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 Fractal Universe에서 찾은 한국적 정서의 외연

Fractal Universe : 마음의 도상 90 cm, 50S Acrylic on Wood 2023.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Fractal Universe : 마음의 도상 90 cm, 50S Acrylic on Wood 2023.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감정은 더 이상 보조적 주제가 아니다. 감정은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기억을 파악하는 핵심 변수로 다루어진다. 감정을 치유나 회복의 관점에서 수용하는 미학은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감정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재구조화되는지 설명하는 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Kon의 Fractal Universe 연작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실험으로 주목된다. Kon은 감정을 내부에 갇힌 상태로 보지 않고 세계와 연결되는 역동적 흐름으로 이해한다. 감정을 수학적 구조와 음악적 질서에 결합시키며 감정의 확장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기록한다.

수학에서 프랙털은 부분이 전체를 닮고 전체가 다시 부분 속에 반복되는 구조를 뜻한다. 이 원리는 감정에도 적용 가능하다. 작은 감정 변화가 삶 전체의 인식과 행동을 바꿀 수 있고 개인 감정 패턴이 사회의 정서적 분위기와 연결되기도 한다. Kon은 프랙털 개념을 차용해 감정이 가지는 확장성을 시각화한다. 반복적 패턴이 느슨하게 이어지거나 급격히 확장되는 장면은 감정이 어떻게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추적하게 한다. 감정의 파동과 진동은 작품 표면에 축적된다.

KoN 작가/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oN 작가/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on의 작업에서 음악적 원리는 핵심적이다. 감정이 언어로 전달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면 음악은 그 불가시 영역과 가장 가까운 해석 수단이다. Kon은 리듬을 기반으로 한 선의 반복과 압력의 변화로 감정의 호흡을 드러낸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듯 보이는 패턴이 특정 지점에서 갑작스러운 굴곡을 만들어내며 감정의 돌발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요소는 감정을 지나치게 규칙화하거나 단순화시킨다는 비판이 가능하지만, 감정이 전혀 해석 불가능한 영역에 방치된 상태보다 접근적이다. 감정을 특정 구조에 배치함으로써 감정의 흐름과 방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Kon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검정은 감정을 드러내는 공간이자 장치다. 검정은 시각적 정보가 축소된 상태에서 구조 자체를 부각시킨다. 감정의 색을 설정하기보다 감정의 움직임이 전경으로 떠오른다. 관람자는 색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 집중한다. 그러나 검정이 지나치게 장기화될 경우 관람자는 형식 언어가 굳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감정의 확장성을 다루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색채 실험이 포함된다면 감정의 층위와 스펙트럼을 더 넓게 제시할 수 있다.

Fractal Universe : Conduct 3 112.1x112.1cm, 80S Acrylic on canvas 2024.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Fractal Universe : Conduct 3 112.1x112.1cm, 80S Acrylic on canvas 2024.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랙털 구조는 관람 경험에서 다양한 관점을 허용한다. 멀리서 보면 전체 구조가 하나의 질서처럼 보이고 가까이 접근할수록 미세한 변화가 개별 사건으로 드러난다. 관람자는 거시적 감정 상태와 미시적 감정 움직임을 동시에 경험한다. 관람 방식에 따라 감정의 의미가 변동되기 때문에 Fractal Universe는 고정된 해석보다 유동적 해석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관람자의 해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험은 작품의 중심 논지가 희미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시 환경에서 작품의 핵심 문법을 명확히 안내하는 장치가 요구된다.

Kon의 작업 방식은 수공적이고 결정적이다. 디지털 도구 의존도가 높아진 현대 조형 환경에서 Kon은 물리적 마찰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손의 압력 변화가 선의 굵기와 결을 바꾸고, 반복 행위는 감정의 밀도를 가시적 데이터로 전환한다. 감정은 심리적 반응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은 몸의 기억으로 저장되며 작품은 그 기억이 남긴 흔적을 수용한다. 감정의 패턴을 물질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연성은 통제되며 감정의 질서를 확인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감정의 예외성과 돌발성까지 충분히 반영되기 위해서는 구조 내 여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Fractal Universe : Eternity 2 116.8 x 91 x 4 cm, 50F Acrylic on Wood 2023
Fractal Universe : Eternity 2 116.8 x 91 x 4 cm, 50F Acrylic on Wood 2023

Fractal Universe가 제기하는 질문은 단순히 조형 실험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정서 구조를 이해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경쟁과 불확실성이 상수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 감정은 과도하게 압축된다. 표면 아래에 축적된 감정이 폭발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Kon은 이러한 감정 압력의 흐름을 시각화하며 감정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한다. 감정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감정 소통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제 미술계에서 감정과 과학, 혹은 감정과 기술의 관계는 주요 연구 분야다. Kon의 작업은 감정을 수학적 패턴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담론과 접점을 형성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감정의 보편성과 문화적 특수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Kon의 작업은 감정의 보편적 구조를 제시하면서도 한국 사회적 맥락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집중과 확산이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한국적 리듬이 작품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그 특수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경우 국제적 맥락에서 작품의 해석이 표층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서사적 보완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Fractal Universe는 감정을 탐구하는 장치이자 감정을 기록하는 데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 감정의 움직임과 반복 패턴은 심리학과 패턴 연구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조형언어를 넘어서 학제 간 연구의 플랫폼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다만 예술의 자율성이 연구 목적에 종속되지 않도록 경계선을 명확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Kon의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미술적 긴장지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검정의 고정성에서 벗어난 색채 실험, 평면을 넘어선 공간 설치 확장, 관람자의 움직임과 반응까지 구조에 포함시키는 시도 등이 감정의 확장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감정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다. 감정은 변화, 이동, 재구성이 반복되는 에너지다. 이 움직임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지에 따라 Kon의 실험은 새로운 방향성을 가진다.

Kon의 Fractal Universe는 감정이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각화한다. 감정은 사회적 구조, 문화적 배경, 환경적 조건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감정을 구조화하려는 시도는 감정을 통제하려는 의미가 아니라 감정이 세계 속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Kon은 감정이 생성되는 순간보다 감정이 확산되는 과정을 관찰한다. 감정의 외연을 관객에게 확인시킨다.

KoN과 LIM HANA의 작업은 4세대 아트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oN과 LIM HANA의 작업은 4세대 아트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임하나가 감정의 내부 구조를 기록했다면 Kon은 감정의 외부화 과정, 확장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두 작업이 감정의 서로 다른 층위를 다루면서 K-아트에서 감정 연구가 단일 구조가 아닌 다층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은 더 이상 부수적 주제가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분석 도구이자 문화적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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