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링이 만들어낸 감정의 심도와 시장성

[KtN 박준식기자]남상운 작가의 작업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깊보다 더 깊은 색이다. 표면을 바라보는 행위만으로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구조가 감정을 밀도 있게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상운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레이어링 기법은 단순한 숙련의 결과가 아니다. 시간성, 감정의 잔향, 기억의 퇴적을 회화적으로 번역하는 방식이다.

유화라는 매체는 본래 시간과 함께 숙성되는 특성이 있다. 남상운 작가는 바로 그 시간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한 번의 붓질이 말라가는 동안 또 한 겹의 시간이 더해진다.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감정과 의식이 응고되고, 마침내 장면보다 감정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회화가 탄생한다.

표면은 투명에 가깝게 정제되어 있으나, 그 아래는 무수한 선택의 흔적이 쌓여 있다. 보는 이가 작품 앞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안정적으로 다져진 감정의 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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