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베트남’·‘1박 2일 베트남’ 이후 완성작 수출에서 현지 제작 협력으로 이동

베트남 OTT 재편, K콘텐츠의 새 진입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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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전성진기자]VieON은 베트남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 닷비엣VAC(DatVietVAC) 산하 OTT 플랫폼이다. TV360과 FPT Play가 통신망과 스포츠 중계권으로 가입자를 붙잡는 동안, VieON은 베트남어 오리지널 콘텐츠와 현지화 예능으로 시청자층을 넓혔다. 한국 콘텐츠가 베트남 시장에서 소비되는 방식도 이 흐름 안에서 달라졌다. 완성작을 들여와 자막을 붙이는 단계를 넘어, 한국 예능 포맷을 베트남 스타와 언어, 가족 정서, 현지 유머에 맞게 다시 제작하는 방식이 힘을 얻었다.

VieON은 2025년 기준 누적 7,200만 대 이상의 기기에서 쓰였고, 월평균 활성 이용자는 약 500만 명으로 제시됐다. 넷플릭스, TV360, FPT Play, Galaxy Play가 함께 경쟁하는 베트남 OTT 시장에서 VieON은 통신요금 결합이나 해외 스포츠 중계권보다 현지 콘텐츠 기획력에 더 무게를 뒀다. 베트남 시청자가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 가족 관계, 세대 감각, 대중음악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가 플랫폼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복면가왕 베트남’은 VieON의 현지화 전략을 설명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한국 MBC 예능 ‘복면가왕’의 기본 포맷은 유지하되, 출연자, 심사 방식의 분위기, 음악 선곡, 진행 감각은 베트남 시청자에 맞춰 바뀌었다. 시즌2 기준 틱톡 해시태그 조회 수가 약 13억 회에 달할 정도로 온라인 화제성도 컸다. 방송 플랫폼 안의 시청률이나 조회 수에만 머물지 않고, 짧은 영상과 팬덤 반응이 소셜미디어로 확산되는 방식까지 함께 작동했다.

‘1박 2일 베트남’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한국 KBS 예능 ‘1박 2일’의 여행·게임·출연자 관계 형식을 가져오면서도, 베트남 지역성과 현지 출연진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시 구성했다. 한국 예능의 제작 문법은 베트남 안에서 새로운 지역 콘텐츠가 됐다. 베트남 시청자는 한국 원작의 이름값만 소비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어로 웃고 베트남 스타의 관계를 따라가며 자국 예능으로 받아들였다.

이 변화는 K콘텐츠의 베트남 진출 방식에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완성작은 여전히 베트남 OTT의 주요 라이브러리 자산이다. 송중기 주연 ‘재벌집 막내아들’이 TV360에서 베트남 독점 송출된 흐름처럼, 인기 작품의 직접 공급은 초기 트래픽과 가입자 유입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완성작 판매는 플랫폼의 장기 경쟁력과 현지 제작 생태계까지 함께 키우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작품 한 편의 인기는 빠르게 올라갈 수 있지만, 현지 플랫폼 안에 반복 제작 가능한 IP를 남기지는 못한다.

VieON이 보여준 방향은 다르다. 한국 예능 포맷은 베트남 제작진과 출연진을 거쳐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로 다시 만들어졌다. 원작의 기획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언어, 음악, 유머, 인물 관계, 편집 호흡은 베트남 시장에 맞게 달라졌다. 포맷 라이선싱과 공동 제작은 한국 기업에 방영권 판매와 다른 수익 경로를 열고, 베트남 플랫폼에는 자체 콘텐츠처럼 운영할 수 있는 현지 IP를 제공한다.

베트남 OTT 시장의 규제 환경도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을 키운다. 2023년 시행된 법령 71호는 OTT와 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방송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했고, 제공 콘텐츠의 편집, 연령 등급 분류, 번역 의무를 요구했다. 2024년 말 전면 발효된 시행령 147호는 플랫폼 운영 단계에서 실명 인증, 서비스 현황 보고, 불법 정보 차단, 수사 협조 의무를 부과했다. 외국계 사업자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할수록 콘텐츠 유통과 플랫폼 운영 양쪽에서 행정 부담이 커진다.

