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0만 불법 이용자와 3억5,000만 달러 손실, 정식 플랫폼 수익화의 최대 변수로 부상
[KtN 전성진기자]베트남에서는 2022년 기준 약 1,550만 명이 불법 스트리밍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3억5,000만 달러로 추산됐다. 베트남 OTT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정식 플랫폼이 거둬야 할 매출의 상당 부분은 불법 유통망에서 새고 있었다.
불법 이용자 규모는 줄지 않을 경우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7년 베트남의 불법 스트리밍 이용자는 약 1,950만 명, 경제적 손실은 약 4억5,600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베트남 VOD 시장 매출이 2024년 5억4,580만 달러에서 2029년 7억7,470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불법 스트리밍 손실 규모는 정식 시장의 성장 전망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현지 불법 영화 사이트 200여 곳은 월 약 1억2,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불법 축구 중계 사이트 70여 곳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방문 15억 회 이상을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축구, 음악, 모바일 게임까지 불법 유통의 범위가 넓다. 베트남 OTT 사업자들이 유료 구독자를 늘리더라도, 같은 콘텐츠를 무료로 보는 경로가 열려 있으면 정식 결제 전환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TV360을 통해 공개된 베트남 영화 ‘Mua Do’는 배포 몇 시간 만에 수백 개 사이트에서 무단 복제·유통됐다. 영화 ‘Tho Oi!!’도 극장 개봉 직후 상영관에서 녹화돼 며칠 만에 불법 플랫폼에 올라왔다. 불법 유통은 단순한 개인 공유 수준을 넘어 빠른 복제, 사이트 확산, 광고 수익 연결까지 갖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현지 플랫폼에는 치명적인 손실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2026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을 지식재산권 보호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우선협상대상국은 미국이 지식재산권 보호와 집행에서 가장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는 국가군이다. 베트남 OTT 시장의 불법 스트리밍 문제는 현지 산업 내부 사안을 넘어 통상 압박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콘텐츠 불법 유통은 플랫폼 매출만 갉아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 간 통상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쟁점이 됐다.
베트남 총리실은 2026년 5월 특별 공문을 통해 공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범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저작권 침해 단속 캠페인을 지시했다. 집중 단속은 5월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고, 2025년 5월보다 저작권 위반 처리 건수를 최소 2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가 붙었다. 단속 대상은 영화, 음악, 모바일 게임 불법 유통 사이트였다. 서버 폐쇄, 광고 수익금 추적, 결제 계좌 확인, 형사 처벌 강화가 함께 추진됐다.
단속 방식도 과거보다 구체화됐다. 불법 사이트 주소를 막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배후 서버와 광고 수익 흐름, 결제 계좌까지 추적하는 방식으로 옮겨갔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무료 시청자를 모아 광고 수익을 얻고, 일부는 결제나 후원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만든다. 서버만 차단하면 새 주소로 옮겨갈 수 있지만, 광고와 결제 흐름을 끊으면 불법 운영자의 수익 기반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베트남 저작권 당국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링크 자동 탐지, 콘텐츠 핑거프린팅, 저작권 보호 기술 도입을 강화하고 있다. 영상 파일의 고유 특징을 식별해 무단 업로드를 찾아내고, 불법 링크 확산을 빠르게 추적하는 방식이다. 정식 OTT 플랫폼에는 이런 기술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수익 보호 장치가 되고 있다. 콘텐츠를 확보하는 비용이 커질수록 불법 유통을 줄이는 기술 역량도 플랫폼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불법 스트리밍 단속은 정식 OTT 플랫폼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준다. 단속이 지속되면 무료 불법 시청자가 정식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권, 한국 드라마,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려는 이용자가 합법 서비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반대로 단속 효과가 일시적이면 불법 사이트는 주소를 바꾸고 다시 이용자를 모은다. 유료 전환은 단속의 강도보다 지속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
TV360, FPT Play, VieON 같은 로컬 플랫폼은 불법 스트리밍 단속의 직접 수혜자가 될 수 있다. TV360은 통신요금 결합과 데이터 무과금 혜택으로 접근성을 낮췄고, FPT Play는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으로 결제 이유를 만들었다. VieON은 베트남어 오리지널 콘텐츠와 현지화 예능으로 자국 시청자층을 붙잡고 있다. 불법 유통망이 약해질수록 이런 정식 플랫폼의 유료 구독 전환 가능성은 커진다.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는 단속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불법 축구 중계 사이트 70여 곳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방문 15억 회 이상을 기록했다는 추산은, 프리미엄 스포츠 IP가 얼마나 쉽게 불법 유통망으로 빠져나갔는지 보여준다. FPT Play가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권에 큰 비용을 투입하고, TV360이 AFC 주관 대회와 e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는 흐름은 불법 중계 차단 없이는 수익성을 지키기 어렵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도 베트남의 저작권 단속은 중요한 변수다. 한국 드라마, 예능, 음악, e스포츠 IP가 베트남 플랫폼에 공급되더라도 불법 유통이 빠르게 퍼지면 정식 판권의 가치가 낮아진다. 콘텐츠를 파는 기업은 방영권 계약만 볼 것이 아니라, 현지 플랫폼이 불법 복제 방지 기술과 모니터링 체계를 얼마나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베트남 진출 계약에서 저작권 보호, 불법 링크 차단, 무단 업로드 대응, 수익 손실 보전 조건은 더 중요한 협상 항목이 되고 있다.
완성작 판매 중심의 진출 방식도 저작권 단속 흐름 안에서 다시 계산돼야 한다. 작품을 공급한 뒤 불법 유통이 퍼지면 정식 플랫폼의 가입자 유입 효과는 줄어든다. 포맷 라이선싱이나 공동 제작은 현지 플랫폼이 제작과 송출, 권리 관리에 더 깊게 관여하는 방식이다. 베트남 플랫폼이 권리 보호에 직접 이해관계를 갖는 구조에서는 불법 유통 대응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와 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는 이 대목에서 배경으로 들어온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베트남에서 저작권 보호, 현지 단속 협력, 플랫폼 계약, 기술 협력을 확보하려면 민간 기업의 협상만으로는 부족한 영역이 생긴다. 재외공관과 관계 부처의 저작권 외교, 통상 협의, 현지 당국과의 협력 채널은 해외 진출 콘텐츠의 수익을 지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문화 교류가 행사와 홍보에 머물지 않고 권리 보호와 시장 질서 정비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베트남 OTT 시장의 유료화는 이용자 증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불법 스트리밍을 줄이고, 정식 플랫폼의 결제 이유를 높이며, 프리미엄 콘텐츠의 권리를 지켜야 수익화가 가능해진다. 1,550만 불법 이용자와 3억5,000만 달러 손실은 베트남 OTT 시장이 성장하는 동시에 얼마나 큰 누수를 안고 있는지 드러낸다.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진출도 이 누수를 피할 수 없다. 작품 판매, 포맷 수출, 공동 제작, e스포츠 IP 공급은 모두 현지 저작권 보호 체계와 함께 움직일 때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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