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글로벌 숏폼 실험의 최전선에서 ‘한국형 전략’이 통한다

유튜브, 10대부터 60대까지 사용 시간 1위 앱…숏폼 콘텐츠 강세 사진=2024.09. 20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유튜브, 10대부터 60대까지 사용 시간 1위 앱…숏폼 콘텐츠 강세 사진=2024.09. 20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아세안의 디지털 생태계가 시속 1분으로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장이다. 하루 평균 온라인 이용 시간은 각각 6시간 33분과 8시간 13분에 달한다. 두 나라의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는 15초짜리 영상이 광고, 뉴스,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대체하고 있다. 짧은 영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아세안의 생활 언어로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두 지역은 가장 앞선 모바일 인프라와 높은 소비 전환율을 갖추고 있다. 콘텐츠, 커머스,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되는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단순한 진출지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평가된다.

싱가포르의 모바일 연결률은 179%로,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구조다. 말레이시아는 129%에 달한다. 전자상거래의 65%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하고, 인터넷 이용자의 90%가 휴대기기를 사용한다.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모두 스마트폰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다. 이 같은 환경에서 숏폼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정보 탐색과 구매 결정을 연결하는 핵심 접점이 된다.

싱가포르는 프리미엄 소비 시장으로, 콘텐츠 품질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인터넷 보급률은 95.8%,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88.2%다. 이용자는 짧은 영상에서도 완성도와 세련된 연출을 중시하며, 브랜드의 신뢰를 꼼꼼히 검증한다. 단순한 화제성보다 메시지의 정제와 영상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한국 기업이 싱가포르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조회수보다 스토리의 깊이, 자극보다 품격을 앞세워야 한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젊은 인구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확산력을 보인다. 중위 연령 31세의 이용자층은 하루 8시간 이상을 온라인에서 보내며, 브랜드의 공식 영상보다 이용자가 제작한 진정성 있는 콘텐츠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유머, 공감, 일상적인 감정 표현이 중심이 된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두 시장은 성장 가능성은 같지만 접근 전략은 다르다. 싱가포르는 인종, 종교, 정치와 관련한 규제가 엄격하다. 기업은 안전한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영상미와 완성도로 차별화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문화적으로 개방적이며, 다언어 콘텐츠와 지역적 유머, 현지 밈 활용이 중요한 전략 요소다. 같은 제품이라도 싱가포르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야 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인간적이고 공감 가능한 서사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플랫폼 경쟁은 이미 가열되고 있다. 틱톡은 말레이시아에서 하루 평균 95분 이상 사용되며,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숏폼을 시청한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숏츠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각 플랫폼은 언어와 지역, 문화적 특성에 맞춰 맞춤형 알고리즘을 제공하며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특히 틱톡 숍은 콘텐츠와 쇼핑을 완전히 결합했다. 영상 속에서 제품을 보고, 클릭 한 번으로 구매가 가능한 구조다. ‘시청 중 구매’는 새로운 소비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기업에게 아세안의 숏폼 시장은 실험실이자 무대다. 싱가포르에서는 프리미엄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품질 숏폼을 검증할 수 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참여형 바이럴 모델을 시험할 수 있다. K뷰티 브랜드 웰라쥬는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짧은 영상 마케팅으로 매출을 확대했다. 순샷의 초단편 K드라마는 아세안 전역에서 팬덤을 형성하며 한류 콘텐츠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

두 시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한국 콘텐츠 산업에는 공통된 의미를 가진다. 싱가포르는 ‘품질 중심 시장’, 말레이시아는 ‘확산 중심 시장’이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이 두 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이원화해야 한다. 고품질 영상과 참여형 서사가 결합될 때, 숏폼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 구조로 작동한다.

숏폼은 짧은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소비자는 사고하고, 참여하며, 구매한다. 싱가포르의 도심과 말레이시아의 거리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15초 영상은 아세안의 속도를 보여준다. 콘텐츠 산업의 중심은 길이가 아니라 반응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콘텐츠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대다. 한국 기업이 이 흐름을 이해한다면, 아세안 시장은 단순한 진출지가 아니라 미래형 미디어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짧은 영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제, 그 무대의 중심에는 이미 아세안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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