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오일·콘크리트·전구·캔버스 가방까지 하나의 세트로
향수에서 공간·생활용품으로 넓어지는 프래그런스 소비
향 자체보다 사용 과정·공간·정체성까지 묶는 경험 경쟁 확대

[KtN 홍은희기자]향수 브랜드가 향 오일과 디퓨저만 팔지 않는다. 콘크리트 받침과 전구를 만들고, 제품을 담는 캔버스 가방까지 하나의 구성으로 묶는다. 피부에 뿌리던 향은 집 안으로 이동했고, 향을 담는 물건은 조명과 인테리어 오브제에 가까워졌다. 향수 산업에서 무엇을 상품으로 볼 것인지의 경계가 달라지고 있다.

르 라보(Le Labo)의 Concrete Home Diffuser 세트를 펼쳐놓으면 이런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자 안에는 SANTAL 26 디퓨저 오일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콘크리트 본체와 유리 구조물, 전구, 전원 장치와 여러 부속품이 각각 자리를 차지한다. 별도의 왁스드 캔버스 토트백도 포함됐다. 향을 만드는 액체는 전체 구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향수의 전통적인 상품 구조에서는 액체가 중심이었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고 어떤 조향으로 첫 향과 중간 향, 잔향을 구성했는지가 제품의 핵심이었다. 병과 상자는 향을 보호하고 브랜드를 구별하는 역할을 했다. 홈 프래그런스가 확대되면서 이런 위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향료와 그것을 퍼뜨리는 기기, 집 안에 놓였을 때의 형태와 사용 과정까지 하나의 제품 경험으로 묶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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