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시장 “한강하구는 스토리텔링의 보고이자 자산”
애기봉·문수산·조류생태공원 등 연계…투어패스 24시간 확대, 체류형 관광 구상
[KtN 박준식기자] 한강하구의 역사와 유적, 전설을 문화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이기형 김포시장의 구상은 개별 관광지 개발보다 넓은 범위를 겨냥하고 있다. 애기봉과 문수산, 조류생태공원, 농촌체험 공간 등 김포 곳곳에 흩어진 자원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려 지역 소비까지 이어가는 방향이다. 한강하구의 역사성을 문화자산으로 발굴하는 작업과 관광지 간 연결이 맞물릴 경우 김포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장은 민선 9기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강하구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동과 물류의 공간으로 설명했다. 김포지역에 남아 있는 선사시대 유적과 근현대사의 흔적, 한강을 둘러싼 역사와 지역에 전해지는 이야기까지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강하구의 오랜 역사성을 “스토리텔링의 보고이자 자산”으로 표현한 배경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콘텐츠로 전환하겠다는 방향도 분명히 했다. 한강하구 주변에 축적된 역사와 전설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며 “여기에서 뭔가 우리가 채굴을 해야 된다”고 말했고, 한강하구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상품화할지가 김포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구상도 언급했다. 김포지역에 분포한 선사유적을 비롯한 역사자산을 체계적으로 다룰 공간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지방정부가 사업을 직접 감당해야 하는 재정 부담도 함께 거론했다. 대규모 시설 하나를 세우는 문제보다 어떤 자산을 발굴하고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에 대한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함께 드러났다.
한강하구 문화산업 구상에서 또 하나의 축은 공간의 연결이다. 김포에는 애기봉과 문수산, 국제조각공원, 한강신도시의 조류생태공원, 아라뱃길 등 성격이 다른 관광자원이 분포해 있다. 농촌체험 관광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개별 목적지를 각각 홍보하는 방식으로는 방문객의 이동 범위와 체류시간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시장의 판단이다.
이 시장은 애기봉 한 곳만 알려지는 관광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역사·문화유적과 자연, 체험공간을 서로 연결하고 지역에 전해지는 역사와 전설, 설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광객이 한 장소를 방문한 뒤 곧바로 김포를 빠져나가는 대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이유를 만드는 방식이다.
경기투어패스 이용시간 확대는 체류형 관광을 구체화한 조치 가운데 하나다. 이 시장은 기존 12시간이던 이용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루 동안 정해진 관광지만 빠르게 방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김포에서 하루를 머물며 여러 관광·체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체류시간을 넓힌다는 취지다.
김포의 관광자원을 충분히 연결하면 최소 2박3일 일정까지 가능하다는 판단도 내놨다. 한강하구의 역사와 애기봉, 문수산, 생태자원, 농촌체험을 각각의 목적지가 아니라 이동 가능한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구성하겠다는 방향이다. 역사와 자연, 체험을 묶는 관광동선이 구축되면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역사·생태 관광 수요까지 서로 다른 방문층을 연결할 수 있다.
문수산 주변 정비도 같은 흐름에서 추진되고 있다. 산림욕장의 낡은 이정표와 벤치 등을 정비하고 국제조각공원 활성화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관광시설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보다 기존 공간의 이용환경을 개선하고 주변 관광지와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둔 접근이다.
한강하구 문화산업이 관광산업과 맞닿는 지점은 체류시간 이후의 소비다. 방문객이 김포에서 하루 이상 머물게 되면 식음료와 숙박, 체험, 지역상품 구매가 함께 발생할 수 있다. 역사와 자연을 문화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이 관광객 유입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상권과 연결돼야 ‘상품화’라는 시장의 구상도 구체적인 산업 구조를 갖게 된다.
김포의 문화관광 자원이 서로 다른 행정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도 변수다. 역사와 문화유산, 생태공간, 공원, 농촌체험, 상권, 숙박은 사업 성격과 운영주체가 각각 다르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여행이지만 행정에서는 여러 부서와 기관이 나눠 담당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체류형 관광을 실제 상품으로 만들려면 개별 공간을 연결하는 이동체계와 통합 정보, 예약·결제 방식, 콘텐츠 운영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스토리텔링도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한강하구의 역사와 유적, 전설 가운데 어떤 내용을 김포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설정할지, 각각의 이야기를 어떤 공간과 연결할지에 따라 관광상품의 성격도 달라진다. 지역 역사에 대한 조사와 정리, 콘텐츠 제작이 선행돼야 관광 프로그램과 전시, 공연, 체험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한강하구를 중심에 놓겠다는 방향은 김포의 지리적 특성을 문화산업으로 연결하려는 선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다른 지방정부의 성공한 축제나 관광상품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김포에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역사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다. 이 시장이 순천만을 언급하며 강조한 것도 자연자산 자체보다 지역이 가진 자산을 발굴하고 브랜드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문화산업의 범위가 관광에만 머물 경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의 역사와 설화를 조사하는 연구자와 기획자, 이를 공연·전시·영상·디자인·상품으로 만드는 창작자와 기업이 참여해야 한강하구의 이야기가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관광객이 소비할 지역상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과 사업자의 참여 구조가 필요하다.
민선 9기가 말하는 체류형 관광은 한강하구 문화자산을 산업으로 연결하는 첫 단계에 가깝다. 투어패스 이용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고 관광지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문화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누가 콘텐츠로 만들며,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가 지역에 얼마나 남는지까지 연결돼야 한다.
한강하구에는 역사와 유적, 생태, 접경지역의 특성, 애기봉과 문수산을 비롯한 관광자원이 함께 놓여 있다. 민선 9기는 흩어진 자원을 하나의 문화관광 흐름으로 묶고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강하구에서 발굴한 이야기가 관광동선과 체험, 지역상품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의 창작과 사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갖춰질 때 김포가 말하는 ‘숨은 가치’도 문화산업의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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