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의 'Whatever the Weather', 주황색 베스트와 노란색 레인 재킷·블루 패딩의 조합

1980년대 작업복에서 가져온 소재와 구조, 변화하는 날씨에 맞춘 아우터와 도시형 실루엣

[KtN 박인경기자]주황색 베스트와 노란색 레인 재킷, 두꺼운 블루 패딩이 루이비통의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에 함께 등장했다. 검은색 후드티에 반바지를 입고 노란색 아우터를 걸치는가 하면, 갈색 가죽을 덧댄 파란색 패딩에 짙은 데님 팬츠를 조합했다. 비를 막기 위한 외투와 보온을 위한 패딩, 작업복에서 가져온 베스트까지 계절과 용도가 다른 의류가 봄·여름 남성복 안에 들어왔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디자인한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이다. 'Whatever the Weather'라는 주제 아래 레인웨어와 워크웨어, 스포츠웨어, 테일러링을 결합했다. 여행 중 바뀌는 날씨와 도시마다 다른 기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옷의 소재와 구조를 달리한 것이 특징이다.

봄·여름 컬렉션에 두꺼운 패딩과 레인 재킷이 함께 등장한 배경에는 여행과 이동을 중심으로 구성한 옷차림이 있다. 같은 시기에도 지역에 따라 기온과 강수량이 다르고, 낮과 밤의 온도 차이도 발생한다. 한 도시에서는 가벼운 재킷으로 충분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보온용 아우터가 필요할 수 있다. 루이비통은 따뜻한 계절에만 맞춘 가벼운 의류보다 이동 중 마주칠 수 있는 여러 날씨를 고려해 아우터의 종류를 넓혔다.

여행용 옷장이라는 구성은 브랜드가 오랫동안 다뤄 온 여행 문화와도 연결된다. 19세기 여행용 트렁크 제작에서 출발한 루이비통은 의류와 가방, 신발에 이동과 수납의 요소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여행가방뿐 아니라 외투의 구조와 소재, 옷을 겹쳐 입는 방식까지 이동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주황색 패딩 베스트에 검은색 긴소매 상의와 밝은 베이지 팬츠를 조합했다. 선명한 블루 가방과 두꺼운 밑창의 신발이 더해져 상하의의 색상과 부피에 차이를 만들었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주황색 패딩 베스트에 검은색 긴소매 상의와 밝은 베이지 팬츠를 조합했다. 선명한 블루 가방과 두꺼운 밑창의 신발이 더해져 상하의의 색상과 부피에 차이를 만들었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주황색 베스트는 허리 부근에서 끝나는 짧은 길이로 상체에 부피를 집중시켰다. 검은색 긴소매 상의는 목과 팔을 감싸고, 밝은 베이지 팬츠는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넓은 폭을 유지한다. 손에 든 파란색 가방은 주황색 상의와 강한 색상 대비를 이루며, 검은색과 베이지색이 중간에서 전체적인 색을 나눈다.

베스트는 소매가 없는 구조여서 몸통을 감싸면서도 팔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두꺼운 외투보다 상체를 가볍게 구성할 수 있고, 안에 입는 옷의 소매와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온에 따라 긴소매 티셔츠나 셔츠, 니트웨어와 함께 착용하기도 쉽다.

주황색처럼 선명한 색상은 아우터의 면적이 커질수록 상체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짧은 베스트를 착용하면 허리 아래에 놓인 팬츠가 길게 이어지는 효과도 생긴다. 검은색 이너웨어가 상체의 윤곽을 상대적으로 간결하게 정리하고, 넓은 팬츠가 하체에 여유를 더한다.

어깨가 좁거나 상체가 비교적 작은 사람은 적당한 두께의 베스트로 몸통에 볼륨을 더할 수 있다. 상체가 발달한 사람에게는 베스트의 어깨 폭과 충전재의 두께가 중요하다. 가슴과 허리 부분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르면 몸통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어 길이와 여유를 조절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키가 아담한 사람에게는 베스트의 밑단과 팬츠의 허리선이 전체 비례를 결정한다. 상의가 골반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면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지만 허리 부근에서 끝나는 베스트는 넓은 팬츠와 함께 착용해도 상하체의 경계가 드러난다. 팬츠 밑단이 신발 위에 얼마나 쌓이는지도 함께 고려할 부분이다.

