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소설에서 글로벌 드라마까지, 디즈니+가 던진 도전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9월 23일,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플랫폼이 준비한 첫 한국 사극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공기는 단순한 작품 소개 이상의 무게를 띠었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사극은 여전히 장르적 변방에 가깝다. 넷플릭스가 킹덤을 내세워 장르 확장을 시도한 이후에도 사극은 국내 시청자층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는 제한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디즈니+가 첫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사극을 선택한 이유는 이 지점에서 주목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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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변화한 맥락

탁류라는 이름은 한국 근현대 문학에서 잘 알려져 있다. 채만식의 동명 소설은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드라마는 시대를 조선 중기로 옮기고, 한강의 경강 나루터를 배경으로 삼았다. 원작의 풍자적 색채는 줄어들었지만, 사회 구조의 혼탁함과 인간의 생존 욕망이라는 주제는 여전히 중심을 이룬다.

드라마적 장치는 다르다. 소설이 사실주의적 묘사에 집중했다면, 드라마는 시청자의 몰입을 위해 액션과 청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전통적 사극의 무게감을 완화하면서도, 플랫폼 소비 패턴에 맞춘 흐름을 보여준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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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구도의 균형

작품은 장시율, 최은, 정천 세 인물의 궤적에 집중한다. 장시율은 과거의 상처를 숨긴 채 왈패로 살아가는 인물로, 생존과 정의 사이에서 변화를 겪는다. 최은은 상단을 이끄는 상인으로, 상업적 성공과 공동체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한다. 정천은 청렴한 포도청 관리로, 제도적 한계와 부패 구조 속에서 신념을 시험받는다.

세 인물은 각기 다른 길을 걷지만, 모두가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공통된 열망을 지닌다. 이들의 관계는 협력과 충돌을 반복하며 권력과 부패라는 구조적 문제와 맞닥뜨린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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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과 시각적 장치

예고편에서 드러난 색채와 공간은 시대의 혼탁함을 강조한다. 황토빛과 어두운 색조, 안개와 먼지, 나루터의 탁한 강물은 불안정한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추창민 감독은 광해와 왕이 된 남자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 연출을 이어가면서도, OTT 시청 패턴에 맞춘 빠른 전개와 액션을 전면에 배치했다.

의상과 세트 또한 계층적 구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왈패의 누더기와 상단의 정돈된 복식, 포도청의 단정한 관복은 당시 사회의 위계 구조를 시각적으로 강화한다. 이러한 장치는 사극의 고전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 감각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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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맥락에서의 의미

디즈니+의 첫 한국 사극 선택은 단순히 콘텐츠 한 편을 넘어서 플랫폼 전략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경쟁사들이 한국 오리지널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온 상황에서, 디즈니+는 사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다.

넷플릭스의 킹덤이 장르적 장치를 적극 활용했다면, 탁류는 권력과 부패, 정의와 생존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전면에 둔다. 이는 글로벌 시청자에게 낯선 사극의 문법을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동시에 젊은 배우들과 중견 배우를 함께 배치한 캐스팅 전략은 팬덤과 연기력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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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가 드러내는 현재적 울림

탁류는 혼탁한 시대상을 그리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는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 머물지 않는다. 부패한 권력과 불평등 구조, 인간다운 삶을 향한 갈망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OTT 시대의 사극은 더 이상 왕과 궁궐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하층민, 상인, 청렴한 관리의 시선을 통해 당대의 사회 구조를 탐색하고, 이를 현재의 시청자 경험과 연결한다. 이 같은 접근은 사극을 단순한 역사극이 아닌 사회적 텍스트로 재위치시키는 시도다.

디즈니+의 선택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탁류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한국 사극이 글로벌 OTT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혼탁한 강물 속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결국 작품의 완성도와 시청자의 반응에 달려 있다.

탁류는 조선의 경강을 무대로 하지만, 그 안에서 다루는 갈등과 욕망은 지금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드라마가 그려낼 탁한 물길은 단순한 과거의 풍경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