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정치의 ‘헌정 탈선’
[KtN 최기형기자]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전례 없는 정치적 진공을 통과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국정 운영의 책임은 ‘임명직 권한대행’이라는 헌정상 예외 규정에 의해 위임되었다. 그러나 ‘예외’는 곧 ‘위헌’으로 전락했고, 국정의 중심은 대의성과 정당성을 모두 잃은 권한대행의 야망 아래 기형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국가적 충격 이후 사실상 단독 집권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외교, 안보, 통상, 인사 전면에서 “대통령의 권한”이라 명시된 기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까지 단행하며 국정의 모든 칼자루를 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민주적 정당성을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위임도, 선출된 권력의 동의도 없이 시작된 이 체제는 “권한 없는 권력”이라는 근본적 모순 위에 놓여 있다.
권한대행 정치의 ‘헌정 탈선’
한덕수는 최근 헌법재판소 재판관 2인을 지명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권 남용을 넘어, 헌법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월권 행위로 평가된다. 헌법학계, 법제처, 국회 입법조사처 모두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임시직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한덕수는 “지명을 발표했을 뿐, 지명은 아니다”라는 기만적 화법으로 여론을 조롱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모든 인사와 행정이 ‘대선 출마’라는 사적 정치 목적을 향해 수렴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은성 인사, 권력 지형 포석, 알박기식 공공기관 임원 교체 등은 하나같이 “출마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능하고 있다. 헌법적 공백 상태를 자신의 정치적 캠프처럼 전용하며, 권한대행 체제를 일종의 ‘사전 권력 장악 기간’으로 전락시키는 셈이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덕수의 움직임은 명확한 흐름을 보인다. 4월 초 발표된 101건의 공공기관장 모집 공고는 이미 ‘선거 대비 인맥 포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2.3 내란 이후 내각이 전면 개편되기 전, 헌법 재편기 동안 최대한 영향력을 선점하고, 이후 출마 명분과 정치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통상외교와 추경까지 ‘출마용’
한덕수 체제의 또 다른 특징은 ‘국정 운영의 정치화’다. 통상외교, 경제정책, 추경안 편성 모두가 대선용 전략의 일환으로 동원되고 있다.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은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전문가 평가에도 불구하고, 섣부르게 협상에 착수했다. 외교적 고도의 전략보다는 “통상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여론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과 민주당이 “최소 15~20조 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찔끔 추경’으로 상징되는 미봉책에 머물렀다. 정치적 명분을 쌓기 위한 수치 맞추기에 불과한 예산이 국민 경제의 회복과는 거리가 먼 ‘대선용 생색내기’로 귀결되고 있다.
이처럼 한덕수 체제에서 정책은 ‘기능적 필요’보다 ‘이미지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실질적 민생 회복이나 거시경제 안정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헌정 질서 회복의 시작은 ‘권한대행 종료’로부터
대한민국 정치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헌법이 허용한 임시 체제, 즉 권한대행 체제가 “실질적 권력”으로 오용되는 비상상황을 종료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당 간 이념 문제도, 정권 교체 여부도 아닌 ‘헌정 회복’이라는 헌법의 근본 명제와 관련된 문제다.
대통령 파면 이후 국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시적 제도였던 권한대행이, 어느 순간 대선 출마의 교두보로 전환되었고, 이는 현재의 정치 위기를 구조화하고 있다. 대선 일정이 가시권에 들어선 지금, 대의성 없는 권한이 독점되면 독점될수록, 선거와 민주주의의 공정성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국회는 즉각 한덕수 권한대행의 월권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와 사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며, 헌재는 권한대행의 고유권한 초과행사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단호히 판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덕수의 출마 여부가 아니라, ‘헌정 질서의 복원’이다. 권력의 공백기를 사익의 창구로 전용하는 무책임한 정치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권한 없는 권력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파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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