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보킴 첫 장편, 영화음악 지망생 연지가 들어선 '포르테 스튜디오'
실종과 욕망을 숲·콘크리트·피아노 선율에 겹쳐…9월 30일 국내 개봉
[KtN 박준식기자]영화음악을 꿈꾸는 연지가 숲속 스튜디오의 문을 연다.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될수록 사람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다. 이상한 일이 이어지고 선배 해준은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얼마 뒤 연지는 해준이 앉았던 자리를 차지한다. 킴보킴 감독의 첫 장편 '포르테(FORTE)'는 실종과 죽음을 따라가면서 음악가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까지 파고든 아트 호러다.
연지가 도착한 포르테 스튜디오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콘크리트 건물이다. 나무 사이로 흰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넓은 통유리 밖으로는 수풀이 이어진다. 음악을 만드는 작업실과 사람이 사라지는 숲이 가까이 붙어 있다. 실내와 외부의 경계가 가까운 구조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불안의 범위를 넓힌다.
'포르테'는 9월 30일 국내 개봉한다. 임채영, 이정은, 김재홍, 조경창, 차세진이 출연하며 러닝타임은 77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임채영은 영화음악 지망생 연지, 이정은은 연지가 동경하는 음악감독 정화를 맡았다. 숲의 습기와 콘크리트의 차가운 질감, 안개와 빛, 피아노 선율이 사건 사이를 메운다.
연지가 포르테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유는 분명하다. 정화가 있는 곳에서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고 싶어서다. 해준의 죽음 뒤 생긴 빈자리는 연지에게 두려움만 남기지 않는다. 음악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생긴다. 사람이 사라지는 소문과 누군가의 자리를 원하는 마음이 겹치면서 영화는 실종 사건을 넘어 경쟁과 인정 욕구까지 끌어들인다.
임채영은 '아메리카 타운', '잔챙이', '초콜릿' 등을 거쳐 '포르테'의 연지를 맡았다. 독립영화에서 이어온 필모그래피가 장르영화의 주요 배역으로 넓어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포르테'에서는 정화를 바라보던 연지가 해준의 빈자리를 차지한 뒤 달라지는 과정이 영화의 긴장과 나란히 진행된다.
제목 '포르테'는 악보에서 ‘세게 연주하라’는 뜻으로 쓰이는 악상기호에서 가져왔다. 영화에서는 연주의 완성과 위험이 같은 방향으로 간다.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될수록 사람이 사라진다는 설정 때문에 좋은 연주는 성취이면서 동시에 불길한 신호가 된다. 붉은색 ‘f’와 피아노, 숲과 불을 반복해 사용한 포스터도 음악과 공포를 함께 묶는다.
박정민 촬영감독은 물기를 머금은 숲과 콘크리트 건물의 차가운 질감을 대비시켰다. 킴보킴 감독과 박정민 촬영감독은 촬영에 앞서 “컷 수의 욕심을 버리고 한 컷이라도 제대로 찍자”는 원칙을 세웠다. 빠른 편집으로 충격을 이어가기보다 인물과 주변 공간을 한동안 지켜보는 촬영이 많아진 이유다.
숲의 역할도 해준의 죽음을 전후로 달라진다. 낮에는 빛이 들어오는 수풀이 이어지지만 인물이 깊숙이 들어갈수록 나무와 그림자가 시야를 가린다. 사람이 사라지는 장소와 음악가들이 일하는 공간이 한데 붙어 있으면서 숲은 단순한 배경에서 벗어난다. 실종 사건과 인물의 심리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깊어진다.
최근 아트 호러 가운데는 괴물이나 잔혹한 장면을 계속 드러내기보다 공간과 소리, 인물의 심리를 오래 끌고 가는 작품이 늘었다. '포르테'도 강한 충격을 반복하는 대신 숲과 정적, 연주와 침묵을 번갈아 놓는다. 사건의 속도를 늦추는 대신 인물이 머무는 공간과 소리에 시간을 더 쓰는 방식이다. 해외 상영 과정에서 촬영과 사운드에 대한 평가가 반복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검은 물질을 뒤집어쓴 인물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공포는 한층 직접적인 형태를 띤다. 다만 강한 형상을 처음부터 앞세우지는 않는다. 숲과 안개, 피아노와 정적을 먼저 쌓은 뒤 낯선 존재와 죽음을 끌어들인다. 평범한 작업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공포로 넘어가는 순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포르테'는 2025년 SXSW London ‘Shivers’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제5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 부문 ‘Noves Visions’에 초청됐다. 올해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국내 관객에게 소개됐다.
9월 30일 극장에 걸리는 '포르테'는 사람이 사라지는 숲과 음악가들의 작업실을 같은 공간에 놓는다. 해준의 죽음 뒤 빈자리에 앉은 연지는 음악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놓지 않는다. 실종의 공포와 자리를 향한 욕망이 가까워질수록 피아노 선율도 더 이상 평온하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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