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상권 투자가 브랜드 자산 확대로 이어질지 고정비 부담으로 전환될지 검증이 필요한 시점

Saint Laurent Unveils New Flagship on Avenue Montaigne, Paris.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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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파리 8구 아베뉴 몽테뉴는 명품 리테일 시장에서 상징적 영역으로 분류된다. 에르메스 샤넬 디올 등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가 수십 년간 이 지역을 기반으로 VIP 고객을 관리해 왔고, 초고가 소비가 집중되는 특성은 안정적인 임대 수요를 형성해왔다. 생 로랑은 이 지역에 새 플래그십을 개설하면서 고급 부동산 전략을 업계 최정상 범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리모델링 기간만 2년이 소요되었고, 내부에 투입된 예술품과 고가 가구의 가치는 부동산 자산과 별개로 관리되는 투자 대상이다. 그러나 프라임 상권 투자라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자산 증대에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아베뉴 몽테뉴는 부동산 비용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임대료는 파리 최고급 상권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며,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 구성 또한 경험 많은 직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생 로랑의 플래그십은 큐레이션된 가구와 예술품 유지, 전문 인력 투입, 고객별 맞춤 서비스 제공 등 운영 고정비 비중이 상당하다. 이 비용 구조의 현실적인 질문은 비용 증가가 매출 확대로 충분히 상쇄되는지 여부다. 지금까지 명품 산업은 단가 중심의 수익 모델로 이러한 고정비 구조를 방어해왔다. 그러나 최근 명품 소비 환경이 점차 둔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고정비 확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명품 리테일 시장에서는 프라임 상권 내 존재 자체가 브랜드의 문화적 권위와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다. 명품 브랜드는 매장을 판매 공간이 아닌 상징 자산으로 육성하며, 입지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위의 지표가 되었다. 생 로랑의 아베뉴 몽테뉴 플래그십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플래그십은 단순한 소매점 이상의 기능을 목표로 설정되었고, 브랜드의 미학적 가치와 서비스 경험을 최대한 압축하여 상징적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명품 산업 내에서 상징 자산이 항상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 변화하거나 고객 기반이 축소될 경우 프라임 상권 투자는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케어링 그룹의 전략적 위치를 고려해도 이러한 투자 결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케어링 그룹은 구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생 로랑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 보고서에서 케어링 그룹은 생 로랑을 장기 성장엔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프라임 상권 투자를 통해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프라임 상권 확보에는 반드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매장 유지비용 대비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 로랑의 VIP 집중 전략은 매출 변동성을 증가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고정비 중심 모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Saint Laurent Unveils New Flagship on Avenue Montaigne, Paris.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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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관점에서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명품 상권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해왔으나 금리 인상기에는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이 길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난다. 상업용 부동산 자산은 가치 보존에 유리하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비용 대비 수익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생 로랑이 선택한 전략은 시장 상황이 긍정적일 때는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부정적 환경에서는 제한적 고객 기반과 고정비 부담이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쟁 브랜드의 대응 전략은 또 다른 비교 기준으로 작용한다. 에르메스와 샤넬은 파리 내 자사 소유 부지 비중이 높고 임대료 영향이 제한적인 구조를 구축해왔다. 이는 경기 변동 속에서도 부동산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생 로랑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소유 비중이 낮아 시장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아베뉴 몽테뉴 플래그십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인지 여부는 향후 부동산 비용 대비 매출 성과 추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브랜드 자산 관점에서 보면 플래그십은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생 로랑의 경우 창조적 디렉션이 뉴욕·도쿄·서울 등 글로벌 주요 도시로 확장되면서 브랜드 상징성이 강화되어 왔다. 이번 아베뉴 몽테뉴 플래그십이 글로벌 리테일 전략의 전진기지 역할까지 수행할 경우 이는 브랜드 자산 강화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 확장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소비자와의 구매 접점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객별 구매 이력과 관계 자산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여전히 핵심 과제다.

명품 산업은 역사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강화해왔고, 실제로 부동산 자산은 매출이 둔화되는 시기에도 브랜드의 재무 안정성을 제공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고정비 구조는 매출 감소 국면에서 빠르게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생 로랑은 현재 VIP 전략과 프라임 상권 투자라는 두 가지 중대한 선택을 동시에 집행하고 있다. 두 선택 모두 장기적으로 성공할 경우 생 로랑은 상징성 강화와 수익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위험 요소가 결합해 손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생 로랑의 행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생 로랑의 아베뉴 몽테뉴 플래그십은 브랜드의 미래를 상징한다. 높은 투자비용과 제한된 고객 기반이라는 변수 속에서 이 플래그십이 어떤 재무적 결과로 이어질지는 검증 대상이다. 매출 데이터와 비용구조 변화, 고객 재방문율 지표 등이 향후 전략 성패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생 로랑이 선택한 프라임 상권 투자 전략이 브랜드 자산 가치를 높이는 길인지 아니면 조정이 필요한 전략인지 여부는 결국 실질 성과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