루이비통은 이번 컬렉션에 1980년대 작업복에서 착안한 모노그램 리포터(Monogram Reporter)를 사용했다. 코팅 캔버스와 갈색 스웨이드, 가죽을 결합한 소재 구성으로, 주황색 양면 베스트와 파란색 나일론 패딩, 데님 작업복 등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적용했다.

작업복은 본래 반복적인 노동과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한 의류다. 소재의 내구성과 활동성을 고려하고, 필요한 부분에 다른 재료를 덧대거나 주머니와 여밈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루이비통은 작업복에서 익숙한 소재의 분할과 덧댐을 고급 가죽과 캔버스, 모노그램 장식에 적용했다.

코팅 캔버스와 스웨이드를 결합한 양면 베스트는 하나의 옷에서 서로 다른 소재의 외관을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다. 나일론처럼 매끄러운 표면과 가죽의 질감은 빛을 반사하는 정도와 촉감이 다르다. 소재를 나누어 사용하면 같은 색상 안에서도 어깨와 가슴, 몸통의 구조가 구분된다.

겉면과 안쪽을 바꾸어 착용하는 리버서블(reversible) 의류도 이번 컬렉션에 포함됐다. 양면 착용은 한 벌의 옷으로 서로 다른 색상이나 질감을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양면으로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곧 방수나 방풍 성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옷의 실제 기능은 겉감과 안감의 소재, 봉제와 여밈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노란색 후드 재킷에 검은색 후드 상의와 반바지, 긴 양말과 부츠를 조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밝은 아우터와 어두운 이너웨어가 대비를 이루며 무릎 위에서 끝나는 하의와 높은 신발이 다리의 비례를 나눈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노란색 후드 재킷에 검은색 후드 상의와 반바지, 긴 양말과 부츠를 조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밝은 아우터와 어두운 이너웨어가 대비를 이루며 무릎 위에서 끝나는 하의와 높은 신발이 다리의 비례를 나눈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노란색 후드 재킷은 골반을 덮는 길이에 넉넉한 소매와 큰 앞주머니를 갖췄다. 안쪽에는 검은색 후드 상의를 입고, 하의는 짧은 반바지로 구성했다.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양말과 부츠가 더해져 상체는 두 겹으로 감싸고 하체는 일부를 드러내는 차이가 생긴다.

노란색 아우터는 전통적인 어부의 방수 재킷을 떠올리게 한다. 바닷가나 비가 잦은 지역에서 사용하는 레인웨어는 물을 막기 위한 외피와 머리를 덮는 후드, 비교적 여유로운 몸통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루이비통은 이러한 형태를 남성복에 적용하면서 소재와 착용 방식을 바꿨다.

컬렉션에는 어부의 레인코트에서 착안해 광택 있는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한 옐로 슬리커(yellow slicker)도 포함됐다. 슬리커는 비를 막기 위해 착용하는 외투를 가리키는 말로, 전통적으로 방수 처리한 소재와 넉넉한 구조가 사용됐다. 루이비통은 레인웨어에서 익숙한 노란색과 형태를 유지하면서 고급 가죽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레인웨어의 외형과 실제 방수 기능은 구분해야 한다. 광택이 있는 가죽이나 코팅된 표면은 빗물에 젖은 듯한 인상을 만들 수 있지만 소재의 외관만으로 장시간 비를 견디는 성능을 판단할 수는 없다. 외피의 발수 처리와 봉제선, 지퍼와 후드의 결합 구조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방수와 발수 역시 서로 다른 성능이다. 발수는 물방울이 소재 표면에 쉽게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도록 하는 특성이며, 방수는 일정한 수압에서도 물이 내부로 침투하지 않도록 막는 기능과 관련된다. 비를 막는 기능성 재킷을 선택할 때는 표면이 매끄러운지보다 실제 소재와 제작 구조를 살펴야 한다.

