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더 이상 곡만으로 팔리지 않는다
[KtN 신미희기자]과거 음악 산업의 수익 구조는 단순했다. 음반 판매와 라디오 저작권료가 주요 수입원이었고, 투어와 굿즈는 부차적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정반대다. 스트리밍의 저수익 구조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곡 단위 매출만으로는 산업을 지탱하기 어렵다. 대신 아티스트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다각적 수익 구조가 등장했고, 금융 자본은 이 지점을 새로운 투자 기회로 본다.
Billboard Artist 100이 보여주듯, 오늘날 아티스트는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투어 흥행, 머천다이즈 판매, 카탈로그 IP, 브랜드 협업까지 결합한 산업 자산이다.
투어: 최대의 수익원
현대 음악 산업에서 투어는 가장 확실한 수익원이다. 사브리나 카펜터가 Artist 100에서 장기간 1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투어 흥행이 있다. 티켓 판매뿐 아니라 공연장 내 굿즈 판매, 브랜드 협찬까지 결합하면 투어는 단일 곡 흥행을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한다.
모건 월런 역시 컨트리 기반 투어 흥행 덕분에 Artist 100에서 장기 체류하고 있다. 팬덤이 지역 기반으로 단단히 결속돼 있어, 투어 수익은 안정적으로 발생한다. 스트리밍 매출보다 훨씬 크고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라는 점에서, 투어는 아티스트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다.
머천다이즈: 브랜드 소비의 확장
머천다이즈는 더 이상 부수적 수익이 아니다. 아티스트 로고와 콘셉트를 입힌 의류, 액세서리, 디지털 상품은 브랜드 소비로 이어진다. 팬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특히 K-팝은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다. 블랙핑크, BTS는 머천다이즈를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해,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팝업을 동시에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되며,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한다.
IP 자산: 카탈로그와 협업의 힘
카탈로그 IP는 안정적 현금 흐름을 보장한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과거 히트곡이 꾸준히 재생되며 장기 수익을 낸다. 여기에 광고, 영화, 드라마 삽입으로 이어지면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아티스트 브랜드와 카탈로그가 결합하면, 가치는 배가된다.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처럼 과거 곡이 꾸준히 소비되는 아티스트는 신곡 활동이 없어도 Artist 100에서 재진입한다. 이는 브랜드와 IP가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나이키, 루이비통 같은 패션·스포츠 브랜드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활용해 상품을 출시하고,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한다. 아티스트는 단순한 음악인이 아니라, IP와 브랜드의 결합체가 된다.
금융 자본의 참여
이 같은 구조는 금융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모펀드와 전문 투자사는 아티스트 IP, 투어, 머천다이즈, 협업 권리를 패키지화해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곡 단위 수익은 불안정하지만, 아티스트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사는 아티스트의 카탈로그를 인수한 뒤, 투어와 브랜드 협업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쓴다. 이는 음악 산업을 넘어 자산 관리 산업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이다.
팬덤의 역할
아티스트 브랜드의 금융적 가치는 팬덤의 존재에 달려 있다. 팬덤은 투어 티켓을 구매하고, 머천다이즈를 소비하며, 스트리밍을 반복 재생한다.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발적 홍보로 브랜드 가치를 확산시킨다.
K-팝 팬덤은 이 구조의 선두에 있다. 조직적 소비와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은 아티스트 브랜드를 안정적 자산으로 만든다. 금융 자본이 K-팝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이블과 아티스트의 전략적 변화
아티스트 브랜드가 산업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레이블과 아티스트의 전략도 달라졌다. 신곡 흥행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어·머천다이즈·IP 협업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형 운영이 중심이 되었다.
이 구조는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 장기적 수익을 보장한다. 따라서 아티스트는 곡을 발표하는 동시에, 브랜드 협업과 투어 일정을 병행한다. 산업은 더 이상 곡 중심이 아니라 브랜드 중심으로 돌아간다.
곡은 더 이상 단일 수익원이 아니다.
투어와 머천다이즈, 협업은 브랜드를 금융 자산으로 만든다.
카탈로그는 장기 현금 흐름을 보장하며, 금융 자본을 끌어들인다.
팬덤은 아티스트 브랜드의 핵심 지지 기반이자, 자산 가치를 뒷받침하는 힘이다.
금융 자본이 움직이는 아티스트 시대
Billboard Artist 100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인기 순위가 아니다. 아티스트가 금융 자본과 결합해 장기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어·머천다이즈·카탈로그·협업은 모두 아티스트 브랜드를 자본화하는 과정이며, 차트는 그 결과를 수치로 드러낸다.
음악 산업은 이제 곡 단위 흥행의 시대를 넘어, 아티스트 브랜드가 자본의 논리와 연결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아티스트는 더 이상 문화 생산자에 머물지 않는다. 금융 자본이 투자하는 핵심 자산이며, 산업 구조를 움직이는 축이 되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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