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라 도시 리트리트가 보여준 공간의 가치 전환

[KtN 임민정기자]독일 바젤 인근 비트라 캠퍼스에 세워진 비트라 도시 리트리트는 발크리슈나 도시의 유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건축은 단순한 추모나 예술적 실험을 넘어, 공간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건축이 제품보다 강력한 브랜드 언어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라 도시 리트리트는 산업과 문화, 감성과 경영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비트라 캠퍼스는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프랭크 게리,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등 여러 건축가가 각자의 철학을 남겼지만, 발크리슈나 도시가 완성한 리트리트는 다른 건물들과 명확히 구별된다. 화려한 조형이나 상징적 규모 대신, 조용한 감정과 내면의 집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산업단지 한복판에 자리한 이 명상 건축은 오히려 비트라 캠퍼스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트라의 의도는 명확했다. 가구 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유, 감각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브랜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제품 중심의 홍보보다 철학적 가치와 경험 중심의 서사를 만드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비트라 리트리트는 그 전략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방문객은 가구나 제품을 소비하는 대신, 공간이 제공하는 감정과 분위기를 경험한다. 건축은 브랜드의 메시지가 되고, 체험은 상품보다 오래 남는 기억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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