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이전 명분으로 매각된 당진 부지, 이사진이 세운 회사에 넘어가 ‘셀프 거래’ 의혹…
경일대 “교육부 승인 거친 합법적 매각, 헐값 거래는 사실 아냐”
[KtN 박준식기자]학교법인 일청학원(경일대학교 재단)의 전·현직 이사진이 충남 당진 송악물류단지 부지를 법적 논란이 제기된 방식으로 매각해 수백억 원대 시세차익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국회 교육위원회 정을호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와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2020년 11월, 일청학원은 충남 당진시 송악읍 복운리 일대 약 12만 평의 부지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재단은 캠퍼스 이전 재원 마련을 이유로 들었으며, 매각 금액은 평당 약 16만 원, 총 197억 원이었다. 교육부는 2021년 2월 이 매각을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불과 몇 해 뒤인 2025년 9월 현재 해당 부지는 평당 200만 원에서 300만 원에 분양되고 있다. 헐값 매각으로 시세차익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매수 주체였다. 당시 경일대 이사장이던 하성규와 일부 이사는 매입 법인인 ㈜서반과 ㈜당진송악물류단지의 대표 또는 임원으로 등재돼 있었다. 학교 재단 이사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학교 재산을 넘긴 구조였다.
사립학교법 제16조는 이사회 의결 정족수를 규정하고, 제20조는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이 법인과 충돌하는 안건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는 결의에서 제외돼야 하며, 이들을 제외하면 이사회 정족수는 미달된다. 따라서 당시 이사회 결의의 법적 효력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 6명 중 3명이 매수 법인의 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사회 회의록과 등기자료에서 모두 확인된다. 하성규 전 이사장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 아진산업의 대표로, 경일대 설립자와 가족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사진 일부가 학교의 자산을 자신들이 관련된 회사에 매각하면서, 학교 재산이 사적 이해관계 구조로 전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 결의 이후 부지는 ‘당진송악물류단지 개발사업’으로 전환됐다. 사업 홍보 문서에는 ‘경일대학교가 추진하는 승인사업’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근거로 민간 투자자들이 자금을 납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현재 해당 사업과 관련해 투자금 편취 등 사기 혐의로 고소·고발이 제기된 상태다.
정을호 의원은 이러한 내부거래 구조를 ‘부동산투기 카르텔 의혹’으로 지적했다. 이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 학교 땅을 매각한 것은 사립학교법이 금지한 전형적 이해충돌 사례이며, 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불법 의혹이 제기된 이사회에 참여한 전·현직 이사 전원의 사퇴와 교육부의 전면 조사,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동산 매각을 넘어 사립학교법 위반 의혹, 내부거래 논란, 부동산 투기 구조가 결합된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교법인의 공익적 자산이 사익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교육기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경일대 측은 해당 매각이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거친 적법한 절차였으며, 모든 과정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일부 언론이 불법 매각으로 단정해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며,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일대학교와 학교법인 일청학원은 본 시리즈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일대 재단은 “당진 송악부지 매각은 교육부의 정식 승인 절차를 거친 합법적 처분이었다”며 “당시 매각가는 감정평가를 기반으로 결정된 것이며, 헐값 매각이나 불법 내부거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사진의 겸직 및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든 절차는 관련 법령과 정관을 준수했으며, 이사회 결의 또한 정족수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또한 경일대는 “학교 명의가 포함된 일부 협약서와 투자 자료는 학교의 승인 없이 외부 민간업체가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며, 학교는 해당 사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일청학원과 경일대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공익적 책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나 왜곡된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