체의 문화 역시 각 나라와 지역의 생활환경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최 이사장이 경험한 친밀함은 세네갈의 구체적인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치이며, 서로 다른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인간적인 정서이기도 하다.
세네갈에서 얻은 경험은 외교관으로서의 경력을 마친 뒤에도 이어졌다.
최 이사장은 2015년 퇴직 이후 아프리카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를 만났다. 아프리카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연이 깊어졌다.
허성용 대표는 대학 시절 국제자원활동을 통해 아프리카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탄자니아에서 굿네이버스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며 주민들의 생활과 국제개발협력 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학업을 마친 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세네갈에서 2년간 근무했다.
탄자니아와 세네갈에서 보낸 시간은 허 대표가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경험이 됐다. 의료와 교육을 비롯한 생활 여건을 가까이에서 접했고, 지역 주민들과 생활하면서 국제협력에서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지닌 의미를 배웠다.
2013년 한국에 돌아온 허 대표는 아프리카인사이트를 설립했다. 아프리카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한국과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시민사회 활동의 출발이었다.
허 대표가 국제자원활동과 개발협력 현장에서 얻은 경험은 공직 생활을 마친 최 이사장의 생각과도 통했다. 아프리카의 문화와 사회를 직접 경험한 두 사람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가 국가와 기관 사이의 협력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최 이사장은 2017년 허 대표의 제안을 받아 아프리카인사이트에 참여했다. 2018년 단체가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민간교류를 지속할 조직적 기반도 마련됐다.
국가외교와 시민사회 활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국제관계를 형성한다. 국가 간 외교는 공식 협의와 협정, 제도적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킨다. 시민사회에서는 문화예술과 교육, 지역 공동체의 활동, 개인적인 교류를 통해 상대국의 사람들과 직접 관계를 맺는다.
외교관 시절 세네갈에서 주민들과 나눴던 대화와 일상적인 경험은 최 이사장에게 시민교류의 의미를 이해하는 바탕이 됐다. 아프리카인사이트에 참여한 뒤에도 사람을 직접 만나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최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한국과 아프리카가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에서 경제적 지원과 기술 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서로의 경험과 문화적 가치를 배우는 관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프리카 각국은 서로 다른 역사와 사회적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과 산업,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역시 산업화와 경제성장, 민주화와 정보기술의 발전을 경험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교류 범위를 넓혀 왔다.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는 일은 각국의 정책과 산업구조를 비교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와 문화가 형성된 역사적 조건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다.
아프리카인사이트가 세계시민교육을 주요 활동으로 추진해 온 배경에도 문화적 이해의 중요성이 자리한다. 허성용 대표는 학교와 시민단체 등에서 아프리카의 역사와 사회, 생활문화에 관한 교육을 진행해 왔다. 한국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함께 각국의 도시문화, 청년들의 생활, 현대사회의 변화를 소개하는 활동이다.
문화교류는 교육을 통해 얻은 이해를 실제 만남으로 넓히는 통로가 됐다.
2016년 시작된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은 아프리카인사이트의 대표적인 시민교류 행사로 발전했다. 음악과 춤, 음식과 패션, 미술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한국 시민들이 아프리카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 출신 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와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 제9회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에는 아프리카 17개국 대사관이 참여했다. 16개 국가 파빌리온을 포함해 40여 개 부스가 마련됐으며, 아프리카 출신 문화예술인과 한국 시민들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홈커밍(Homecoming)'을 주제로 열린 올해 축제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주민들의 참여가 강조됐다. 재한 아프리카 커뮤니티는 행사 준비와 공연, 부스 운영에 참여했고 시민들은 각국의 생활문화와 음식, 음악을 접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 음악인의 협업 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한국의 음악 제작 방식과 나이지리아 음악가의 창작 활동이 만나는 공연은 서로 다른 문화가 실제 작품으로 이어지는 교류의 한 형태였다.
