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유화에서 여성의 초상을 분할한 회색과 황금빛 얼굴…인물의 표정과 기호, 거친 물감의 질감으로 풀어낸 사랑의 복합적인 감정
[KtN 박준식기자]유리 스탄벡 쉬가예프(Yuristanbek Shygaev)의 2004년작 ‘사랑하는 사람(Sweetheart)’에는 두 가지 색으로 나뉜 여성의 얼굴이 캔버스 대부분을 차지한다. 왼쪽은 차가운 회색, 오른쪽은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이다. 두 눈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붉은 입술은 두 색면의 경계에 걸쳐 있다. 머리카락과 얼굴의 윤곽에는 검은 선들이 겹쳐 있으며, 목 아래에는 사다리를 닮은 구조와 원형 기호들이 배치돼 있다. 인물의 표정과 색채, 여러 기호가 한데 어우러진 초상이다.
쉬가예프는 여성의 얼굴을 두 개의 색면으로 나누면서 하나의 인물 안에 서로 다른 표정과 시선을 담았다. 회색 얼굴에는 가늘고 어두운 눈매가, 노란색 얼굴에는 길게 뻗은 눈과 뚜렷한 코가 자리한다. 두 영역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붉은 입술과 검은 윤곽선으로 연결된다. 얼굴의 분할은 인물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조형적 장치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감정의 여러 결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의 얼굴은 둥근 타원형에 가까우며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턱이 좁아진다. 머리 위에는 검은색과 짙은 녹색의 선들이 겹쳐 있고, 양옆에는 흰색과 회색의 넓은 붓질이 이어진다. 머리카락의 윤곽은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됐으며, 일부 선은 얼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얼굴과 머리카락이 만나는 부분에는 짙은 검은색의 선들이 반복돼 인물의 형태를 강조한다.
왼쪽 얼굴은 회색과 청록색이 섞인 색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은 길고 가늘게 표현됐으며 검은색의 짧은 선이 눈꺼풀과 눈썹을 이룬다. 눈 아래에는 회색의 거친 붓질과 작은 긁힘이 남아 있다. 회색의 얼굴은 오른쪽의 노란색 얼굴과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인물의 표정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든다.
오른쪽 얼굴은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표현됐다. 눈은 검은색의 긴 선으로 그려졌고, 눈썹은 짙은 검은색과 녹색의 굵은 선으로 강조됐다. 코는 얼굴의 중앙을 따라 길게 내려오며, 콧등과 콧방울은 어두운 갈색과 회색의 짧은 선으로 정리됐다. 노란색의 넓은 색면은 인물의 얼굴에 따뜻한 색조를 더한다.
붉은 입술은 두 얼굴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입술은 회색과 노란색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짙은 붉은색과 흰색의 짧은 선으로 표현됐다. 입술의 윤곽은 검은색과 붉은색의 선으로 강조됐고, 중앙에는 밝은 흰색이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색채로 나뉜 얼굴이 입술을 통해 하나의 인물로 이어진다.
인물의 턱 아래에는 길고 좁은 목이 이어진다. 목은 노란색과 갈색, 녹색이 섞인 색면으로 표현됐으며, 일부에는 검은색의 가는 선들이 남아 있다. 목의 왼쪽에는 붉은색의 작은 곡선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사다리를 연상시키는 검은색의 구조가 길게 내려온다. 인물의 신체와 상징적인 기호가 하나의 공간에 결합한 구성이다.
오른쪽의 사다리형 구조는 작품에서 눈에 띄는 기하학적 요소다. 검은색의 두 세로선 사이에 짧은 가로선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있으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진다. 사다리의 형태는 인물의 목과 어깨를 따라 내려오며, 얼굴의 둥근 윤곽과 대비되는 직선적인 구조를 만든다.
사다리형 구조의 아래에는 검은색의 작은 원들이 세로로 이어진다. 원형 기호들은 서로 다른 크기로 표현됐으며, 일부는 주변의 붉은색과 갈색의 색면에 겹쳐 있다. 이러한 기호들은 인물의 신체 주변에 반복적인 리듬을 만들고, 초상의 상징적인 성격을 강화한다.
인물의 왼쪽 어깨 부근에는 붉은색의 초승달을 닮은 곡선이 놓여 있다. 곡선은 짙은 붉은색과 검은색의 짧은 선으로 표현됐으며, 아래에는 가느다란 선들이 이어진다. 붉은 곡선은 주변의 녹색과 갈색 바탕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며, 인물의 얼굴과 목 주변에 작은 색채의 변화를 만든다.
캔버스 아래쪽에는 녹색과 황갈색, 붉은색이 겹친 넓은 영역이 펼쳐져 있다. 중앙에는 밝은 연두색의 사각형이 자리하고, 그 안에는 회색과 흰색의 둥근 기호가 나타난다. 사각형 주변에는 붉은색과 갈색의 가는 선들이 교차하며, 오른쪽에는 검은색과 붉은색의 곡선이 반복된다. 인물의 얼굴 아래에 여러 기호와 색면이 결합한 구조다.
