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

블랙핑크, 아시아 투어 확대… 싱가포르·홍콩 공연 추가 확정 사진=2025 09.19 YG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블랙핑크, 아시아 투어 확대… 싱가포르·홍콩 공연 추가 확정 사진=2025 09.19 YG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한때 세계 대중음악 시장은 미국 팝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영어권 아티스트가 세계 차트를 독점했고, 다른 언어의 음악은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러나 Billboard Global 200이 보여주는 오늘의 풍경은 다르다. 이제 특정 지역과 장르가 시장을 지배하지 못한다. 팝, K-팝, 라틴 음악, 그리고 과거의 카탈로그 히트곡이 공존하는 다핵 구조가 굳어졌다.

이 다핵 구조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운영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레이블, 투자자, 아티스트 모두가 이 다핵 환경을 전제로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차트는 그 변화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영어 팝의 여전한 영향력

영어권 팝은 여전히 중요한 축이다. 사브리나 카펜터, 올리비아 로드리고, 위켄드 같은 아티스트는 글로벌 차트 상위권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유지한다. 이들의 곡은 미국·유럽 라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동시에 소비되며, 글로벌 대중의 공통분모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영어 팝의 지위는 과거처럼 독점적이지 않다. 여전히 큰 축이지만, 이제는 다른 언어·장르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있다.

K-팝: 팬덤과 콘텐츠 전략의 힘

K-팝은 다핵 구조의 두 번째 중심이다. 블랙핑크, 에스파 같은 그룹은 신곡 발매와 동시에 Global 200 상위권에 진입하며, 팬덤 동원과 플랫폼 확산을 결합한다.

K-팝은 단순히 노래만이 아니라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숏폼 콘텐츠를 결합한 멀티 콘텐츠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됐다. 팬덤은 조직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집중시켜 초기 진입을 보장하고, 이후 대중적 반응이 결합해 성과를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K-팝은 영어 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특정 지역 현상이 아닌 글로벌 소비 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라틴 음악: 인구 구조와 결합된 확산

라틴 음악은 Global 200에서 빠질 수 없는 세 번째 축이다. 「La Plena」, 「Tu Sancho」 같은 곡은 스페인어권을 넘어 영어권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라틴 음악의 힘은 인구 구조와 맞물린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소비가 글로벌 차트에 직접 반영된다. 여기에 댄스와 리듬 중심의 곡 특성이 숏폼 콘텐츠와 잘 맞아떨어지며, 확산력이 크게 강화됐다.

라틴 음악은 더 이상 지역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차트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카탈로그 히트: 과거가 현재의 자산이 되다

라디오헤드의 「Creep」,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 더 위켄드의 「Blinding Lights」 같은 곡이 Global 200 상위권에 장기 체류하고 있다. 발매된 지 오래된 곡이 여전히 소비되는 이유는 숏폼 플랫폼, 광고, 드라마 삽입곡으로 다시 주목받기 때문이다.

과거의 음악이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현재적 자산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카탈로그 히트곡은 꾸준한 스트리밍 수익을 보장하며, 음악 IP 투자 시장에서 안정적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차트는 이 흐름을 명확히 보여주는 거울이다.

다핵 구조가 만드는 경쟁과 협력

다핵 구조는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도 낳는다. 팝 아티스트와 라틴 아티스트의 협업, K-팝과 영어권 프로듀서의 협력은 이미 흔한 사례다. 서로 다른 언어와 장르가 만나 새로운 곡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과정은 음악 산업이 단일 문화 중심에서 다문화 공존 구조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각 장르와 지역은 독립적으로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협업을 통해 시장 전체를 확장하고 있다.

레이블과 투자 전략의 변화

다핵 구조는 레이블과 투자자의 전략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영어권 팝 아티스트에 집중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K-팝과 라틴에도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 글로벌 팬덤과 인구 구조가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카탈로그 음악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과거 히트곡을 보유한 레이블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핵 구조는 결국 투자 다변화와 위험 분산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악 시장의 새로운 질서

글로벌 다핵 구조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어 팝은 여전히 중심이지만 독점적이지 않다.

K-팝은 팬덤과 콘텐츠 전략을 통해 세계적 축으로 자리 잡았다.

라틴 음악은 인구 구조와 플랫폼 친화적 리듬으로 확산력을 얻었다.

카탈로그 히트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적 자산으로 산업 구조에 편입됐다.

이 네 축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며, 음악 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핵 구조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

Billboard Global 200이 보여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음악 시장이 더 이상 단일 중심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팝, K-팝, 라틴, 카탈로그는 각자의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힘을 발휘하며, 동시에 협력과 교차를 통해 시장을 확장한다.

다핵 구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음악 산업의 새로운 기본 구조다. 이 구조 속에서 음악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독점물이 될 수 없다. 세계는 여러 중심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재편되었고, Billboard 차트는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