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전성진기자]4월 23일로 잡힌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주주 표결은 미국 미디어 업계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1100억달러 규모로 인수하겠다고 나선 뒤 미국 시장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렸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지상파 방송, 케이블 뉴스,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 플랫폼, 광고 판매 조직을 한 회사 안에 다시 묶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가늠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대형 합종연횡이 있었다. 이번 결합이 유난히 크게 읽히는 까닭은 몸집을 불리는 거래가 아니라, 흩어진 가치사슬을 다시 한데 세우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숫자부터 크다. WBD 지분가치는 810억달러로 평가됐고, 거래 종결 목표 시점은 3분기로 제시됐다. 파라마운트가 꺼내 든 조건도 강했다. 넷플릭스가 WBD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자산을 주당 27.75달러, 약 827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파라마운트가 주당 31달러를 내걸자 더 따라붙지 못했다. 파라마운트는 이후 거래 중단 수수료까지 부담했다.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더 좋은 자산을 먼저 집는 경쟁이 아니라, 더 무거운 자산을 감당할 체력과 더 넓은 수익 구조를 갖춘 쪽이 판을 가져가는 경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결합 법인이 품게 될 자산 목록은 미국 미디어 산업의 옛 질서와 새 질서를 한데 보여준다. 파라마운트 쪽에는 파라마운트픽처스와 CBS, MTV, 니켈로디언, BET, 파라마운트+, 플루토TV가 있다. WBD 쪽에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와 HBO, CNN, 디스커버리 채널, TNT, 맥스가 있다. 극장 배급망과 방송 네트워크, 뉴스 채널, 스포츠 자산,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판매 조직, 장르별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한 회사 아래 묶이게 된다. 영화 라이브러리만 1만5000편이 넘고, 왕좌의 게임과 해리포터, 미션 임파서블, 탑건, DC 유니버스 같은 프랜차이즈가 한 지붕 아래 들어간다. 회사 측이 연간 최소 30편의 극장 개봉작 계획까지 내놓은 이유도 여기 있다. 흥행작 몇 편으로 수익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과 배급, 스트리밍, 광고, 2차 유통까지 길게 연결하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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