노란색 재킷을 검은색 후드티와 반바지에 조합한 착장은 도심에서 가벼운 비를 만나거나 기온 변화에 대응하는 옷차림과 연결된다. 긴 팬츠 대신 반바지를 사용해 하체를 가볍게 구성했고, 상체에는 두꺼운 후드와 외투를 겹쳐 입었다. 팔과 몸통을 충분히 감싸면서도 전체적인 착장이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것을 줄였다.

스타일의 비례를 결정하는 부분은 재킷의 길이와 반바지 밑단, 양말과 부츠가 만나는 위치다. 무릎 위에서 끝나는 반바지는 다리의 일부를 드러내지만 긴 양말과 높은 신발이 다시 발목과 종아리를 감싼다. 다리가 짧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양말과 신발의 색상 대비를 줄이거나 반바지의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이 어울린다.

노란색은 얼굴과 가까운 곳에서 강한 색채를 만든다. 검은색 후드티를 안에 입으면 얼굴 주변에 어두운 영역이 생겨 노란색 재킷의 선명함이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밝은 색상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아우터 자체가 스타일의 중심이 될 수 있지만, 평소 차분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사람은 안쪽의 색상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편이 부담을 줄이기 쉽다.

노란색 후드 재킷을 착용한 인물의 뒷모습. 후드와 등 부분의 절개선, 여유로운 소매와 밑단이 드러나며, 흐릿한 초점 속에서도 아우터의 크기와 전체적인 형태가 유지된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노란색 후드 재킷을 착용한 인물의 뒷모습. 후드와 등 부분의 절개선, 여유로운 소매와 밑단이 드러나며, 흐릿한 초점 속에서도 아우터의 크기와 전체적인 형태가 유지된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노란색 재킷은 뒷모습에서도 후드의 크기와 몸통의 폭이 두드러진다.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절개선과 넓은 소매, 골반을 덮는 밑단이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후드가 등 위쪽에 놓이고 몸통은 허리에서 크게 조이지 않은 채 내려온다.

레인웨어의 후드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기능을 갖는다. 머리를 감싸 외부의 비와 바람에 노출되는 범위를 줄이며, 목 주변의 칼라와 연결돼 몸통 위쪽을 보호한다. 후드의 깊이와 얼굴을 감싸는 범위는 시야와 착용감에도 영향을 준다.

후드가 지나치게 크면 고개를 돌릴 때 주변을 보기 어려울 수 있고, 너무 작으면 머리와 목을 충분히 감싸기 어렵다. 도심에서 사용하는 외투는 실제 보행과 이동 중의 시야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 머리 위에서 시작된 아우터의 구조가 생활 속 움직임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여유로운 몸통은 안에 두꺼운 옷을 겹쳐 입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기온이 높을 때는 얇은 상의를 입고, 쌀쌀할 때는 니트나 후드티를 더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몸통의 크기가 지나치게 넓으면 바람이 안쪽으로 들어오기 쉬우므로 밑단과 소매의 조임 구조도 착용감을 좌우한다.

긴 레인코트와 달리 골반 부근에서 끝나는 재킷은 다리를 움직이는 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계단을 오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긴 외투의 밑단을 정리할 필요가 적다. 반면 허벅지까지 가리는 긴 코트에 비해 하체를 덮는 면적은 줄어든다. 아우터의 길이에 따라 움직임과 신체를 감싸는 범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선명한 블루 패딩의 어깨에 갈색 패널을 결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밝은 이너웨어와 짙은 데님 팬츠, 작은 흰색 가방을 조합했다. 수평으로 나뉜 패딩의 충전 구조와 어깨의 소재 대비가 특징이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선명한 블루 패딩의 어깨에 갈색 패널을 결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밝은 이너웨어와 짙은 데님 팬츠, 작은 흰색 가방을 조합했다. 수평으로 나뉜 패딩의 충전 구조와 어깨의 소재 대비가 특징이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파란색 패딩은 갈색 어깨 패널과 몸통의 선명한 블루 색상이 구분된다. 가슴부터 밑단까지 수평으로 나뉜 충전 구조가 이어지고, 몸통은 허리 부근에서 끝난다. 안쪽에는 밝은 색상의 상의를 입고 하의에는 짙은 데님 팬츠를 조합했다.

