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최기형기자] 윤석열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되면서, 그가 남긴 국정 기록에 대한 법적 권한은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이 권한은 단순한 행정적 승계가 아니라, 한국 헌정사에 남을 윤리적 결단이자, 법적 책임을 동반한 기로에 서 있다. 한덕수가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무엇을 봉인할 것인가에 따라, 그 선택은 내란 증거의 보존이 될 수도, 은닉이 될 수도 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퇴임 전 주요 기록을 ‘지정기록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해당 기록은 최대 30년간 비공개된다. 윤석열의 파면 이후 이 권한은 한덕수에게 이양되었고,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행정적 도장이 아닌, 역사적 판단이다.
문제는 이 지정권이 지금처럼 ‘내란 혐의가 확정된 대통령의 기록’을 둘러싼 맥락에서 행사될 경우, 그 자체가 증거 은폐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포함해,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 주요 인사 내정 기록, 김건희 관련 문건, 심지어 불법 선거개입 의혹까지 이 모든 국정의 흔적이 지정기록물이라는 이름으로 봉인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처리가 아니라 내란의 증거를 잠그는 행위로 직결된다.
한덕수 대행은 권한대행이라는 위치에 있다. 본래는 위기 국면에서 최소한의 통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형 체제’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이상을 요구받고 있다. 내란 혐의자의 기록을 투명하게 다룰 것인가, 아니면 조용히 덮을 것인가 이 선택은 한덕수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현 체제가 어떤 윤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시험대다.
더 심각한 의심은 대통령기록관장에 윤석열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내정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 인사가 기록물을 어떤 방향으로 분류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둘러싼 우려는, 단지 공직의 중립성 논란을 넘어, 조직적 은폐 기획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이 조합은 정치적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윤석열의 현재 신분은 단순한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내란 우두머리’라는 형사 피의자다. 그런 인물의 기록에 대해 수사기관이 접근할 수 없도록 지정봉인을 한다면, 그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증거를 보존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 최고위 행정책임자가 증거를 은닉한다면, 그 자체로 내란의 방조자이자 공범이 될 수 있다.
법과 헌정질서를 존중하는 것, 그것은 위기를 조용히 넘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스럽더라도 기록을 공개하고, 진실을 드러내며,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졌고 다시 복원되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그 책임이 지금 한덕수 권한대행의 책상 위에 있다.
우리는 한덕수에게 묻는다. 내란의 기록을 봉인하겠는가, 아니면 보존하겠는가. 그 선택은 한덕수가 ‘관리형 권한대행’에 머무를 것인가, 혹은 내란 정치의 마지막 공범으로 남을 것인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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