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김 규운기자]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2025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금과 보석이다. 정면을 채운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굵은 글자, 입체 장식, 반짝이는 표면이 시선을 붙든다. 하지만 조금만 오래 보면 다른 쪽이 보인다. 이 반지는 화려한 장신구라기보다 한 시즌을 정리한 압축 파일에 가깝다. 숫자와 문구, 경기장의 흙, 선수별 각인, 우승 서사를 한 점의 물건 안에 겹겹이 넣었다. 다저스는 우승의 기쁨을 과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기쁨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만들었다.

이번 반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겉보다 안쪽이다. 상단 구조를 열면 내부에 또 하나의 공간이 나오고, 그 안에는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 홈플레이트 주변에서 채취한 흙이 담겨 있다. 우승 반지가 특별한 이유를 보석의 수나 금의 무게에서만 찾기 어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는 비싸고 오래 남지만, 경기장의 흙은 그날 그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다. 다저스는 가장 값비싼 재료 옆에 가장 소박한 물질을 넣었다. 바로 그 대비가 반지의 성격을 설명한다. 구단이 정말 보존하려 한 것은 보석의 광택이 아니라, 승부가 끝난 현장의 감촉이었다.

반지 바깥과 안쪽을 채운 숫자와 장식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86개의 다이아몬드, 17개의 블루 사파이어, 4,012,470명의 시즌 관중, ‘BACK 2 BACK’ 문구, 선수별 서명은 모두 장식인 동시에 기록이다. 우승은 원래 기록지와 영상, 사진으로 남는다. 다저스는 여기에 한 단계를 더했다. 기록을 착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꾼 것이다. 숫자는 반지 표면으로 올라왔고, 한 시즌의 기억은 금속과 보석 안에 재배열됐다. 경기 결과를 물질로 번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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