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리더십의 정당성은 책임성과 품격에서 비롯된다

 

[KtN 최기형기자] 정책 실패는 통계로 포장되었고, 고통받는 시민의 삶은 숫자 너머로 사라졌다. 책임은 회피되고, 정권 말기 행정부는 마치 성과를 남긴 듯 말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현실은 ‘성적표’보다 훨씬 더 참담하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불균형과 신뢰 위기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 국민의 삶을 압박하는 고물가, 100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 연체율 상승과 실질 임금 하락, 저출생과 소비 침체. 이 모든 경제지표의 뒤편에는 ‘수치의 마법’이 아닌 현실의 고통이 도사리고 있다. 그 중심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과를 자화자찬했다. 물가 안정, 가계부채 비율 감소, 소득 지표 개선, 출생률 반등까지 성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질 경제와는 유리된 통계 착시에 불과했다.

고물가의 고착화: '안정'이라는 표현의 착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었다는 정부 발표는 실제 장바구니 물가와 괴리되어 있다. 명목 물가는 더 이상 급등하고 있지 않지만, 식품·생필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안정’이라는 표현은 가격 상승이 멈췄다는 의미일 뿐,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기대와 신뢰를 반영한다. 인위적으로 조정된 수치가 국민의 지출을 바꾸지는 못한다. 공급망 위기와 에너지 비용 증가, 부동산·임대료 상승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실질 구매력은 하락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제 지표는 정책의 정당성보다, 정권의 자기 보존을 위한 수단에 가깝다.

세수 결손과 재정 붕괴: 책임의 전가, 대응의 실종

2024년 기준 100조 원에 달한 세수 결손은 한국 재정사에서 유례없는 수준이다. 경기 예측 실패, 감세 정책, 자산시장 침체 등이 중첩되면서 발생한 구조적 재정 붕괴였지만,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왔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일부 재정을 보완하려 했지만, 12조 원 규모의 보완재정으로는 구조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 재정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취약계층의 복지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다. 민생을 위한 확장 재정은커녕,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지역화폐 확대나 직접 소비 진작 정책은 일회성 현금성 보조보다 높은 승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해왔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지방재정 지원을 축소하면서도, 대형 SOC 사업과 군사비 증액에는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통계의 왜곡, 정책의 부재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졌다는 발표는 국제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착시에서 비롯되었다. 약관대출을 통계에서 제외하면서 수치상 부채비율은 하락했지만, 실질 연체율은 증가하고 있다. ‘빚이 줄었다’는 설명이 현실에서는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소득 지표 개선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고소득층의 점유율 하락이 통계상의 평균값을 끌어내렸을 뿐,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청년·노년층에서의 비정규직 증가와 노동시장 이탈은 소득불균형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생률 반등 역시 정부 정책의 효과와는 무관하다. 2024년 반등한 출생아 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일시적 반동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기적 저출생 흐름을 전환할 만큼의 인센티브, 주거 안정, 돌봄 정책은 여전히 부실하거나 미흡한 상태다.

최상목 “휴대폰 바꾼 적 없다”… 5분 뒤 위증 인정한 청문회 현장 [영상] 사진=2025 04.16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저 앞에 앉아있는 이완규 법제처장도 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다 증거인멸 아니냐”며 “최상목 경제부총리, 휴대전화 교체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최 부총리는 단호히 “없다”고 답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상목 “휴대폰 바꾼 적 없다”… 5분 뒤 위증 인정한 청문회 현장 [영상] 사진=2025 04.16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저 앞에 앉아있는 이완규 법제처장도 계엄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다 증거인멸 아니냐”며 “최상목 경제부총리, 휴대전화 교체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최 부총리는 단호히 “없다”고 답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책임 없는 리더십이 낳은 ‘신뢰의 공백’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내란 사태 이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정책의 실패뿐 아니라, 거짓 해명과 불성실한 국회 출석 태도는 정책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거듭된 출석 거부와 탄핵 청문회에서의 위증은 고위 공직자로서의 책임윤리를 완전히 상실한 행위로 평가된다.

경제정책은 수치로 설계되지만, 정치는 신뢰로 유지된다. 재정의 추락과 소비의 침체, 정책 수단의 실종은 모두 하나의 결과로 수렴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십은 경제를 단기 지표로만 해석하며, 구조적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리더십의 정당성은 책임성과 품격에서 비롯된다

국가경제는 단순한 숫자의 조합이 아니다. 성장률, 세수, 물가, 출산율은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의 반영이어야 한다. 최상목 부총리가 주도한 경제정책은 숫자와 현실의 괴리를 확대시켰고, 국민은 수치에 포함되지 않는 삶의 불안 속에 방치되었다.

책임 있는 경제 리더십은 오류를 인정하고, 위기를 분명히 설명하며,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설계하는 데서 출발한다. 현 체제는 이 기본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가계부채를 감추고, 통계 평균으로 불평등을 지우는 방식은 경제를 통치의 도구로 사용하는 전형적 방식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수치를 통한 자기기만이 아니라, 정직한 진단과 책임 있는 구조 개혁이다. 경제는 사회의 거울이고, 정치는 거울을 응시할 용기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바로 그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