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56건 접수 중 650개 프로젝트 선정…‘52헤르츠 고래’와 악보의 구조, 부쿠레슈티·산탄데르·스코페 흐름과 연결
[KtN 박준식기자]임하나(LIMHANA) 작가가 ‘Peru Bienal: Art | Culture | Heritage’ 2026 본전시 선정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페루 비엔날레는 순수미술, 응용미술, 시각 소통 및 그래픽 디자인, 경험 디자인 및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본전시 선정 결과를 발표했고, 임하나는 한국 작가로 명단에 포함됐다.
페루 비엔날레 2026 국제 공모에는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의 작가와 창작자가 참여했다. 15개 참가 부문에 접수된 작품은 모두 52,256건이며, 이 가운데 600명의 작가가 출품한 650개 프로젝트가 본전시 참여작으로 선정됐다. 프로젝트 수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선정률은 약 1.24%, 경쟁률은 80대 1 안팎이다.
이번 선정은 임하나의 2026년 하반기 국제 일정에 남미권 전시 축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임하나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Bucharest miniCOLLAGE Biennale’, 스페인 산탄데르의 ‘IX International Mini Print Cantabria 2026’,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에 이어 페루 비엔날레 본전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시 성격은 각각 다르지만, 종이 기반 작업과 작은 형식, 이미지의 층위, 소리와 산수의 구조가 여러 도시의 전시 환경 속에서 이어지는 흐름이다.
임하나의 최근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축은 ‘52헤르츠 고래’ 연작이다. 52헤르츠 고래는 다른 존재에게 쉽게 닿지 않는 음역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임하나는 이 주파수를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와 고립의 감각으로 가져온다. 산맥처럼 이어지는 선들은 실제 풍경의 재현보다 파동의 단면, 시간의 퇴적, 견딘 흔적에 가깝다.
스페인 산탄데르의 ‘IX International Mini Print Cantabria 2026’에서는 ‘’가 선정작 명단에 올랐다. 전시는 ‘Open Sea. Reality, Imagination and Poetics’를 내걸고 바다, 현실, 상상, 시적 감각을 함께 다룬다. 이 맥락에서 임하나의 고래 연작은 바다의 이미지보다 들리지 않는 소리, 주파수의 흔적, 파동의 결을 작은 판면 안으로 압축하는 작업으로 읽힌다.
‘52-Hertz Whales’ 계열의 작업은 소리를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주파수가 남긴 결을 회화의 선과 층위로 옮긴다. 검은 능선처럼 겹쳐지는 산수의 구조는 고래의 파형이자 기억의 퇴적처럼 읽힌다. 윤이상의 관현악곡 ‘Fluktuationen’에서 가져온 소리의 감각도 작업의 배경에 놓인다. 음악은 설명의 소재가 아니라, 선과 여백이 움직이는 방식 안으로 스며든다.
KLOINM의 ‘SCORE: Caprice & Sonnet’은 임하나의 작업을 읽는 또 다른 지점이다. ‘SCORE’는 먼저 악보를 뜻한다. 점수라는 뜻도 제목 안에 들어 있지만, 중심에는 소리를 적고 연주의 시간을 붙잡는 악보의 질서가 놓인다. 예술과 개인을 수치로 평가하는 현대 사회의 언어는 그 뒤편에 겹쳐진다.
임하나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은 신진경산수화 시리즈의 ‘열두 달’ 안에서 읽어야 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산이 아니라 달이 놓인다. ‘열두 달’은 시간의 순환, 달의 위상, 12라는 수의 구조를 함께 품는다. 소네트의 14행, ‘열두 달’의 12, 9음 음계의 열린 순환은 회화와 설치 안에서 맞물리며 작품을 하나의 시각 악보처럼 읽게 만든다.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OSTEN 비엔날레는 임하나의 작업을 심사형 국제 비엔날레의 문맥에 올려놓는다. OSTEN은 종이 기반 예술에서 출발해 회화, 오브제, 설치, 섬유예술, 사진, 비디오아트, 멀티미디어아트까지 포괄하는 국제 예술 플랫폼이다. 임하나는 2026 선정 작가 명단의 한국 항목에 포함됐고, 개인 참여 부문 파이널리스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Bucharest miniCOLLAGE Biennale’는 미니어처 콜라주와 독립 전시공간의 네트워크 안에서 진행된다. 스페인 산탄데르의 미니 프린트 국제전은 작은 판면과 판화적 감각을 중심에 둔다. 페루 비엔날레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디자인과 기술 분야까지 함께 묶는 큰 범주의 국제 공모형 본전시다. 임하나의 작업은 서로 다른 제도와 형식 사이에서 같은 이미지를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리와 산수, 달의 시간과 기보의 구조를 각기 다른 전시 조건 안으로 옮겨간다.
국내 일정도 이어진다. 임하나는 2026 제21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공모전’ 전시작가 명단에도 포함됐다. 전시는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해외의 국제 공모형 전시와 국내 청년작가 전시가 한 해 안에서 이어지며, 임하나의 작업은 서로 다른 관람 환경과 평가 방식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페루 비엔날레 선정은 임하나의 2026년 하반기 일정에 또 하나의 좌표를 더한다. 부쿠레슈티와 산탄데르, 스코페, 서울에 이어 페루 비엔날레 본전시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단일한 성과보다 작업 언어의 이동에 가깝다. ‘52헤르츠 고래’는 바다와 주파수의 이미지로, ‘SCORE’는 악보와 기보의 구조로, ‘열두 달’은 달의 시간과 순환의 형식으로 이어진다. 작은 종이와 출력 이미지, 회화와 설치, 소리와 산수 사이를 오가는 작업이 올해 하반기 여러 전시 무대에서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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