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이후 8년 만의 ‘가능한 사랑’…해고와 계급, 욕망과 카메라를 지나 인간이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
완전한 이해도 완전한 사랑도 허락되지 않는 세계에서 이창동이 다시 붙잡은 존엄과 자유

[KtN 김동희기자]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 이창동 감독이 섰다. ‘버닝’ 이후 8년 만의 장편 ‘가능한 사랑’을 국내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과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받은 직후였다. 설경구와 조인성, 조여정이 함께했고, 뉴욕에서 연극 ‘벚꽃동산’ 공연 중인 전도연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베니스에서 돌아온 감독의 손에는 트로피가 있었지만, 이야기는 수상보다 영화와 인간에게 오래 머물렀다.

8년이라는 공백을 숫자로만 읽기는 어렵다. 2018년 ‘버닝’ 이후 극장은 코로나19를 통과했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영화 제작과 유통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인간의 노동을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의 일상과 상처까지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소비하는 환경은 일상이 됐다. 이창동은 달라진 시대에 해고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감독을 한 영화 안에 세웠다. 노동을 잃은 사람과 타인의 삶을 찍는 사람을 마주 보게 한 선택에는 2026년이라는 시간이 들어 있다.

‘가능한 사랑’에서 설경구가 연기하는 최호석은 직장을 잃었다. 전도연이 맡은 안미옥은 남편과 아들의 곁에서 생활을 이어간다. 조여정이 연기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이예지는 해고 노동자들을 촬영하다 미옥 부부에게 다가오고, 조인성이 맡은 상우는 예지와 함께 호석 부부와는 다른 경제적 조건에서 살아간다. 164분 동안 네 사람은 가까워지고, 가까워진 만큼 상대가 가진 삶과 자신에게 없는 것을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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