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화면 추천과 무료 광고형 채널이 소비 경로 좌우… ‘발견 권력’이 승부처로 부상

[KtN 조종식기자]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권력 지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한동안 시장의 중심에는 강력한 제작 역량을 지닌 스튜디오와 인기 지식재산권(IP), 그리고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콘텐츠 자체의 힘이 약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콘텐츠가 어떤 화면에서 먼저 노출되고 어떤 알고리즘을 거쳐 어떤 광고 구조 속에서 소비되는지가 더 무거운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LA)비즈니스센터 보고서는 미국 스트리밍 산업의 경쟁 핵심이 콘텐츠 제작에서 플랫폼·유통·광고·데이터 통합으로 이동했으며, 특히 TV 운영체제(OS)와 FAST가 새로운 유통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 단위가 개별 앱이나 서비스에서 플랫폼 시스템 전체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과거 “누가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가”가 핵심 경쟁 지표였다면, 이제는 “누가 더 강력한 플랫폼 묶음과 유통 통제력을 확보하는가”가 승부를 가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단일 스트리밍 서비스끼리의 대결이 아니라, 콘텐츠와 유통, 광고, 데이터를 한데 묶어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고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통합 플랫폼 경쟁 체계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권력 이동 현상은 소비가 일어나는 마지막 접점인 ‘화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TV 기반의 시청 환경에서 이용자는 더 이상 늘 개별 앱을 직접 찾아 들어가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스마트TV 첫 화면이나 OS가 제공하는 추천 영역에서 콘텐츠를 고르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로쿠, 아마존 파이어 TV, 구글 안드로이드 TV를 비롯해 삼성과 LG의 스마트TV 플랫폼은 단순한 하드웨어 운영체제를 넘어섰다. 보고서는 이들 사업자가 콘텐츠 탐색, 추천, 첫 화면 노출, 광고 배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작품이 어느 홈 화면의 어느 위치에서 발견되느냐까지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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