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전성진기자]미국 안방에서 벌어지는 스트리밍 경쟁은 더 이상 앱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승부는 리모컨을 켜는 순간 시작된다. TV 화면 맨 앞줄에 어느 서비스가 뜨는지, 무료 채널이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 추천 목록 맨 위에 어떤 프로그램이 걸리는지가 시청 시간을 갈라놓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맥스, 파라마운트+가 치열하게 경쟁해도 이용자 손가락이 닿기 전 단계의 문턱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TV 운영체제, 이른바 TV OS 사업자가 새 권력으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스트리밍 시장의 힘은 콘텐츠 회사에 있었다. 어떤 스튜디오가 강한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지, 어느 플랫폼이 새 시리즈와 영화를 더 빨리 쏟아내는지가 중심 화두였다. 지금 시장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용자가 무엇을 볼지 고르기 전, 어느 화면에서 어떤 순서로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가. 이 첫 관문을 장악한 사업자가 로쿠와 아마존 파이어 TV, 구글 안드로이드 TV, 삼성과 LG의 스마트TV 플랫폼이다. 이들은 단순한 기기 운영회사가 아니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사실상 편성권과 유통권, 광고 노출권을 함께 쥔 문지기에 가깝다.
미국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가 거실 TV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이들의 힘은 더 세졌다. 모바일 화면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앱을 찾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TV 화면은 다르다. 홈 화면 배열과 추천 목록, 기본 탑재 앱, 음성 검색, 자동 재생 예고편이 시청 흐름을 먼저 잡는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작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어느 위치에 앱을 올릴 수 있는지, 기본 탑재가 가능한지, 검색 결과와 추천 목록에서 얼마나 앞줄을 차지하는지가 실제 시청량과 광고 매출에 직결된다. 미국 스트리밍 시장이 콘텐츠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넘어갔다는 말은 바로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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