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중성미자·태양의 움직임을 빛과 영상으로 전환…약 40점과 5부 구성, 아카이브로 기술의 계보까지 복원

Mori Art Museum Announces Mariko Mori’s First Major Japan Retrospective in Over 20 Years. 사진=Mori Art Museum Toky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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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민정기자]길이 11.34m, 폭 4.93m의 유선형 구조물 안에 관람객 세 명이 눕는다. 머리 주변에 설치된 장비가 뇌파를 측정하고, 실시간 컴퓨터 그래픽은 세 사람의 신체 정보를 하나의 영상으로 바꾼다. 모리 마리코(Mariko Mori)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제작한 ‘Wave UFO’다. 2003년 뉴욕 전시에서는 세 명씩 내부에 들어가 작품을 체험했으며, 2026년 도쿄 전시에서도 제한된 인원에게 내부가 개방된다.

도쿄 모리미술관은 2026년 10월 31일부터 2027년 3월 28일까지 회고전 ‘모리 마리코: 올 댓 샤인스(Mariko Mori: All That Shines)’를 연다. 도쿄도현대미술관의 2002년 ‘퓨어 랜드(Pure Land)’ 이후 일본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사진과 영상, 드로잉, 조각, 대형 인터랙티브 설치 등 약 40점이 출품되며, 1990년대 초기 작업부터 2025년 설치작까지 30여 년의 활동을 5개 부문으로 나눈다.

‘올 댓 샤인스’는 관람객을 빛과 영상으로 둘러싸는 데서 끝나는 몰입형 전시와 다른 방향을 택했다. 대형 설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체험의 강도를 작품의 연대기 안에 묶는다. 1990년대에는 작가의 몸이 이미지 제작의 중심에 있었고, 2000년대에는 관람객의 뇌파와 우주 관측 데이터가 작품을 작동시켰다. 최근 작업에서는 미술관 밖 자연환경과 천체의 움직임까지 전시 안으로 들어온다.

1994년 ‘Play with Me’에는 은빛 의상과 긴 가발을 착용한 인물이 일본 게임 매장 앞에 서 있다. 애니메이션과 비디오게임, 코스프레, 패션에서 가져온 외형이 일상의 도시 공간과 충돌한다. 1995년 ‘Birth of a Star’와 1994~1995년 ‘Cyborg’ 연작에서도 모리 마리코는 자신의 몸을 미래의 여성형 인물로 꾸미고 촬영했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기술은 없지만, 의상과 자세, 촬영 장소, 디지털 이미지 처리를 거친 작가의 몸 자체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드러내는 매체로 기능한다.

초기 작업에서 관람객은 완성된 인물을 바라보는 위치에 머문다. 소비 공간에 들어선 사이보그 형상의 여성은 주변 인물과 분리돼 있고, 강한 색채와 인공적인 재질은 대중문화가 생산한 미래상을 압축한다. 화려한 외관만 떼어내면 1990년대 일본의 게임·애니메이션 문화에 대한 낙관적인 이미지로 읽힐 수 있지만, 실제 작품에는 여성 신체의 상품화와 정체성의 연출, 인간과 인공물의 경계가 함께 놓여 있다.

전시는 ‘Play with Me’에서 불교 도상에 기초한 ‘Esoteric Cosmos’ 연작과 영상 설치 ‘Link’로 이어진다. 도시의 사이보그는 외딴 자연과 성소를 배경으로 한 초월적 인물로 바뀐다. ‘Link’에서는 투명한 캡슐 안에 누운 작가의 모습이 고대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13개 장소와 결합한다. 초기의 사회적 역할과 젠더를 다룬 이미지가 생과 사, 윤회, 의식의 문제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Mori Art Museum Announces Mariko Mori’s First Major Japan Retrospective in Over 20 Years. 사진=Mori Art Museum Toky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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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UFO’에 이르면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가 달라진다. 거대한 구조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내부에 들어간 관람객의 뇌파가 영상의 재료가 되고, 참여자 세 명의 신체 정보가 하나의 시각 경험으로 결합한다. 작가가 연출한 사이보그 신체를 바라보던 관람객이 직접 측정 대상이 되는 셈이다.

