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의 역설: 법의 명분과 정치의 구조가 충돌한 순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사진=2025 05.01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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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최기형기자] 2025년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항소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형식은 법리 오해에 대한 교정으로 요약되지만, 실질은 사법 판단이 정치 질서에 개입한 구조적 분기점으로 작동했다.

조재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한 시점은 사건 접수 후 불과 25일 만이었다. 판결은 접수 후 34일 만에 선고됐다. 통상 수개월 이상을 요하는 전합 사건 절차를 압축한 전례는 드물다. 속도는 사법부가 판단의 명료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선택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치와 선거, 형사 책임이 교차하는 고위험 영역에서는 속도 자체가 판결의 메시지를 덮을 수 없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적용 범위를 다시 설계하는 해석적 개입이기도 했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에 대한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은 2심에서 모두 의견의 영역으로 판단됐지만, 대법원은 이를 ‘허위 공표일 수 있다’는 관점으로 되돌렸다. 이와 같은 판단의 전환은 단지 법리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재정립하겠다는 구조적 메시지로 읽힌다.

표현의 자유와 고의성 판단 사이, 헌법적 균형이 흔들린 결정

형벌 법규는 엄격해야 하며, 피선거권 제한으로 직결되는 공직선거법의 경우 더욱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서울고등법원은 발언의 맥락과 고의성 부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법리 오해로 간주하며, 허위 여부와 선거 영향을 중심으로 다시 심리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고의’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사실상 하급심에 위임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유죄 가능성’을 제시한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는 법의 일반성이라는 원칙, 즉 모든 피고인에게 동일하게 작동해야 하는 법률의 보편성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을 향한 고의성 판단이 예외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면, 발언의 자유는 위축되고, 형벌의 자의성은 확대된다. 법이 선거 시점과 정치적 파급력에 따라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질 경우, 이는 사법의 공정성과 헌법 질서의 일관성을 동시에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파기환송이 구성한 정치적 구조: 대선 주자에 대한 사법적 경계선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을 다시 활성화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다.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무죄 판결이 파기되면서,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은 실질적 위협으로 재구성됐다.

이재명 후보의 형사적 리스크는 단순한 개인의 법적 지위를 넘어,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과 대선 국면의 동학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은 파기환송 직후부터 대선 후보 자격 논쟁에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은 사법적 결정이라는 외피를 쓰고, 정치 질서에 구조적 개입을 단행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논란이 아니다. 선거의 정당성과 유권자의 선택, 피선거권자의 자율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위에 사법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위치하는지를 다시 묻는 상황이다. 사법 판단이 정치 구조를 사실상 재편하는 기능을 수행할 때, 그 판단은 법률적 정당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헌법적 신뢰와 사회적 균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의 정당한 권한 행사였는가, 아니면 구조적 부담의 분산이었는가

대법원은 법률 해석을 통해 사회 질서를 정비할 수 있는 최고기관이며, 파기환송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결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과적 안정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판결이 시스템 내부에서 구조적 부담을 하급심에 넘기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이제 다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사법적 부담은 피고인의 개인적 명예, 정당의 정치적 전략, 유권자의 판단 구조에까지 확산되어 있다. 대법원은 ‘정의’를 회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합의가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를 강화했다.

사법 정의는 단지 법조문에 충실하다는 사실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사회가 해당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신뢰를 부여하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파기환송은 법적 형식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치적 구조에 깊숙이 관여한 이중적 기능을 띠고 있다.

사법의 중립성과 헌법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최종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구조적으로 형성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판결 이상의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피선거권, 법의 일반성은 사법부가 지켜야 할 기준이자, 사법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이유다.

파기환송은 기술적으로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술적 타당성이 정치적으로 예외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사법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현실 정치의 도구가 된다.

법이 정치를 판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판결이 정치의 한가운데를 설계하게 되는 순간, 법은 법으로서의 권위를 시험받는다. 이번 결정은 법률적 절차와 정치적 파장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고, 그 간극을 메우는 작업은 이제 다시 한국 사회 전체의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