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라 도시 리트리트가 보여준 ‘음향 건축’의 가능성
[KtN 임민정기자]독일 바젤 인근 비트라 캠퍼스에 조성된 비트라 도시 리트리트는 건축가 발크리슈나 도시의 마지막 작품이자, 건축이 인간의 감각과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실험적 공간이다. 리트리트는 구조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악기처럼 작동한다. 재료와 형태가 소리를 품고, 그 울림이 방문자의 몸에 전해지며 건축이 살아 있는 존재로 변한다.
발크리슈나 도시는 생전에 “건축은 감정의 파동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라 도시 리트리트에서 이 개념은 실제로 구현됐다. 명상실 내부에는 별도의 스피커나 음향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벽면 전체가 소리의 통로로 작동한다. 구조를 이루는 강철 벽이 진동판 역할을 하며, 소리의 세기와 방향은 공간의 형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관람객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울림의 질감이 달라진다.
음향 설계는 단순한 배경음 연출이 아니라 공간 자체의 언어다. 발크리슈나 도시는 건축의 청각적 차원을 탐구하기 위해 공명 구조를 세밀하게 계산했다. 강철의 곡률, 표면의 두께, 벽의 간격이 모두 소리의 흐름을 결정한다. 음파는 벽에 부딪혀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고, 명상실 중앙의 물 분지에서 다시 퍼져 나간다. 물의 잔잔한 움직임은 소리를 부드럽게 흩어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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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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