Mori Art Museum Announces Mariko Mori’s First Major Japan Retrospective in Over 20 Years. 사진=Mori Art Museum Toky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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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UFO’는 뇌파 인터페이스와 비전 돔, 프로젝터, 컴퓨터 시스템, 유리섬유, 아크릴, 탄소섬유, 알루미늄 등을 결합한 대형 설치다. 기술은 작품 외관을 미래적으로 꾸미는 부품에 머물지 않는다. 관람객의 생체정보를 받아들이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뇌 활동을 영상으로 번역하며, 서로 분리된 세 사람의 데이터를 같은 공간에 배치한다. 체험형 전시의 중심이 버튼을 누르거나 몸을 움직여 즉각적인 반응을 얻는 방식에서 신체 내부의 상태를 작품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옮겨간다.

약 20년 전에 제작된 ‘Wave UFO’가 2026년 회고전의 대표작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새 장비와 최신 영상기술만으로 몰입감을 경쟁하는 전시와 달리, ‘올 댓 샤인스’는 기술이 처음 작품에 들어왔던 시점과 당시 기술이 품었던 세계관을 함께 제시한다. 관람객이 참여하는 전시를 신기한 장치의 집합으로 소비하지 않고, 미디어아트가 신체와 의식을 어떤 방식으로 다뤄왔는지를 살피는 역사적 대상으로 돌려놓는다.

Mori Art Museum Announces Mariko Mori’s First Major Japan Retrospective in Over 20 Years. 사진=Mori Art Museum Toky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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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Tom Na H-iu’에서는 작품을 움직이는 정보가 인간의 몸 밖으로 나간다. 높이 3.27m의 유리 조각은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중성미자 관측시설인 슈퍼카미오칸데의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빛을 낸다. 태양과 지구 대기, 먼 우주의 초신성에서 발생한 중성미자가 감지되면 발광 패턴이 달라진다. 관람객의 뇌파를 시각화했던 ‘Wave UFO’에서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우주 현상을 빛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측정 범위가 넓어진다.

‘Play with Me’, ‘Wave UFO’, ‘Tom Na H-iu’를 차례로 놓으면 전시의 체험 구조가 선명해진다. 첫 단계에서는 작가의 몸이 촬영된 이미지로 남고, 다음 단계에서는 관람객의 몸이 실시간 정보원이 되며, 이후에는 우주의 입자가 작품에 입력된다. 감상의 단위도 바라보기, 내부 진입, 생체 측정, 천체 현상의 감지로 바뀐다. 약 40점을 연도순으로 배열한 이유는 양식의 변화보다 작품에 들어오는 정보와 참여자의 범위가 확장되는 과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2025년 뉴욕에서 처음 공개된 ‘Shrine’은 실크와 알루미늄, 목재, 이색성 코팅 아크릴 조각 등으로 구성된 폭 9.2m의 설치다. 반투명 직물과 중앙 조각, 빛의 원형 구조가 전시실 전체를 하나의 환경으로 만든다. 작품 한 점을 독립된 조각으로 제시하기보다 조도와 거리, 관람객의 이동을 구성 요소로 끌어들인다.

Mori Art Museum Announces Mariko Mori’s First Major Japan Retrospective in Over 20 Years. 사진=Mori Art Museum Toky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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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설치의 외형은 초기의 사이보그 이미지보다 차분해졌지만 기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빛을 반사하고 분산하는 재료, 관람객을 에워싸는 직물 구조, 동선을 제한하는 공간 배치가 감각을 조절한다. 기계 장치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대신 전시 환경 전체에 흩어져 작동한다. ‘올 댓 샤인스’가 제시하는 몰입은 강한 영상과 음향의 집중보다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 빛의 변화, 머무르는 시간에 가까워진다.

