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1차 생산자’로 제품 공급해온 임효민 대표…도매·소매 뒤에 남던 제조 기술, 자체 각인·AS·직접 판매로 연결
[KtN 임우경기자]제이아이티앤코(JIT&CO)가 생산한 일부 주얼리 안쪽에는 ‘JIT’라는 각인이 들어간다. 다른 매장과 유통업체를 거쳐 판매되는 제품도 제조사 표기를 그대로 남기는 방식이다. 임효민 대표는 거래처에서 각인을 없애 달라는 요청을 받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인 지워 달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 그럴 바엔 제가 직접 브랜드화시킬 거예요.” 제품을 공급하는 공장의 이름을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대신, 제조 주체를 제품에 남기겠다는 선택이다.
임 대표가 설명하는 제이아이티앤코의 현재 위치는 ‘1차 생산자’다.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뒤 도매·소매 유통망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완제품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전 여러 판매 단계를 거치면서 제조업체와 판매업체의 이름이 나뉜다. 임 대표는 종로에서 제품을 만들어 소매상으로 공급하는 현재 사업 구조를 두고 “1차 생산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 변형과 제작, AS까지 제조 단계에서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주얼리 한 점의 가치에는 원석과 금뿐 아니라 잠금장치, 연결부, 세팅, 마감과 착용감까지 들어간다. 앞선 제품 개발 과정에서 임 대표는 3㎜ 부위 하나를 13차례 수정했고, 일부 팔찌는 5년에 걸쳐 구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형상 제품은 기본 구조를 만든 뒤 마감을 완성하는 데 다시 수년이 들었다. 제조사의 이름을 제품에 남기려는 판단은 수년간 축적한 생산기술을 판매 과정에서도 분리하지 않으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제품의 출처가 사라지는 순간 제조사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기 어렵다. 판매점은 제품을 알고 있지만 최종 구매자는 어느 공장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못할 수 있다. 임 대표도 자신이 만든 디자인의 원생산자를 유통 단계에서 찾기 어려운 구조를 설명했다. 제이아이티앤코 제품에 JIT를 의도적으로 새겨 넣는 것도 제조업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는 각인을 둘러싼 이해가 충돌한 적도 있었다. 임 대표는 백화점 관련 업체 등을 포함한 거래 과정에서 JIT 표시를 없애고 판매업체의 이름만 사용하자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구성하려는 요구가 있지만, 임 대표는 제조사 표기를 없애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제조사와 유통사가 각각의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가능하다는 입장도 인터뷰에서 내놨다.
제이아이티앤코의 브랜드 전환은 당장 도매를 중단하고 소매업체가 되겠다는 계획과는 차이가 있다. 임 대표는 현재 거래처가 제품을 판매하고 알려주는 역할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생산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백화점에 직접 입점하거나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소매 공간을 운영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생산망을 유지하면서 제조사 이름으로 소비자 접점을 추가하는 방향이다.
직접 판매가 시작되면 제조기업이 맡아야 하는 범위도 넓어진다. 도매 공급에서는 완제품을 거래처에 넘기는 시점이 사업의 중요한 경계지만 자체 브랜드는 상품기획부터 가격, 패키지, 판매, 고객관리까지 하나의 이름으로 연결된다. 제이아이티앤코는 이미 제조 단계에서 AS를 고려하고 있다. 임 대표는 자사가 개발·제조한 제품을 판매한 뒤 수리까지 맡을 수 있도록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브랜드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경우 이런 사후관리도 JIT라는 이름의 경험으로 남게 된다.
임 대표의 개발 방식도 브랜드 사업과 맞닿아 있다. 전시회에서 신제품을 선보이고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의 반응을 들은 뒤 다시 제품을 수정해 다음 제품을 만드는 구조를 반복해왔다. 판매 반응만 따라가는 대신 착용 중 걸리는 곳이나 느슨해지는 부분, 연결부의 내구성을 제조 단계로 되돌려 수정한다. 브랜드가 판매자가 붙이는 로고에 머물지 않고 제품 개발과 수리까지 연결되려면 생산자가 소비 반응을 직접 받아들이는 통로가 필요하다.
제조사 각인을 유지하는 전략에는 위험도 따른다. 자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면 기존 유통업체와 상품이 겹칠 수 있고, 소매 공간을 운영할 경우 임대료와 인건비, 재고관리 비용도 제조사가 부담해야 한다. 임 대표 역시 직접 브랜드화할 경우 기존 도매사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도 현재는 생산 기반을 우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이아이티앤코의 변화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매장보다 제품에 새긴 세 글자다. ‘JIT’는 판매점의 상호와 별개로 누가 생산했는지를 남긴다. 제조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넘어갈 때 로고와 광고보다 앞서 확보해야 할 자산도 결국 반복해서 팔 수 있는 제품과 생산기술, 수리 체계다. 임효민 대표가 수년씩 제품 구조를 고치고 JIT 각인을 유지하는 방식은 제조기술을 판매업체 뒤에 남겨두지 않고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과정과 연결돼 있다.
백화점 입점이나 자체 소매 공간은 아직 임 대표가 언급한 사업 방향의 단계에 있다. 현재 제이아이티앤코는 종로의 1차 생산자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JIT 각인을 유지하고, 자체 개발품과 AS 체계를 축적하고 있다. 제조사가 만든 물건에 제조사의 이름을 남기고, 장기적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구조로 범위를 넓히려는 경영 방향이다. 제이아이티앤코의 브랜드 전환은 새 상표를 붙이는 작업보다 이미 만들어온 제품에 ‘누가 만들었는가’를 지우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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