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전성진기자]미국 안방 TV 화면에서 가장 빨리 늘어난 것은 꼭 비싼 월정액 서비스만이 아니다. 리모컨을 켜면 곧바로 흘러나오는 무료 채널, 장르별로 묶인 영화 채널, 하루 종일 예능 재방송이 이어지는 스트리밍 채널이 빠르게 자리를 넓혔다. 플루토TV와 투비, 삼성 TV 플러스, 로쿠 채널 같은 FAST 서비스가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배경이다. 한때 FAST는 구독형 스트리밍 사이를 메우는 보조 채널쯤으로 여겨졌다. 지금 미국 미디어 업계가 보는 FAST는 다르다. 오래된 콘텐츠를 다시 돈으로 바꾸고, 유료 구독 문턱에서 돌아서는 시청자를 붙잡고, 광고 매출까지 확보하는 핵심 유통망으로 올라섰다.
FAST는 이름부터 시장의 방향을 그대로 품고 있다. 무료이고, 광고가 붙고, 스트리밍으로 흘러간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입 절차와 결제 부담이 낮다. TV를 켜고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월정액에만 기대지 않고 광고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FAST가 커진 자리는 결국 구독형 스트리밍의 한계가 드러난 자리와 겹친다. 제작비와 마케팅비는 계속 뛰는데 가입자 증가세는 예전 같지 않고, 가격을 올리면 해지 위험이 커지는 시장에서 무료 광고 채널은 훨씬 낮은 진입 문턱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비싼 오리지널 시리즈를 앞세워 한꺼번에 시장을 흔드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가진 콘텐츠를 오래 돌리고 넓게 뿌리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미국 미디어 회사들이 FAST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는 오래된 드라마와 예능 재방송, 2선급 영화 라이브러리는 부가 판권이나 케이블 재방송으로 정리하는 자산에 가까웠다. 지금은 그 묵은 콘텐츠가 FAST 안에서 다시 현금 흐름을 만든다. 하루 종일 같은 장르를 묶어 보여주는 채널, 특정 시리즈만 연속 편성하는 채널, 뉴스 클립과 생활정보를 반복 편성하는 채널은 제작비를 새로 들이지 않고도 광고를 붙일 수 있다. 케이블TV 시대에는 채널 번호를 받아야 했던 콘텐츠가 이제는 스트리밍 채널로 곧바로 흘러간다. 창고에 넣어 둔 라이브러리가 다시 돈이 되는 시장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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