미술관 밖에 설치된 작업도 새 대형 LED 영상으로 전시장에 들어온다. 미야코섬의 ‘Primal Rhythm: Sun Pillar’,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Ring: One with Nature’, 미야코섬 작업실에서 바라본 바다가 영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자연 지형과 태양의 위치에 맞춰 제작된 장소특정적 조각을 미술관 안으로 그대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이 놓인 환경과 시간의 변화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장소특정적 작업을 영상으로 옮길 때는 간극도 생긴다. 미야코섬의 바람과 햇빛, 브라질 폭포 주변의 지형은 전시장 LED 영상과 같을 수 없다. 대형 영상은 멀리 떨어진 작품을 한자리에서 확인하게 하지만, 작품이 자연환경과 맺는 물리적 관계는 기록 이미지로 압축된다. 전시가 영상의 규모를 키우는 데 머무를지, 설치 장소의 지형과 제작 과정, 현지 공동체와의 협업까지 설명할지는 개막 이후 확인할 부분이다.

‘올 댓 샤인스’는 감각적 설치 옆에 아카이브와 스튜디오를 독립 부문으로 둔다. 초기 모델 활동 사진과 설치 기록, 퍼포먼스 영상, 출판물, 전시평뿐 아니라 드로잉과 아이디어 스케치, 연구 노트, 참고 서적, 작가가 수집한 고대 유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완성된 작품의 빛과 형태만 제시하지 않고 제작 이전의 조사와 판단, 기술 협업의 근거를 함께 배치한다.

아카이브는 회고전의 부록이 아니라 몰입형 설치가 시각적 효과로만 소비되는 것을 막는 장치에 가깝다. ‘Tom Na H-iu’가 빛나는 순간만으로는 슈퍼카미오칸데 데이터와 작품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고, ‘Shrine’의 반투명 구조만으로는 조몬 유적과 일본 신화, 자연 암석에 대한 조사를 확인할 수 없다. 연구 노트와 스케치가 충분히 제시될 경우 관람객은 기술의 작동 결과뿐 아니라 작가가 기술을 선택한 이유와 개념이 형성된 과정까지 따라갈 수 있다.

전시의 중심 체험인 ‘Wave UFO’ 내부 관람은 제한된 인원에게만 제공된다. 사전 신청과 별도 요금이 필요하며 예약 개시일, 체험료, 신청 방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같은 전시장에 입장한 관람객도 외부에서 구조물을 보는 경험과 내부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경험으로 나뉜다. 대형 인터랙티브 작품의 안전과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방식이지만, 회고전의 대표작을 어느 정도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는 관람 만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대형 구조물과 발광 조각이 초기 사진 작업보다 많은 공간과 시선을 차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Wave UFO’와 ‘Tom Na H-iu’, ‘Shrine’의 외형이 전시의 대표 이미지로 부각될수록 1990년대 작품에 담긴 젠더와 소비문화, 포스트휴먼에 대한 비판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연대기적 구성과 아카이브가 맡을 역할은 후기의 ‘오네스(Oneness)’ 개념으로 30년 작업을 매끄럽게 통합하는 일이 아니라, 초기의 사회적 긴장과 후기의 우주적·정신적 관심 사이에 놓인 변화와 단절을 구체적으로 남기는 데 있다.

‘올 댓 샤인스’가 예고한 전시 트렌드는 몰입형 기술의 대형화보다 체험과 연구의 결합에 가깝다. 작가가 연출한 몸, 관람객의 뇌파, 중성미자 관측 데이터, 태양의 움직임을 하나의 연대기 안에 놓고, 아카이브를 통해 제작 근거를 보완한다. 전시는 2026년 10월 개막을 앞두고 있으며 국제 운송 상황 등에 따라 출품작과 구성이 바뀔 수 있다. 내부 체험의 예약 규모와 요금, 초기 작업과 대형 설치에 배정되는 실제 공간이 발표된 기획을 어느 수준까지 구현할지에 따라 회고전의 성격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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