현지 플랫폼과의 협력은 이런 부담을 낮추는 통로가 된다. VieON처럼 이미 베트남 이용자 기반과 제작 네트워크를 가진 플랫폼에 한국 포맷이 들어가면, 한국 기업은 현지 가입자 인증과 결제, 당국 대응 체계를 직접 떠안지 않아도 된다. 베트남 플랫폼은 검증된 한국 예능의 기획 구조를 활용해 현지 오리지널을 만들 수 있다. 양쪽 모두 완성작 수입보다 더 긴 수익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VieON의 자체 오리지널 드라마와 예능도 현지 플랫폼의 경쟁 방식을 바꾸고 있다. ‘Cay Tao No Hoa’, ‘Giac Mo Cua Me’, ‘7 Nam Chua Cuoi Se Chia Tay’ 등 베트남 가족 정서와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 감각을 담은 작품들이 시청자층을 모았다. 해외 대작이 많은 OTT 시장에서도 베트남어로 제작된 가족·연애·생활형 콘텐츠는 자국 시청자에게 다른 접점을 만든다. 로컬 플랫폼의 강점은 해외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현지 시청자가 자신의 언어와 관계를 발견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꾸준히 공급하느냐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VieON은 베트남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북미 등 해외에 사는 베트남 동포를 겨냥해 ‘VieON Global’을 30여 개국에 내놓으며 해외 시장으로도 나갔다. 출시 당시에는 해외 유료 구독자 5만 명 확보와 베트남어 콘텐츠 80% 이상 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베트남 콘텐츠가 해외 동포 시장에서 유료 구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사업이었다. 베트남어 오리지널 콘텐츠는 내수용에 그치지 않고, 해외 베트남 커뮤니티를 향한 문화 상품으로도 쓰이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이 흐름이 더 분명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작품의 인기는 진입의 출발점일 뿐이다. 현지 플랫폼이 필요로 하는 것은 베트남어로 다시 만들 수 있고, 현지 출연진과 제작진이 반복 제작할 수 있으며, 짧은 영상과 팬덤 반응으로 확산될 수 있는 IP다. 한국 예능 포맷, 음악 경연, 여행 예능, 가족 관찰형 프로그램, 게임형 버라이어티는 베트남 플랫폼 안에서 현지 오리지널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CJ ENM과 FPT Play의 예능 포맷 라이선스 계약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제작사의 기획력과 베트남 플랫폼의 송출망, 자본, 시청자 접점이 결합하면 완성작 판매보다 더 깊은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한국 기업은 포맷과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고, 베트남 플랫폼은 현지 출연자와 제작 환경을 붙인다. 작품의 국적은 한국에서 출발하지만, 시청 경험은 베트남 안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와 정책펀드 확대 흐름도 이 지점에서 배경으로 읽힌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해외 플랫폼과 공동 제작, 포맷 수출, 현지 오리지널 개발에 나서려면 원천 IP를 보유하고 협상에 버틸 자금력이 필요하다. 정책 자금이 단순 제작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IP 확보, 포맷 개발, 해외 공동 제작, 저작권 보호 체계로 이어질 때 베트남 시장에서 실제 협상력으로 바뀔 수 있다.

VieON은 2026년 베트남 OTT 시장에서 현지화가 어떤 방식으로 플랫폼 경쟁력이 되는지 보여주는 축이다. TV360은 통신망으로, FPT Play는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으로 이용자를 묶었다. VieON은 베트남어 오리지널과 현지화 예능으로 자국 시청자층을 붙잡았다. 한국 콘텐츠의 베트남 진출도 이 흐름을 비껴가기 어렵다. 완성작을 파는 방식만으로는 플랫폼의 장기 전략 안에 들어가기 어렵고, 포맷과 IP를 현지 제작 생태계 안에서 다시 살리는 협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