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김으로 넓어진 시장, 전통 원료를 담은 간식형·선물형 제품으로 소비 범위 확대
[KtN 박준식기자]인천국제공항 판판면세점에 제품을 내놓은 ㈜해담은 배즙과 홍삼스틱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먼저 선택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판매에서는 홍삼의 형태가 남은 대추홍삼절편을 찾는 구매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마시기 쉬운 제품보다 홍삼이라는 원료가 직접 드러나는 절편이 선택됐다는 해담의 경험은 K푸드 소비가 익숙한 맛과 간편한 포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생산된 원료, 제품의 형태, 지역을 담은 이야기도 외국인이 식품을 고르는 기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수현 해담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액상이나 스틱형 제품이 더 익숙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공항에서는 홍삼의 형태가 남은 절편을 찾는 구매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조리 편의에서 즉시 섭취로
라면과 즉석밥, 냉동식품은 조리 시간을 줄이며 K푸드의 접근성을 넓혔다. 최근에는 조리조차 필요 없는 간식형 제품이 관광객과 해외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포장을 열어 바로 먹을 수 있고, 한 번에 섭취할 양이 나뉘어 있으며, 이동 중에도 보관하기 쉬운 제품이다.
공항과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식품은 일반적인 간편식과도 조건이 다르다. 출국을 앞둔 여행객은 제품의 맛과 가격뿐 아니라 여행가방에 들어가는 크기, 무게, 보관 기간, 포장 상태를 함께 살핀다. 현지에 돌아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 줄 수 있는지도 구매에 영향을 준다.
홍삼절편은 홍삼을 얇게 자른 형태를 유지하면서 포장을 열어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전통 원료와 간식형 소비 방식이 한 제품 안에서 만난 셈이다. 홍삼을 달이거나 농축액의 섭취량을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기존 홍삼 제품과 다른 소비 방식을 만든다.
맛만큼 중요해진 원료의 설명력
해외 소비자에게 이미 알려진 라면과 김은 제품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 길지 않다. 홍삼이나 대추, 생강, 배처럼 한국 식문화와 연결된 원료는 다르다. 어떤 원료인지, 어떤 방식으로 먹는지, 기존 식품과 무엇이 다른지를 짧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원료의 형태가 남은 식품은 설명의 부담을 줄인다. 홍삼절편은 주원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대추 추출액을 넣었다는 제품명도 맛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분말이나 농축액처럼 성분표만으로 원료를 이해해야 하는 제품과 다른 부분이다.
지역명도 제품 설명의 일부로 들어온다. 경산 대추, 제주 감귤, 보성 녹차처럼 산지가 제품명에 붙으면 한국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식재료와 생산지가 존재한다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지역명은 산지 이름만으로 구매를 끌어내기 어렵다. 지역 원료가 맛과 향, 식감, 제조 방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함께 전달돼야 한다.
해담은 경산 대추 추출액을 홍삼절편의 단맛과 식감을 조정하는 원료로 사용했다. 경산이라는 지명이 포장에 붙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제품 개발 방식과 연결된 구조다.
건강 이미지를 둘러싼 상품 경쟁
K푸드의 소비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통 건강 원료를 활용한 식품도 라면이나 과자와 다른 시장을 만들고 있다. 홍삼과 대추, 배, 생강 등은 한국 식문화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원료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맛과 섭취 방식, 가격, 표시 정보가 함께 경쟁한다.
건강 이미지만으로 지속적인 구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원재료와 함량, 당류, 열량, 식품 유형, 섭취 방법을 비교한다. 일반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구분해 전달하는 포장과 상품 설명도 중요하다.
전통 원료를 활용한 제품은 익숙하지 않은 맛을 낮추는 방식도 필요하다. 홍삼절편에 대추 추출액을 넣거나, 배와 홍삼을 음료로 결합하는 방식은 원료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접하기 쉬운 맛과 형태를 찾는 과정이다.
제품 개발의 방향도 ‘한국적인 맛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와 ‘현지 소비자가 익숙한 맛으로 조정할 것인가’ 사이에서 갈린다. 원료와 제조 방식까지 바꾸면 제품의 지역성이 약해질 수 있고, 전통성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첫 구매 이후 반복 소비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기념품 구매와 반복 소비 사이
공항에서 구매한 K푸드는 관광객의 여행 경험과 결합한다. 한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 선물하기 좋은 포장, 지역 원료가 구매 이유가 된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다시 찾는 상품이 되려면 다른 유통 조건이 필요하다.
제품명을 검색했을 때 구매처가 바로 나와야 하고, 외국어 상품 정보와 해외 결제, 배송 체계가 연결돼야 한다. 현지 수입 규정과 식품 표시 기준을 통과한 판매망도 필요하다. 공항에서 한 차례 팔린 기념품과 해외에서 반복 구매되는 소비재 사이에는 별도의 유통 과정이 놓여 있다.
해담의 매출은 그동안 대면 영업과 거래처 판매 등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었다. 인천공항 입점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는 접점은 마련됐지만, 귀국 후 다시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과 해외 유통은 구축 단계에 있다.
엄 대표는 “대면 영업만으로 거래처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검색했을 때 상품 정보와 구매처가 함께 나올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함과 건강 이미지, 원료의 가시성, 지역성은 각각 떨어진 유행이 아니다. 한국의 식재료를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여행 중에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포장한 뒤, 귀국 후 구매까지 연결하는 하나의 소비 구조다.
홍삼절편을 찾은 공항 구매가 일회성 기념품을 넘어 반복 소비로 이어지는지는 온라인 주문과 해외 배송, 현지 유통에서 갈린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처음 접한 지역 식품을 귀국 뒤에도 구매할 수 있는지가 K푸드 소비 범위를 넓히는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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