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나란히 놓은 안나의 열정과 키티의 실연
그레타 가르보의 흑백 영화에서 결혼 이후의 시간을 다룬 소설로

[KtN 박준식기자]키티는 무도회에서 다섯 청년의 춤 신청을 거절한다. 마주르카는 브론스키와 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직 신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전에도 함께 춤을 췄던 만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브론스키의 시선은 안나에게 향한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저녁은 다른 한 사람의 기대가 무너지는 저녁이기도 하다.

키티는 검은 벨벳 드레스를 입은 안나를 바라본다. 처음에는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안나의 표정에서 특정한 한 사람을 향한 기쁨을 알아차린다. 브론스키의 얼굴에도 같은 감정이 떠오른다. 톨스토이는 연인들의 설렘을 두 사람 사이에만 가둬두지 않는다. 가까이에서 그 변화를 지켜보는 키티의 고통까지 함께 기록한다.

무도회에 앞서 키티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했다. 브론스키와의 결혼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여자는 자신 역시 다른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브론스키에게 보냈으나 돌아오지 않았던 눈길은 이후 여러 해가 지나도록 키티에게 수치와 아픔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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