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구리·리튬 협력문서 체결, 메르코수르 협상 재개 추진…광산 지분·구매량·발효 시점은 후속 협의로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대통령은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차례로 방문했다. 브라질에서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전략광물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광물자원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와는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의 연내 재개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칠레와는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 협의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남미 3개국은 같은 자원국이지만 한국이 확보한 협력 수단은 서로 다르다. 브라질에서는 정상 간 신뢰와 전략산업 협력, 칠레에서는 FTA와 광물·해양 규범, 아르헨티나에서는 가동 중인 리튬 사업과 원유·조세 협정을 앞세웠다. 광산을 직접 매입하거나 구매 물량을 확정한 순방이 아니라 정부 간 협의체를 복원하고 한국 기업이 개별 사업에 들어갈 정책 통로를 넓힌 일정이었다.
7월 31일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동선은 자원외교와 통상외교를 함께 묶었다. 광물 공급국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데 머물지 않고 현지 투자와 정제·가공, 에너지 도입, 시장 접근, 이중과세와 검역 절차를 함께 다루는 방식이다. 발표된 문서가 구매계약과 투자 결정, 발효된 협정으로 이어질 때 남미 순방의 경제효과를 계산할 수 있다.
브라질, 희토류 협력에 현지 부가가치와 기술이전 결합
7월 27일 브라질리아 아우보라다궁에서 열린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는 2026~2029년 행동계획을 보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에너지·산업기술·우주·사이버보안·교육·체육·영화 분야 7건의 양해각서와 핵심전략광물 공동성명도 체결됐다.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의 탐사·가공·연구개발 사업을 발굴하고 공급망 전 과정의 투자 기회를 넓히는 내용이다.
한·브라질 공동성명은 기술이전과 브라질 안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을 협력 방향에 포함했다. 원광을 채굴해 한국으로 보내는 구조보다 현지 정제·가공과 인력양성, 연구개발을 함께 요구하는 브라질 산업정책이 반영됐다. 한국 기업이 장기 물량을 확보하려면 현지 투자와 기술협력, 환경 기준을 포함한 사업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동성명에는 특정 광산과 한국 기업의 지분, 연간 구매량, 가격 산식, 착공·가동 시점이 적혀 있지 않다. 정부가 광물 정책과 투자정보를 교환하고 기업 진출을 지원할 근거를 만들었지만 공급 물량을 보장한 문서는 아니다. 희토류 광산에서 분리·정제와 영구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중간공정을 어느 나라에 둘지도 후속 사업의 수익성과 공급 안정성을 좌우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1년 동안 다섯 차례 만났고 5개월 사이 상호 방문을 마쳤다.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공통점이 정상 간 접촉을 늘리는 기반이 됐다. 브라질은 10월 4일 대통령선거 1차 투표와 10월 25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정상 간 관계가 2026~2029년 행동계획과 경제·통상위원회, 기업계약과 예산으로 옮겨가야 2027년 1월 새 정부 출범 뒤에도 사업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칠레, 구리·리튬에 FTA 현대화와 해양협력 접목
7월 30일 산티아고 모네다궁에서 열린 한·칠레 정상회담에서는 광물자원 파트너십, 투자협력, 극지연구, 해양안전·안보, 치안 분야 5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한국 대통령의 칠레 공식 방문은 11년 만이었다. 올해 출범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 정부와 광물 공급망, FTA, 2028년 유엔해양총회 공동 개최를 한 묶음으로 논의했다.
칠레는 구리와 리튬을 보유한 자원국이면서 한국이 처음 FTA를 체결한 국가다. 광물 협력과 상품·서비스 시장 접근, 디지털·환경 규범을 같은 통상 틀에서 다룰 기반이 이미 있다. 양국이 자유무역위원회를 10년 만에 다시 열기로 한 합의는 정체된 제도 협의를 정상 차원에서 되살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칠레 FTA 현대화는 이번 순방에서 처음 시작된 협상이 아니다. 2018년 11월 첫 협상 뒤 2024년 4월까지 9차례 협상이 열렸다. 상품 추가 개방과 무역원활화, 노동·환경·성평등·협력 규범이 논의돼 왔다. 자유무역위원회 재가동 뒤 차기 협상 날짜와 미타결 분야, 타결 목표 시점이 정해져야 제도 개선의 속도를 판단할 수 있다.