루이비통은 블루 나일론 패딩의 어깨에 모노그램을 음각으로 처리한 가죽 패널을 적용했다. 매끄러운 나일론과 갈색 가죽이 서로 다른 질감을 이루며, 어깨 부분이 몸통과 구별된다. 1980년대 작업복에서 가져온 소재의 조합을 패딩에 적용한 구성이다.

패딩은 충전재를 이용해 보온성을 확보하는 의류다. 충전재가 들어간 부분은 부피가 생기고, 일정한 간격으로 봉제한 선은 충전재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외관을 나눈다. 가로 방향의 선이 반복되면 몸통의 폭이 강조될 수 있고, 충전재의 두께에 따라 어깨와 가슴의 윤곽도 달라진다.

갈색 어깨 패널은 파란색 패딩의 몸통과 시각적인 차이를 만든다. 어깨를 따라 다른 색이 놓이면서 상체 윗부분의 폭이 강조되고, 패딩의 수평적인 충전 구조는 몸통의 부피를 드러낸다. 모노그램을 크게 인쇄하기보다 가죽의 표면에 음각으로 처리한 부분도 일반적인 나일론 패딩과 구별된다.

어깨가 좁고 상체가 가는 사람은 어깨에 다른 색상과 소재를 배치한 아우터를 활용해 상체의 폭을 넓혀 보일 수 있다. 어깨가 넓은 사람에게는 패널의 실제 폭과 소매가 시작되는 위치가 중요하다. 가죽 패널이 어깨 끝까지 넓게 퍼지면 상체가 더욱 커 보일 수 있다.

짧은 패딩 아래로 이어지는 짙은 데님 팬츠는 상체와 하체의 색상을 구분한다. 선명한 블루 아우터가 시선을 위쪽으로 모으고, 어두운 팬츠는 다리의 윤곽을 상대적으로 간결하게 정리한다. 넉넉한 하의를 함께 착용하더라도 상의의 길이가 짧아 허리 부근에서 비례가 나뉜다.

패딩이 2027 SS 컬렉션에 포함됐다고 해서 여름철 한낮에 두꺼운 아우터를 착용하는 상황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 봄의 낮은 기온과 여름철의 일교차, 서로 다른 기후를 오가는 여행에서는 보온용 외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계절을 하나의 기온으로만 구분하지 않은 옷장 구성이다.

컬렉션에는 패딩 코트를 미니 모노그램 자카드(mini-Monogram jacquard)로 직조한 테일러링 소재와 결합한 의류도 포함됐다. 패딩의 충전 구조와 수트에서 사용하는 직물의 외관을 연결하면서 겨울용 아우터에서 익숙한 소재와 형태에 변화를 줬다.

패딩의 부피와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두꺼운 충전 구조가 눈에 띄더라도 실제 보온성은 충전재의 종류와 양, 외피의 공기 투과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가죽 패널이나 자카드 직물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방수·방풍 성능을 직접 설명하지는 않는다. 기능성을 가진 아우터에서는 소재의 장식적 가치와 실제 착용 성능을 구분해 선택해야 한다.

주황색 재킷과 같은 색상의 팬츠를 조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밝은 이너웨어와 검은색 신발, 갈색 가방을 더했다. 상하의의 색상을 통일한 작업복 형태에 넉넉한 실루엣을 적용했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주황색 재킷과 같은 색상의 팬츠를 조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밝은 이너웨어와 검은색 신발, 갈색 가방을 더했다. 상하의의 색상을 통일한 작업복 형태에 넉넉한 실루엣을 적용했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주황색 재킷과 팬츠는 비슷한 색상으로 연결돼 한 벌의 작업복처럼 구성됐다. 재킷은 골반 위쪽에서 끝나고, 팬츠는 넓은 바지통을 유지한 채 신발 위로 내려온다. 안쪽에는 밝은 상의를 입고, 갈색 가방과 검은색 신발로 색상 차이를 만들었다.

