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천도교·성공회, “민주주의의 질서 안에서 새로운 길을”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직후 발표된 종교계 담화, 국민 통합과 치유 강조
[KtN 신미희기자]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리며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 초유의 정치적 결정에 종교계는 신속하면서도 무게 있는 입장을 내놓았다. 각 종단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기조 아래, 이제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통합과 회복, 치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았다.
“불행한 역사, 그러나 민주주의의 시간”…헌재 결정에 담담한 천주교
가장 먼저 입장을 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용훈 의장은 “불행한 역사의 한 면을 써야 하는 마음 아픈 시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법의 시간은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새 대통령을 잘 선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분노 아닌 용서”…조계종 “민주주의 작동 증거”
대한불교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은 담화문에서 “이는 법과 제도에 따른 최종적 판단으로, 헌법과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와 대결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과 공동체를 위한 양보와 용서”라며 “국민들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민주질서를 지켜나가자”고 호소했다.
“복음은 욕설과 비방을 허락하지 않는다”…개신교, 구조 개편 촉구
한국교회총연합은 “탄핵과 극단적 대립은 대통령중심제 권력 집중의 결과”라며 “권력구조 개편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교인들에게는 “정치에 자유롭게 참여하되, 복음에 합당한 말과 행동을 하라”고 강조하며, 신앙의 품격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대통령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정치권은 선동을 멈추고 대화의 정치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갈라진 마음 회복해야”…원불교·천도교·성공회, 공동체적 치유 강조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운 결정”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만을 바라보며 반성과 자성의 시간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천도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해졌다”고 평가하며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대한성공회 박동신 의장주교는 “지금은 하나 됨과 회복을 위한 기도의 시간”이라며 “이번 결정을 혼란을 지나 새로운 길을 찾는 이정표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찬반을 넘어”…NCCK “겸허한 수용과 민주주의 회복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행 목사는 “이제 대한민국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 정의로운 회복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치권은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적 신뢰 회복에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찬반 입장을 떠나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의 시선|‘정치’를 말한 종교, ‘치유’를 말한 공동체
이번 종교계의 일제 담화는 단지 정치적 반응이 아닌,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윤리를 다시 일깨우는 메시지로 읽힌다. 각 종단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입장을 내면서도,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통합과 평화를 강조했다.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종교가 수행하는 공적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번 선언들은 분열을 넘어 회복으로 가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자 사회적 신호로서 기록될 것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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