최 이사장은 축제가 아프리카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보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배우는 공간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인과 시민, 청년들이 함께 모여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인연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류의 기회를 넓혀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문화를 만나는 방식이 다양해지는 동안, 최 이사장이 생활했던 세네갈에서도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세네갈 디암니아디오(Diamniadio)의 압둘라예 와드 스타디움에서는 '다카르 2026 청소년올림픽(Dakar 2026 Youth Olympic Games)'이 개막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개최되는 올림픽 행사다. 세계 각국에서 약 2650명의 청소년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로, 오는 13일까지 다카르와 디암니아디오, 살리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에는 1100명이 넘는 공연자가 참여했다. 세네갈의 음악과 춤, 의상과 현대적인 공연 연출을 결합해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 청년 세대의 미래를 표현했다. 약 1500벌의 의상 제작에는 세네갈 현지의 디자이너와 재단사, 공예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환대의 전통인 테랑가도 개막식의 중요한 문화적 요소였다. 세네갈이 오랫동안 지켜온 방문객을 맞이하는 태도와 공동체의 가치가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현대적인 공연예술로 표현된 것이다.
최 이사장이 세네갈에서 경험했던 환대의 문화는 2026년 다카르의 국제무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형성해 온 생활의 가치가 음악과 춤, 의상과 공연을 통해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형식으로 표현하는 창작자들의 활동도 함께 나타난다.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청소년올림픽은 스포츠 행사와 함께 청년들의 국제교류, 문화예술과 교육을 연결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청년들이 세계의 또래 선수들과 만나고,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창작 역량을 국제무대에서 선보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 이사장은 아프리카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천연자원보다 사람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하에 매장된 자원만으로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기보다 학교에서 배우고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역량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육과 역량 강화는 개인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른 사회와의 연결은 배움과 일자리, 문화교류의 범위를 넓힌다.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제도는 그러한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최 이사장이 제시한 세 가지 요소는 역량 강화, 연결, 제도다. 아프리카 청년들의 성장과 한국과의 협력을 설명하면서 이 세 가지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교류로 시작된 관계가 교육과 창업, 경제활동과 국제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만남을 넓히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2026년 한국 정부의 대아프리카 외교 역시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6월 1일 서울에서 첫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가 열렸고,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날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기구의 장관급 인사 20명을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아프리카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2029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와 교육, 기술과 개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국가 차원의 외교가 제도적 협력을 담당한다면, 아프리카인사이트와 같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문화와 생활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이해를 넓혀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외교적 협력뿐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경험 속에서도 형성된다. 최 이사장이 세네갈에서 배웠던 환대와 공동체의 가치는 국가와 문화를 넘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었다.
아프리카인사이트가 13년 동안 이어온 활동은 이러한 생각을 시민들의 일상으로 넓히는 과정과 연결돼 있다. 학교에서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서울의 공원에서 음악과 춤을 함께 즐기며, 한국과 아프리카의 청년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활동이 이어졌다.
최 이사장은 서울 중심의 문화교류를 부산과 광주, 안산, 포천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각자의 생활권에서 한국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려는 구상이다. 지역마다 형성된 공동체와 문화적 환경을 존중하면서 독자적인 교류 활동이 이어지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세네갈의 식당에서 아들이 건넨 짧은 말은 최 이사장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경험으로 남았다. 외교관으로 다양한 나라를 만났던 시간과 세네갈 주민들에게서 배운 환대의 가치는 공직을 마친 뒤에도 아프리카와 관계를 이어가는 바탕이 됐다.
2013년 출범한 아프리카인사이트는 2018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고,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은 올해 9회를 맞았다. 2026년 세네갈에서는 아프리카 최초의 청소년올림픽이 열리고 있으며, 한국은 2029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 문화예술인과 청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만들어가는 교류 속에 최동환 이사장이 강조해 온 사람에 대한 존중과 서로 배우는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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