워크웨어에서 재킷과 팬츠를 같은 색상으로 맞추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작업복은 기능에 따라 여러 주머니와 튼튼한 여밈 구조를 갖추고, 움직임에 필요한 여유를 확보한다. 재킷과 팬츠를 한 벌로 구성하면 작업 현장에서 동일한 복장 규정을 유지하기도 쉽다.

루이비통은 이러한 작업복의 형태에 선명한 색상과 넉넉한 바지통을 적용했다. 재킷과 팬츠의 색을 연결하면서도 두 제품의 길이와 폭은 다르게 구성했다. 허리에서 재킷이 끝나고 팬츠가 아래로 길게 이어져 상체와 하체의 비례가 구분된다.

주황색은 넓은 면적에 사용될수록 강한 존재감을 갖는다. 같은 색상의 상하의를 함께 착용하면 전체적인 색상은 통일되지만 얼굴과 손, 신발 등 의복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과의 대비가 커진다. 밝은 이너웨어는 목 아래에서 작은 색상 변화를 만들고, 갈색 가방은 주황색과 가까운 따뜻한 색감으로 연결된다.

상하의를 선명한 색으로 맞추는 스타일은 색채 대비를 즐기거나 여유로운 스트리트웨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평소 뉴트럴 톤의 옷을 주로 입는 사람은 재킷과 팬츠 가운데 한쪽만 선택해 기존 옷과 조합할 수 있다. 주황색 재킷에는 짙은 데님이나 검은색 팬츠를, 주황색 팬츠에는 차콜이나 아이보리 상의를 조합하면 색상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다.

넓은 팬츠는 허벅지와 종아리의 윤곽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하체가 발달한 사람은 바지통의 여유를 활용할 수 있지만 밑단이 신발 위에 많이 쌓이면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다. 키가 아담한 사람은 허리 위치를 높이고 밑단 길이를 조절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오렌지 계열의 작업복은 기능성 의류와 패션 사이에서 다른 역할을 갖는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작업복의 색상이 안전이나 식별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컬렉션의 선명한 색상만으로 안전 인증이나 고가시성 기능을 갖췄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루이비통은 작업복의 구조와 강한 색상을 남성복의 조형적 요소로 활용했다.

짙은 네이비 패딩에 브라운 계열의 가슴 패널과 높은 칼라를 적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어두운 팬츠와 검은색 신발을 조합해 전체 색상을 절제하고, 상체의 소재와 형태에 변화를 줬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짙은 네이비 패딩에 브라운 계열의 가슴 패널과 높은 칼라를 적용한 루이비통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 어두운 팬츠와 검은색 신발을 조합해 전체 색상을 절제하고, 상체의 소재와 형태에 변화를 줬다. 사진=Louis Vuitton·Sarah Blais.

짙은 네이비 패딩은 가슴 부근에 갈색 계열의 패널을 배치하고, 목 주변에는 높은 칼라를 세웠다. 재킷은 허리 부근에서 끝나며 소매와 몸통에는 두께감 있는 충전 구조가 이어진다. 넓은 팬츠와 검은색 신발을 조합해 전체적인 색상을 어둡게 유지했다.

선명한 블루 패딩이 색상 대비를 강조했다면 네이비 패딩은 비슷한 명도의 색상 사이에서 소재의 차이를 드러낸다. 갈색 패널은 가슴 주변에 시선을 모으지만 전체적인 착장의 인상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패딩의 부피는 유지하면서 색상에 따른 부담을 줄인 구성이다.

높은 칼라는 겨울용 아우터와 레인웨어에서 모두 사용되는 구조다. 목 주변을 감싸 차가운 바람의 유입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지퍼를 여닫는 정도에 따라 얼굴과 목의 노출 범위가 달라진다. 칼라가 높을수록 목이 짧은 사람에게는 얼굴과 어깨 사이의 간격이 좁아 보일 수 있어 목 주변의 여유를 고려해야 한다.

