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역사 대신 대중복의 역사 가진 미국…후디·데님·스웨트를 고급복의 자리로 끌어올린 제리 로렌조
[KtN 박인경기자]럭셔리의 역사는 오랫동안 유럽의 역사와 겹쳐 있었다. 파리의 오트쿠튀르, 런던 새빌 로의 테일러링, 이탈리아의 가죽과 직물 공방에는 왕실과 귀족, 부유한 시민 계층이 수백 년에 걸쳐 쌓은 소비문화가 있었다. 비싼 옷은 좋은 소재와 정교한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누가 입어왔는지, 어느 도시에서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오래 같은 방식을 지켜왔는지까지 값의 일부가 됐다.
미국 패션의 출발점은 달랐다. 청바지와 티셔츠, 스웨트셔츠와 후디, 운동화와 야구 점퍼가 미국이 세계에 퍼뜨린 대표적인 옷이었다. 왕실의 예복보다 노동자의 작업복, 살롱보다 경기장, 귀족의 옷장보다 대학과 거리에서 더 많은 디자인이 나왔다. 옷을 소수에게 귀하게 공급하기보다 많이 만들고 널리 입히는 능력이 미국 산업의 경쟁력이었다.
그런 미국에서 이제 ‘American luxury’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제리 로렌조(Jerry Lorenzo)가 이끄는 Fear of God은 최근 캠페인 ‘An Eternal Perspective’를 통해 Collection Nine, The Eternal Order, ESSENTIALS Signature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코트와 재킷, 후디와 데님, 스웨트와 넓은 팬츠가 같은 비례와 낮은 채도의 색 안에 놓인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표현도 ‘modern American luxury’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