작품의 배경은 붉은 갈색과 녹색, 보라색이 섞인 거친 색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에는 붉은 갈색의 넓은 영역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에는 보라색과 푸른색의 좁은 띠가 이어진다. 배경의 표면에는 물감이 두껍게 쌓인 부분과 긁힌 흔적들이 남아 있으며, 일부에는 아래에 칠한 색채가 드러난다. 이러한 질감은 얼굴의 비교적 넓은 색면과 대비되며 작품 전체에 복합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에서 색채는 인물의 표정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회색과 노란색으로 나뉜 얼굴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붉은 입술은 두 영역을 연결한다. 검은색의 굵은 선들은 얼굴의 윤곽과 머리카락을 강조하며, 녹색과 갈색의 배경은 인물의 얼굴을 둘러싼다. 색채의 대비와 선의 반복이 인물의 표정에 여러 감정의 결을 더한다.
쉬가예프는 1990년대부터 인물의 얼굴과 신체를 변형하는 회화를 발전시켰다. 1997년 ‘자밀라’에서는 두 얼굴이 서로 겹쳐지고 분홍빛 새가 날개를 펼쳐 인물의 몸 앞을 가로질렀다. 얼굴의 중첩과 동물의 형상이 결합하면서 인물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 만들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에서는 이러한 얼굴의 중첩이 두 가지 색채로 분할된 초상으로 나타난다.
2003년 ‘알림칸’에서도 쉬가예프는 하나의 얼굴 안에 서로 다른 시선을 담았다. 흰 모자를 쓴 인물의 얼굴은 회색과 황록색으로 나뉘었고, 눈과 코, 입의 위치가 각각 다르게 구성됐다. 밝은 연두색 옷과 거친 배경의 색면이 결합하면서 인물의 복합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사랑하는 사람’에서는 얼굴의 분할이 더욱 선명해지고, 붉은 입술과 사다리형 기호가 작품의 주요 요소로 자리한다.
두 작품은 인물의 얼굴을 하나의 고정된 모습보다 여러 시선과 표정이 겹친 형태로 구성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알림칸’에서는 흰 모자와 연두색 옷, 두 손을 모은 자세가 인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냈고, ‘사랑하는 사람’에서는 얼굴과 목, 주변의 기호들이 더욱 밀집된 구성으로 나타난다. 인물의 표정과 상징적인 조형언어가 긴밀하게 결합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은 작품의 정서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쉬가예프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두 가지 색채와 서로 다른 시선으로 표현했다. 회색의 얼굴과 노란색의 얼굴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지니며, 붉은 입술은 두 영역을 하나로 연결한다. 인물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합적으로 구성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여러 측면을 연상시킨다.
작품의 표면에는 거친 붓질과 긁힌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얼굴의 회색과 노란색 영역에는 작은 균열과 물감의 흔적들이 나타나고, 배경에는 붉은 갈색과 녹색의 거친 색채가 겹쳐 있다. 일부 선은 얼굴의 윤곽을 가로지르며, 다른 선은 목과 어깨 아래의 기호로 이어진다. 물감의 질감과 선의 중첩이 초상에 시간의 흔적을 더한다.
쉬가예프의 초기 작품에서 인물은 자연과 생활의 공간 안에 등장했다. 1986년 ‘비둘기를 든 소녀’에서는 소녀와 말, 비둘기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고, 1990년 ‘여행자들’에서는 두 인물이 넓은 대지 위에 길고 단순한 형태로 서 있었다. 이후 인물의 신체는 기하학적 구조와 기호로 변형됐고, 얼굴은 서로 다른 시선과 표정이 겹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2004년의 ‘사랑하는 사람’은 이러한 인물 표현의 변화를 잘 드러낸다. 얼굴의 두 색면과 붉은 입술, 사다리형 구조와 원형 기호들은 하나의 초상 안에 결합돼 있다. 인물의 얼굴은 구체적인 표정을 지니면서도 여러 기호와 색채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작품의 세로와 가로 비례는 거의 비슷하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캔버스에 얼굴이 크게 배치돼 있으며, 머리카락과 흰색의 넓은 붓질이 양옆으로 펼쳐진다. 아래쪽에는 목과 사다리형 구조, 원형 기호들이 이어지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얼굴에서 하단으로 이동한다. 얼굴의 둥근 윤곽과 사다리의 직선적인 구조가 대비되며 작품 전체의 균형을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에서 쉬가예프는 여성의 얼굴을 두 가지 색채로 나누고, 서로 다른 시선과 표정을 결합했다. 회색과 노란색의 얼굴은 붉은 입술로 연결되고, 검은 머리카락과 사다리형 구조, 원형 기호들이 인물의 주변을 채운다. 거친 물감의 질감과 색채의 중첩은 초상에 복합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2004년의 ‘사랑하는 사람’은 쉬가예프가 인물의 모습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표현한 작품이다. 두 색면으로 나뉜 얼굴과 붉은 입술, 사다리형 구조와 원형 기호들이 하나의 회화에 결합했다. 쉬가예프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단순한 외형의 재현보다 여러 시선과 감정이 공존하는 초상으로 구성했다. 회색과 노란색의 얼굴, 붉은 입술과 거친 배경의 색채는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드러내며, 인물의 내면을 상징적인 조형언어로 풀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