어두운 패딩과 넓은 팬츠의 조합은 색채가 강한 작업복보다 일상적인 옷차림에 적용하기 쉽다. 그러나 재킷과 팬츠가 모두 넉넉하면 몸의 실제 윤곽보다 의복의 부피가 먼저 드러난다. 허리선과 재킷의 밑단, 팬츠의 폭을 조절해야 전체적인 비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루이비통은 아우터를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구조도 컬렉션에 포함했다. 앞주머니 안으로 접어 넣을 수 있는 플리스 블루종(packable fleece blouson)처럼 휴대성을 고려한 의류가 대표적이다. 기온이 달라지는 지역을 이동하거나 짐의 부피를 줄여야 할 때 옷을 보관하는 방식까지 고려한 구성이다.

플리스는 부드러운 표면과 보온용 공기층을 활용하는 소재로 널리 쓰인다. 외투나 중간 보온층으로 착용할 수 있지만 바람을 막는 능력은 소재의 밀도와 외피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접어서 수납할 수 있다는 기능도 반드시 방수 성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면으로 입는 니트웨어와 보관이 가능한 블루종, 짧은 베스트와 두꺼운 패딩은 모두 변화하는 환경에서 옷의 쓰임을 넓히려는 구성이다. 그러나 한 벌의 옷으로 모든 날씨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한 비를 막는 외피와 낮은 기온에 대응하는 보온층, 가볍게 걸치는 일상용 재킷은 각각 필요한 기능이 다르다.

2027 SS 남성 프리 컬렉션은 이러한 차이를 여러 종류의 아우터로 풀어냈다. 노란색 레인 재킷은 후드와 외피의 구조를, 주황색 베스트는 소매 없는 몸통과 짧은 길이를, 블루 패딩은 충전재의 부피와 어깨 패널의 소재 대비를 강조한다. 오렌지색 작업복과 짙은 네이비 패딩에서는 색상의 범위와 의복의 크기를 달리했다.

남성복에서 기능성과 정장을 결합하는 흐름은 여러 시즌에 걸쳐 이어져 왔다. 스포츠웨어와 작업복의 넉넉한 구조를 일상복에 활용하고, 기능성 소재를 코트나 수트와 조합하는 방식이다. 루이비통은 2027 SS 프리 컬렉션에서 이동과 날씨라는 주제를 적용해 이러한 요소를 하나의 남성복 구성으로 묶었다.

서로 다른 기후를 오가는 여행자에게는 옷의 무게와 부피, 겹쳐 입는 방식이 중요하다. 도심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은 이동 중의 착용감과 실내외 온도 차이, 기존 옷과의 조화를 더 많이 고려하게 된다. 같은 패딩이나 레인 재킷도 실제로 입는 장소와 활동량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옷의 기능만큼 신체 비례도 영향을 준다. 짧은 베스트는 상체에 부피를 더하면서 허리 위치를 드러내고, 긴소매 레인 재킷은 어깨와 팔을 넉넉하게 감싼다. 패딩은 충전재가 만드는 부피와 색상 패널의 위치에 따라 상체의 폭이 달라 보인다. 넓은 팬츠와 두꺼운 신발을 함께 착용할 때는 밑단과 신발이 만나는 길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퍼렐 윌리엄스의 'Whatever the Weather'에는 코팅 캔버스와 스웨이드, 가죽과 나일론, 플리스 등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가 사용됐다. 작업복과 레인웨어에서 가져온 구조에 선명한 색상과 모노그램 패턴, 여유로운 실루엣을 결합했다. 의복의 형태를 통해 날씨에 대응하는 기능을 다루면서도 소재의 외관과 실제 성능에는 차이를 남겼다.

봄·여름 컬렉션에 패딩이 포함되고 레인 재킷 아래에 반바지를 입는 구성은 계절별 옷차림의 경계가 달라진 남성복을 담고 있다. 보온을 위한 패딩과 비를 고려한 외투, 가볍게 걸치는 베스트는 각각 다른 조건에서 활용된다. 루이비통의 2027 SS 프리 컬렉션은 날씨가 바뀔 때 옷을 바꿔 입는 일상에서 출발해 기능성 의류와 작업복, 도시의 남성복을 함께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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