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경제, 구조적 전환의 단면
[KtN 박준식기자] 2025년 1분기, 한국경제는 겉으로 보기엔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KDI가 5월 발간한 「경제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고, 제조업 생산도 5.3%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산업 간 성장동력의 불균형, 투자구조의 편중, 그리고 내수기반의 침식이라는 심각한 구조적 징후가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
반도체 한 축에 기댄 설비투자 반등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며 기지개를 켰다. 3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14.1%에 달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전년 대비 68.2%라는 이례적 수치를 보였다. 기계류 전반의 설비투자도 16.0% 증가하며 설비투자의 반등을 이끌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다. 산업별 평균가동률이 74.9%까지 상승했고, 제조업 출하도 전월 대비 0.9% 증가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회복이 생산활동 전반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흐름이 특정 업종, 그것도 반도체 단일 품목에 지나치게 집중되었다는 점은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KDI도 이번 보고서에서 “설비투자 개선은 반도체 관련 품목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설비투자 BSI는 장기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기업 전반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 부문의 이탈, ‘투자 양극화’의 신호탄
반면 건설 부문은 장기적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건설기성은 전년 대비 -14.7%를 기록했고, 1분기 건설투자 성장률은 -12.2%로 낙폭이 더욱 확대됐다. 건축·토목 부문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며 주택시장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건설업의 이탈은 투자 항목에서 단순한 하락이 아닌 경제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고용시장에서 건설업 종사자 수는 18만5천 명 감소했고, 내수와 직결되는 중간재 소비, 서비스 소비, 지역경제의 연쇄 파급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정책 대응의 한계도 분명하다. 기준금리 인하, 규제완화, 공공 발주 확대 등 수차례의 대응이 있었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착공 지연과 발주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 부문의 투자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공 중심의 부양정책은 ‘통계 착시’만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내수 기반의 침식과 잠재 성장률의 약화
2025년의 경제 흐름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내수 기반의 침식이다. 소비지표에서 확인되는 긍정적 신호는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국한되어 있으며, 서비스 소비는 숙박·음식, 교육, 문화여가 등 전방위 부문에서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소비 부진을 넘어 구조적 수요 부족의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가계의 소비여력은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정체 속에 줄어들고 있고, 정부가 주도하는 고용창출 정책은 한계효용에 다다르고 있다. 65세 이상 임시근로자 중심의 공공 일자리 확대로 총고용이 유지되고 있지만, 민간부문 고용은 정체되고 있으며 청년층 실업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고용, 소비, 투자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에서, 단기적 지표 회복만으로 실질 성장 회복을 진단하는 것은 위험한 낙관이다.
구조 전환기, 산업정책의 균형성과 대응 전략 요구돼
이번 분기의 경제 흐름은 분명한 트렌드를 제시한다. 제조업의 반등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성과이자 산업구조 고도화의 일면이지만, 건설과 내수의 동반 위축은 성장 기반의 양극화와 산업 간 불균형을 동시에 암시한다.
2020년대 중반의 한국경제는 더 이상 수출 중심 제조업 호황만으로 전체 성장을 견인할 수 없는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 반도체 하나에 기댄 회복은 언제든 외부 변수—글로벌 수요, 미중 기술전쟁, 환율 불안—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건설과 내수 기반의 침식은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
정부는 산업정책의 중심축을 ‘균형성’에 두어야 한다. 첨단산업 육성과 더불어 내수기반 재건,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구조의 정상화 없이는 회복은 지속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양극화된 투자 흐름’이 의미하는 구조적 분열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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