칠레 광물사업에는 수자원과 환경비용이 들어간다. 세계 리튬 생산의 절반 이상은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에 몰려 있고, 칠레 구리 생산의 약 80%는 물 부족·건조 지역의 광산에서 나온다. 담수화 설비와 수자원 관리는 생산단가와 지역사회 협의, 가동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광물자원 MOU가 개별 사업으로 넘어가면 물 사용량과 환경영향평가, 정제공정의 에너지 조달비용이 투자조건에 포함된다.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의 한국·칠레 공동 개최는 2025년 6월 이미 확정됐다. 정상회담에서는 개최권을 새로 확보한 것이 아니라 준비 공조와 해양·남극 협력을 재확인했다. 공동 개최 의제와 재원, 양국 분담 계획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다자외교 협력의 범위가 구체화된다.
아르헨티나, 기존 리튬사업에 원유·조세협력 추가
7월 3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카사 로사다에서 열린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은 한국 대통령의 22년 만의 양자 방문이었다.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양국 최초의 자원 분야 정부 간 문서인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리튬 탐사·채굴과 투자제도 정보를 교환하고, 구리 등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광권을 인수했고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염수리튬 생산시설을 건설해 2024년 말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정상회담은 신규 사업을 처음 만든 일정이라기보다 가동 중인 한국 기업의 리튬 사업에 중앙정부 협력채널을 더하고 구리·에너지로 협력 범위를 넓힌 일정에 가깝다.
아르헨티나 헌법 제124조는 영토 안 천연자원의 원초적 소유권을 각 주에 부여한다. 광권과 환경영향평가, 용수, 지역 인프라를 관할하는 주정부가 사업 일정에 직접 관여한다. 카타마르카·살타·후후이 등 광산 소재 주와의 협의, 주민과의 이익 공유, 물 사용과 환경관리까지 마련돼야 중앙정부 MOU가 안정적인 투자로 이어진다.
아르헨티나산 원유 시범 도입은 남미 공급선을 실제 선박과 국내 정유공정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전 합의보다 한 단계 앞선다. 시범 물량은 88만 배럴로 집계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제시한 2023년 국내 일평균 원유 수입량 약 280만 배럴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시간 30분치 수입량이다. 중동에 집중된 수입선을 넓히는 첫 거래지만 국내 원유 조달 구조를 바꿀 규모는 아니다.
2027년 도입 물량과 계약기간, 가격 산식은 발표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한국까지의 운송비와 항해기간, 국내 정유설비에서의 수율, 바카 무에르타 원유의 수출 파이프라인과 터미널 증설이 상업 도입 규모를 결정한다. 양국이 천연가스·원자력으로 에너지 협력을 넓히기로 한 합의도 개별 사업명과 투자주체, 착수 일정은 남아 있다.
양국은 이중과세방지협정문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협정 현황에는 한국이 협상 완료·서명 대기 국가로 올라 있다. 서명과 양국 국내 절차, 발효를 거친 뒤에야 원천징수와 세부담, 투자 예측 가능성의 변화를 계산할 수 있다. 한국의 고위생감시국 지정 협의, 운전면허 상호인정협정, 경제공동위원회와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 재가동도 날짜와 적용 범위가 정해져야 기업과 교민이 체감할 수 있다.
메르코수르 2억8,000만 시장, 수출 확대와 농축산 개방 병행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2026년 안에 재개하는 데 동의했다. 자동차·부품·기계·전자·식품 기업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출 기회를 얻는다. 메르코수르 인구 2억8,000만 명이라는 시장 규모는 한국 기업의 남미 생산·판매 거점을 넓힐 근거가 된다.
메르코수르의 마지막 공식 협상은 2021년 6차 회의였다. 브라질·아르헨티나 정상의 합의는 정치적 추진력을 회복한 단계다. 우루과이·파라과이·볼리비아를 포함한 역내 조정과 차기 공식 협상 날짜, 상품 양허안, 원산지 규정, 위생·검역, 서비스·투자 규범이 뒤따라야 협상 재개가 실체를 갖는다.
무역협정은 상호 개방이다. 한국 자동차·기계·전자제품의 관세가 낮아지는 만큼 메르코수르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접근도 넓어진다. 농축산물 민감 품목과 검역 기준, 원산지 누적 규정, 국내 산업별 영향평가가 협정의 순편익을 가른다. 2억8,000만 명 시장이라는 수출효과만으로는 국내 조정비용을 계산할 수 없다.
브라질은 전략광물과 산업기술, 칠레는 광물·FTA·해양, 아르헨티나는 리튬·원유·조세로 협력 구조가 나뉘었다. 2026년 말까지 메르코수르 공식 협상 일정과 한·칠레 FTA 차기 회의, 한·아르헨티나 이중과세방지협정 서명, 양국 경제·에너지 협의체 개최일이 정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27년에는 아르헨티나산 원유의 연간 계약물량과 광물사업의 기업명·광산명·지분·구매량이 순방 성과의 경제적 규모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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