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와 글로벌 전략의 교차점
플랫폼 경쟁의 한복판에서 등장한 사극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세계 OTT 시장은 지금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애플TV+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핵심 성장 거점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 콘텐츠는 K-팝과 더불어 전 세계 시청자에게 강한 브랜드 파워를 형성하며, 각 플랫폼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 속에서 디즈니+는 다른 선택을 내놓았다. 첫 한국 오리지널 사극으로 탁류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OTT 사업자가 한국에서 장르적 실험을 시도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디즈니+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신작 공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경쟁 구도에서 밀려 있는 플랫폼이 사극이라는 장르를 전략적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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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OTT의 전략적 교두보

한국은 인구 규모만 놓고 보면 거대한 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콘텐츠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모두 높은 영향력을 갖는다. 드라마와 영화가 아시아 각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은 단순한 로컬 시장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공급지로 기능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이 점을 간파하고 2015년 이후 공격적으로 한국 제작사에 투자했다. 오징어 게임은 그 결정의 정점을 상징하는 작품이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K-드라마의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주도해왔다. 반면 디즈니+는 출발이 늦었고, 한국 내 이용자 확보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탁류는 이 열세를 뒤집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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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라는 장르의 상반된 가능성

사극은 한국 내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장르다. 역사적 배경과 인물 중심의 서사는 중장년층의 선호가 높고, 전통적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킹덤이 장르적 장치를 통해 성공을 거뒀지만, 이는 오히려 전통 사극의 국제적 확장성이 제한적임을 방증하기도 한다.

디즈니+가 탁류를 선택한 것은 이 모순된 가능성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고, 해외에서는 권력과 부패, 정의와 생존 같은 보편적 주제를 통해 문화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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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별 전략과 차별화의 필요

넷플릭스는 이미 좀비, 괴수, 범죄 스릴러 같은 장르적 확장으로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을 세계에 알렸다. 아마존과 애플은 대규모 제작비를 앞세워 고급 드라마 제작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디즈니+는 마블, 픽사, 스타워즈 같은 자사 IP가 강점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차별성이 약하다.

따라서 탁류는 내부 IP와 무관한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콘텐츠로, 디즈니+가 한국 시청자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이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극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시험하는 과정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작 방식과 공개 전략의 의미

탁류는 총 9부작으로, 첫 공개에서 1~3회를 선보이고 이후 매주 2편씩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binge-watching(몰아보기)과 weekly release(주간 공개)의 절충형이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시청자의 구독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점차 분할 공개 방식을 채택하는 추세인데, 탁류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또한 오픈 세트 촬영, 리얼리즘 의상, 현장감 있는 액션 등은 OTT 화면에 최적화된 시청 경험을 고려한 제작 선택이다. 빠른 전개와 시각적 긴장감을 강조해 글로벌 시청자의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는 전통 지상파 사극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사극 드라마 탁류 제작발표회 현장. 배우 로운,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최귀화, 김동원과 추창민 감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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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쟁 속 사극의 의미

디즈니+가 탁류를 통해 시도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드라마 한 편의 성패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글로벌 시청자를 향한 장르 확장,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이 동시에 맞물려 있다.

사극은 국내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기반을 가진 장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다. 따라서 이번 선택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다. 성공한다면 사극은 K-드라마의 새로운 확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디즈니+의 한국 전략은 다시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탁류는 조선의 경강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오늘의 OTT 경쟁 구도와도 닮아 있다. 혼탁한 강물 속에서 각 플랫폼은 저마다의 길을 찾고 있다. 누군가는 전통을 새롭게 포장하고, 누군가는 장르적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다. 디즈니+가 꺼내든 사극이라는 카드는 바로 그 치열한 흐름 속에서 나온 선택이다.

탁류가 남길 흔적은 작품 자체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경쟁 속에서 한국 사극이 어떤 위치를 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선택이 새로운 물길이 될지, 또 하나의 실험으로 끝날지는 향후 시청자 반응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