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아이티앤코·크리스펄 임효민 대표, 담수·해수부터 남양·골드진주까지 축적…광택·표면·오리엔트 읽어 디자인과 가공으로 연결
[KtN 임우경기자]제이아이티앤코(JIT&CO)·크리스펄 임효민 대표의 주얼리 사업 출발점에는 진주가 있다. 금속 장식과 형상 제품, 기능성 팔찌로 제조 영역을 넓혀왔지만 원석을 고르고 제품의 색과 구조를 결정하는 작업에는 오랜 진주 취급 경험이 남아 있다. 임 대표는 제조 현장을 설명하면서 “진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장과 작업장에는 진주와 여러 종류의 원석을 상당량 확보해 놓고 제품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주는 다이아몬드처럼 하나의 숫자나 등급만으로 가격을 읽기 어려운 보석이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진주 가치평가 체계에서는 크기(size), 형태(shape), 색(color), 광택(luster), 표면(surface), 진주층(nacre), 여러 알을 사용하는 제품의 매칭(matching)을 주요 요소로 본다. 같은 종류의 진주라면 크기가 클수록 희소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크기만으로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광택과 표면, 진주층의 상태가 함께 작용한다.
시장에서 많이 유통되는 양식진주도 한 종류가 아니다. 아코야(Akoya)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흰색·크림색 계열과 강한 광택이 대표적이고, 남양진주(South Sea pearl)는 흰색부터 골드 계열까지 나오며 주요 양식진주 가운데 크기가 큰 편이다. 타히티진주(Tahitian pearl)는 흔히 흑진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녹색을 띤 회색을 비롯해 다양한 어두운 색조가 나타난다. 담수진주(freshwater pearl)는 핑크와 오렌지 계열의 파스텔 색조부터 다양한 크기와 형태까지 폭이 넓다.
임효민 대표가 진주를 볼 때 먼저 강조한 부분은 단순한 색 구분이 아니었다. 담수와 해수진주를 직접 비교하며 “결이 틀려요”라고 설명했고, 표면의 흠이 형성되는 모습과 진주를 돌려 봤을 때 나타나는 질감 차이를 자신의 선별 경험으로 구분했다. 담수와 해수의 흠이 나타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은 임 대표가 현장에서 진주를 다뤄오며 형성한 판단 기준으로, 모든 진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감정 기준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인 진주 평가에서도 표면은 별도의 가치 요소다. 긁힘이나 주름, 평평하게 눌린 부분처럼 표면 특징이 많거나 심하면 외관뿐 아니라 내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진주층 역시 광택과 연결된다. 진주층이 얇으면 핵이 비치거나 표면이 탁하고 분필처럼 보일 수 있다. 둥글고 큰 진주를 고르는 것만으로 좋은 진주를 골랐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임 대표가 더 오래 들여다보는 부분은 빛이다. 진주를 정면에서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방향을 바꿔가며 표면의 상처와 내부에서 올라오는 색, 빛이 모이는 정도를 함께 본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서는 오리엔트(orient)도 직접 언급했다. 오리엔트는 진주 표면이나 바로 아래에서 나타나는 무지갯빛의 간섭색을 뜻한다. 진주의 기본색인 보디컬러(bodycolor)에 오버톤(overtone)과 오리엔트가 더해지면서 같은 흰색 계열도 서로 다른 인상을 만든다.
광택은 진주의 가치에서도 비중이 크다. 반사되는 빛이 밝고 선명할수록 높은 광택으로 평가되며, 같은 종류와 비슷한 조건의 진주라면 광택 차이가 가치 차이로 이어진다. 남양진주의 부드럽고 깊은 빛과 아코야진주의 선명한 반사는 같은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기보다 각 품종의 특성을 함께 봐야 한다. 임 대표가 진주를 돌려가며 ‘몰리는 빛’과 색을 함께 본다는 설명도 외형의 흰색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선별 방식과 연결된다.
진주의 형태도 임효민 대표에게는 불량과 정상의 이분법으로 끝나지 않는다. 완벽한 원형에서 벗어난 비정형 진주를 가공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오래 해왔다. 인터뷰에서도 이른바 ‘못난이 진주’를 살려 제품화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국제적인 가치평가에서는 완벽한 구형이 희소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잘 형성된 바로크(baroque)나 타원·드롭 형태 역시 주얼리 디자인에 따라 선택된다.
원석의 형태를 바꿀 수 없다는 특성은 제조에도 영향을 준다. 금속은 자르고 갈고 다시 결합해 치수를 맞출 수 있지만 진주는 각각의 곡률과 표면, 구멍 위치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장식 구조를 맞춰야 한다. 임 대표도 “진주는 생긴 그대로 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비정형 진주를 제품에 사용할 경우 금속 장식을 먼저 정해 놓고 원석을 끼우기보다 개별 진주의 형태를 읽고 장식과 연결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작업이 늘어난다.
골드진주도 임 대표가 주목하는 품목이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활발하지 않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수요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경험을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 골드진주가 더 잘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국가의 전체 소비 흐름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임 대표가 거래 과정에서 경험한 시장 차이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진주의 색 선호는 공급량뿐 아니라 패션과 문화, 시장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 대표가 확보한 진주와 원석은 단순 재고보다 제품 개발 재료에 가깝다. 인터뷰에서는 원석을 줄 단위로 상당량 보유하고 진주도 지속적으로 확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많은 원석을 직접 비교할 수 있으면 비슷한 크기와 광택을 가진 진주를 선별하거나, 정반대로 서로 다른 형태와 색을 조합하는 디자인도 가능해진다. 여러 알을 사용하는 목걸이와 귀걸이에서는 크기와 형태, 색, 광택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별도의 가치 요소가 된다.
제이아이티앤코의 기능성 장식과 특허 제품이 금속의 움직임을 연구한 결과라면, 임효민 대표의 진주 제품은 원석을 보는 시간에서 출발한다. 표면에 난 작은 흠, 진주층에서 올라오는 광택, 보디컬러 위에 겹치는 오버톤과 오리엔트, 한 알마다 다른 형태를 먼저 읽은 뒤 금속 장식과 제조기술을 붙인다. 진주로 사업을 시작한 제조자가 기능성 주얼리까지 영역을 넓힌 뒤에도 원석을 직접 고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효민의 제조에서 진주는 장식에 끼워 넣는 마지막 소재가 아니라 제품의 형태와 색, 가공 방법을 처음 결정하는 재료로 남아 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