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교체 명분을 확보했지만 구조적 비전은 부족

 

[KtN 최기형기자] 오는 6월 3일,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중대한 정치적 시험대를 마주하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과 헌정질서 파괴 사태 이후 처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권력 이양을 넘어,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 시스템 복원의 본질적 과제를 동반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를 국가 정상화의 기회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전개되는 선거 구도는 여전히 권력 재편의 구심점에 갇혀 있다. 선거의 절박성은 드러나지만, 정치의 방향성은 실종된 상태다. 권력을 누가 가질 것인가에만 집중한 선거는,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를 유보시키고 있다.

민주당, 정권교체 명분을 확보했지만 구조적 비전은 부족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헌정 수호의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란 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주체로서의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절반씩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확정했다. 신속한 절차 진행 속에서도 참여의 폭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란세력에 대한 ‘단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정 파괴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구호는 대중적 지지를 얻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정권을 획득한 이후의 운영 능력을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권교체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국가를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헌정 수호의 명분이 강할수록 통치 철학의 실체는 더욱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 담론은 상징적 언어에 집중되어 있으며, 현실정치의 설계 능력에 대한 검증은 뒷순위로 밀려 있다.

국민의힘, 정통성 위기 속 출마 논란까지 자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내란 혐의로 인해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1호 당원이 형사 피고인이 된 정당이 또다시 대통령 후보를 내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헌법상 권한대행의 지위에 있는 공직자가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은 헌정 원리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행정 권한을 행사하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가 선거에 직접 나선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덕수 총리는 이미 헌법재판관 지명, 대정부질문 불출석 등 여러 행보를 통해 위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출마 가능성을 명확히 부인하지 않는 태도는 권한대행 체제 자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내부의 전략 부재를 더욱 드러내고 있다.

내란은 끝났지만 정치의 위기는 여전히 지속 중

12.3 사태는 특정 정치 세력의 일탈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 전반이 무력화된 결과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극단적 대립과 권력 독점 구조를 그대로 방치했다. 내란은 헌법기관 간 균형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구조적 파열의 결과라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의 방식 자체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은 내란 이후의 복원을 위한 제도 개혁이나 정치 문화의 전환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피하고 있다. 정치적 응징과 보복의 언어가 다시 정국을 지배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설계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권력 교체를 위한 프레임은 선명하지만, 정치를 복원할 메커니즘은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대선, 권력 이양을 넘어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어야

이번 대선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정치적 위기 이후 어떤 방식으로 체제를 재정립할 것인지, 정당과 제도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중대한 갈림길이다. 권력을 쥐는 것이 정치의 목표가 아니라, 그 권력을 어떤 철학과 시스템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국민은 정치가 감정에 호소하는 단기적 선동이 아니라,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설계 능력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 내란이 끝났다는 선언만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주체만 단죄하는 것으로는 정치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는 다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증명을 보여주는 선거가 바로 이번 대선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