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147호 전면 발효 앞두고 외국계 플랫폼의 편성·운영 비용 동시 상승
[KtN 전성진기자]넷플릭스는 2024년 12월 베트남 서비스에서 ‘피지컬: 100’, ‘솔로지옥’, ‘투핫’ 등 예능·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외했다. 베트남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이 넷플릭스의 현지 등록 범위를 문제 삼으며 TV 프로그램과 리얼리티쇼 제공 중단을 요구한 뒤 나온 조치였다. 시행령 147호 전면 발효를 앞둔 베트남 OTT 시장에서 외국계 플랫폼의 콘텐츠 편성이 먼저 흔들렸다.
2024년 12월 25일 전면 발효된 시행령 147호는 기존 시행령 72호와 27호를 대체·통합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는 이용자 실명 확인, 서비스 현황 보고, 불법 정보 차단, 수사 협조 의무를 새 기준으로 적용받는다. 베트남 정부는 온라인 사기, 보이스피싱, 가짜 뉴스, 반국가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이용자를 상대로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는 가입 절차, 데이터 관리, 콘텐츠 운영 방식을 다시 손봐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시행령 147호는 이용자 확인 절차부터 바꿨다.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현지 휴대전화 번호나 정부 공인 문서를 통해 계정과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 이동통신망과 가입자 정보를 이미 보유한 현지 통신사 플랫폼은 기존 고객 관리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해외 OTT는 베트남 통신 인프라와 연동되는 인증 시스템을 새로 마련하거나, 현지 파트너를 통해 가입자 확인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베트남 내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사업자 가운데 현지 6개월 평균 월간 방문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거나 베트남 내 데이터 보관 서버 임대 서비스를 사용하는 외국 기업은 서비스 현황과 트래픽 지표를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보고 대상 사업자는 매년 11월 25일까지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콘텐츠를 공급하고 결제를 받는 데서 끝나던 해외 플랫폼의 운영 범위가 현지 당국 보고와 행정 대응까지 넓어졌다.
현지에 지사나 대표사무소를 둔 플랫폼에는 24시간 대응 의무가 붙는다. 베트남 공안부 산하 사이버안보국이 수사 협조를 요구하면 사업자는 24시간 안에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가입자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해외 앱스토어 사업자도 베트남 법령을 위반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당국 요청이 접수될 경우 24시간 안에 플랫폼에서 제거해야 한다. 베트남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외국계 OTT에는 현지 법무, 정책 대응, 기술 운영 조직이 상시 비용으로 올라왔다.
온라인 비디오 게임과 양방향 디지털 콘텐츠 영역도 같은 규제 흐름 안에 들어갔다.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기관과 개인은 베트남 법령에 따라 법인을 세워야 하고, 제공 콘텐츠는 연령 등급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회원국 투자자에게 일부 예외가 있지만,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당국의 개별 심사와 승인 절차가 뒤따른다. 콘텐츠 공개 일정은 현지 인허가, 등급 분류, 행정 승인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넷플릭스의 예능·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외는 단순한 편성 조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콘텐츠 인기도와 가입자 규모만으로 서비스 범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먼저 드러났다. 사업자 등록 형태, 제공 콘텐츠의 성격, 현지 법령상 허용 범위, 당국의 해석이 서비스 목록에 직접 영향을 준다. 영화와 드라마는 서비스되더라도 예능, 리얼리티쇼, TV 프로그램 성격의 콘텐츠는 별도 규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TV360과 FPT Play는 시행령 147호 이후 외국계 OTT보다 짧은 대응 경로를 가진 로컬 플랫폼이다. 비엣텔 산하 TV360은 이동통신 가입자 기반과 결제망을 활용할 수 있다. FPT Play도 FPT의 ICT·통신 인프라와 결합해 서비스를 운영한다. 가입자 인증, 요금 결제, 고객 관리, 당국 요청 대응에서 현지 통신사 기반 플랫폼은 해외 OTT보다 유리한 기반을 갖췄다.
요금 체계에서도 로컬 플랫폼의 우위가 생긴다. 현지 통신사 플랫폼은 통신요금과 OTT 이용권을 묶어 데이터 무과금 혜택이나 결합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해외 OTT 이용자는 월 구독료 외에 모바일 데이터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월정액이 비슷해 보여도 실제 시청 비용은 달라진다. 베트남 OTT 경쟁은 콘텐츠 목록, 가입자 인증, 결제망, 데이터 요금, 규제 대응이 함께 움직이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도 같은 조건 위에서 베트남 진출 방식을 다시 따져야 한다. 완성작을 현지 플랫폼에 판매하는 방식과 독자 OTT 앱으로 직접 가입자를 확보하는 방식은 비용 구조가 다르다. 독자 플랫폼 진출은 실명 인증, 현지 법인, 트래픽 보고, 콘텐츠 삭제 요청 대응, 가입자 데이터 제출 가능성을 직접 부담하는 선택이다. 현지 플랫폼 제휴는 가입자 인증, 결제망, 규제 대응의 상당 부분을 로컬 사업자 인프라에 기대는 방식이다.
CJ ENM과 FPT Play의 예능 포맷 라이선스 계약은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기업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를 보여준다. 완성작을 공급하는 단순 판매보다 포맷 라이선싱, 공동 제작, 현지 오리지널화, 플랫폼 패키지 입점이 규제 부담을 낮추면서 수익 기회를 넓히는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 이용자를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보다 현지 가입자 기반을 가진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이 비용과 속도 면에서 유리해졌다.
시행령 147호는 베트남 OTT 시장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규제가 아니다. 모바일 시청 기반은 넓어지고 있고, 현지 플랫폼의 콘텐츠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외국계 플랫폼이 베트남에서 치러야 할 운영 비용은 높아졌다. 넷플릭스의 서비스 조정은 규제가 콘텐츠 편성 단계까지 닿았음을 먼저 드러냈다.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진출 전략도 작품 판매 가능성만 따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규제 대응, 플랫폼 제휴, 가입자 인증, 결제망, 콘텐츠 심의와 삭제 요청 체계를 함께 계산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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