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음악이 현재의 자산으로

Creep’(Radiohead, 51위).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reep’(Radiohead, 51위).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빌보드 Global 200 상위권을 살펴보면, 오래전에 발매된 곡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라디오헤드의 「Creep」, 더 위켄드의 「Blinding Lights」,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 같은 곡은 발매 시점이 수십 년 전이거나 이미 한 차례 대규모 성공을 거둔 곡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차트에 남아 새로운 세대에게 소비되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히 복고적 취향의 부활이 아니다. 카탈로그 음악이 안정적인 스트리밍 수익을 창출하는 현재적 자산으로 기능하며, 음악 IP가 본격적으로 금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탈로그 히트의 장기 생명력

카탈로그 음악은 과거의 히트곡을 뜻한다. 하지만 이 곡들은 지금도 활발히 소비된다. 광고, 드라마, 영화 삽입곡으로 재등장하거나 숏폼 플랫폼에서 밈으로 활용되며, 새로운 팬층을 형성한다.

이런 곡들은 발매 직후처럼 급격한 소비 폭발은 없지만, 꾸준한 스트리밍으로 장기 수익을 낸다. 마치 채권처럼 안정적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자산으로 기능한다.

음악 IP 금융화의 본격화

음악 산업은 이미 카탈로그 음악의 가치를 금융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대형 투자사와 레이블은 아티스트의 과거 히트곡을 대규모로 인수하며, 이를 안정적 수익원으로 삼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사모펀드와 전문 음악 투자 회사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카탈로그를 매입했다.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표준이 되면서, 카탈로그는 더 이상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재생되며 수익을 낸다. 금융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이다.

스트리밍 시대의 구조적 변화

CD와 다운로드 중심이던 시절에는 신곡 발매가 매출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시대에는 과거 곡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비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발매 연도와 상관없이 클릭 한 번으로 곡을 재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카탈로그 곡은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청취자가 같은 곡을 발견해 소비한다. 음악의 시간성이 무너지고, 과거 곡이 현재 곡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레이블과 투자자의 시각

음악 IP 금융화는 레이블과 투자자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레이블은 카탈로그를 보유함으로써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신곡 성과에 의존하지 않아도 재정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투자자는 카탈로그를 장기 자산으로 편입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특히 금리 변동기에 안정적 수익을 내는 대체 자산으로 주목받는다.

결과적으로 카탈로그는 음악 산업과 금융 시장의 접점을 넓히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결합

카탈로그의 가치는 아티스트 브랜드와 결합할 때 더욱 커진다.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같은 아티스트는 신곡 발매가 없어도 Artist 100에 꾸준히 재진입한다. 이는 과거 히트곡 소비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탈로그는 단순한 음악 IP가 아니라, 아티스트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브랜드가 유지되는 한, 과거 곡은 계속 소비되고, 이는 다시 금융적 가치를 강화한다.

K-팝과 카탈로그 전략

K-팝에서도 카탈로그 자산화 흐름은 시작됐다. BTS, 블랙핑크 같은 그룹은 과거 곡들이 여전히 글로벌 차트와 스트리밍 상위권에 남아 있다. 특히 K-팝 팬덤은 아티스트 전곡을 꾸준히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 카탈로그의 장기적 가치가 높다.

이 구조는 K-팝 레이블이 향후 카탈로그를 금융화해 자본 조달이나 투자 전략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K-팝이 글로벌 IP 산업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카탈로그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될 것이다.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

카탈로그의 자산화와 음악 IP 금융화는 몇 가지 중요한 파급 효과를 낳는다.

신곡 의존도 감소

레이블과 아티스트는 신곡 흥행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과거 곡으로 안정적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투자 시장 확대

음악 IP는 대체 자산으로 편입되며, 전문 투자 펀드와 금융 기관의 참여가 늘어난다.

산업 구조 안정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소비되는 구조 속에서, 산업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자산 관리에 무게를 둔다.

문화적 재발견

세대가 바뀔 때마다 과거 곡이 새로운 청취자에게 발견되며, 음악은 끊임없이 재맥락화된다.

 

카탈로그는 산업의 안전판

Billboard 차트에서 드러나는 카탈로그 히트의 존재감은, 음악이 단순히 유행 상품이 아니라 장기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스트리밍 시대의 소비 구조, 팬덤의 지속적 활동,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맞물려 카탈로그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음악 IP 금융화는 단순한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신곡 성과가 불안정할 때에도, 카탈로그는 꾸준한 현금 흐름을 제공하며 산업 전반을 지탱한다.

카탈로그는 더 이상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오늘의 산업을 움직이는 자본이자, 내일의 음악 생태계를 설계하는 기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