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설, 권력 사유화 논란의 결정판

 

[KtN 최기형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권력 공백’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헌법이 정한 권한대행 체제는 국가 운영의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그 체제는 정치적 신뢰의 회복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불안과 갈등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그 행보는 본질적으로 ‘관리형 리더십’을 넘어선 정치 행위로 확장되고 있다. 위헌 논란, 정치적 월권, 대선 출마설까지 겹치면서 권한대행 체제는 헌정 안정이 아니라 정치적 혼란의 변수가 되고 있다.

헌법적 질서 회복이 아닌 권력 확장의 무대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정 질서 유지를 위한 임시적 조치다. 권한대행은 새로운 국가 운영 비전을 설계하거나 정치적 권력을 확대하는 자리가 아니라, 체제 복원과 선거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관리자의 위치다.

그럼에도 한덕수 총리는 국정 전반에 걸쳐 전면적 권한 행사를 지속해왔다. 대정부질문 불출석, 헌법재판관 지명, 통상 협상 개입 등 주요 사안에서 헌법적 한계를 넘어선 행동을 보이며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권한대행의 월권 논란을 증폭시켰다.

정치적 중립성의 핵심은 권한을 자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는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헌법이 허용한 권한대행 체제의 본래 취지와는 근본적으로 어긋난 행태다.

[정치 트렌드②] 권력 공백의 역설, ‘한덕수 체제’가 드러낸 정치의 취약성  사진=2025 04.1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 트렌드②] 권력 공백의 역설, ‘한덕수 체제’가 드러낸 정치의 취약성  사진=2025 04.1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선 출마설, 권력 사유화 논란의 결정판

한덕수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극대화하는 요인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임시 리더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모색하는 행위는 국민 통합과 국가 정상화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모습이다.

헌법학계는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자체가 법적 금지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정치적 도의와 헌정 원리, 공직윤리의 관점에서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력의 관리자가 스스로 권력의 주체가 되기 위해 국정을 활용하는 행위는 정치적 신뢰를 급격히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국정을 운영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장하는 방식은 권력 사유화 논란의 핵심적 근거가 되고 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관리형 리더십의 본질이 무너진다면, 권한대행 체제는 체제 복원 수단이 아니라 체제 위기의 새로운 근원이 될 수 있다.

권한대행 체제의 근본적 한계와 정치 구조의 실패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는 헌법에 규정된 합법적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철저히 정치 문화와 공직윤리에 의해 결정된다. 법의 규정만으로는 권력 행사 방식의 적절성을 보장할 수 없다.

한덕수 체제의 위기 본질은 법적 권한의 한계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 자체의 실패에 가깝다. 공직자의 윤리적 자기 절제, 정당 간 정치적 견제, 국가 운영의 상식적 관행이 무너졌을 때 권한대행 체제는 그 본래 목적을 잃게 된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덕수 총리를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하는 상황은, 정당정치가 정당성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정권 파면 이후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권력 확보로 나아가려는 행태는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 부실을 드러낸다.

정치적 자제와 절제 없이는 국가 정상화 불가능

권한대행 체제는 헌정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체제다. 그러나 그 체제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권한 행사의 자제와 정치적 절제가 필수적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치의 책임 윤리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정상화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덕수 총리가 진정으로 국가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직자의 책임윤리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는 내란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헌정질서의 복원은 정치 시스템 자체를 복원하는 작업과 같다.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의 문제다.

6.3 대선은 이 같은 국가 정상화의 진정성을 국민 앞에 증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와 위헌 논란은 정치 시스템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숙제이며, 그 해답 없이는 새로운 권력 교체조차 또 다른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