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남성복이 럭셔리가 되는 방식
[KtN 박채빈기자]2025년 CFDA·보그 패션 펀드 준우승 브랜드 AUBERO는 미국 패션 시장에 업사이클링이 단순한 대안적 생산 방식이 아니라 럭셔리 비즈니스의 한 장르가 될 수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소재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업사이클링이 AUBERO에서는 희소성과 감각의 원천으로 전환된다. 오래된 천이 새롭게 태어나면서 과거의 시간까지 상품 가치로 흡수되는 과정은, 소비자의 감성과 시장 논리를 동시에 설득하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브랜드 설립자 줄리안 아우베로는 건축을 전공했다. 구조와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촉각적 경험과 조형적 질서가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관찰해왔다. 이러한 배경은 의복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구성된다. AUBERO의 실루엣은 과도하게 해체되지도, 과하게 전통적이지도 않다. 안정된 틀 위에 우연의 흔적을 섬세하게 결합한다. 빈티지 실크, 손상된 쉬폰, 오래된 커튼 천과 같은 소재들은 손질 과정을 거치며 완전히 다른 생명력을 갖는다. 기존에 존재하던 패턴은 사라지고, 새로운 인장과 주름, 봉제선의 긴장이 하나의 독립된 감각으로 축적된다.
줄리안 아우베로는 브랜드를 하나의 장면 구성 방식으로 이해한다. 뉴욕 도심, 어린 시절을 보낸 산타크루즈 해변, 애리조나에서 탐색한 빈티지 아카이브 등 개인의 기억이 건축적 사고와 결합한다. AUBERO가 제시하는 의복은 특정한 장소와 시간, 환경을 환기한다. 소비자는 옷을 입는 행위만으로 자신이 새로운 장면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한다. 패션을 감각적 체험의 매체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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