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경제, 구조적 전환의 단면
환율·금리의 이중 리스크, '불안정한 안정' 속 통화정책의 무력화
[KtN 박준식기자]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안정된 흐름처럼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2.1% 상승에 그치며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코스피도 변동성 속에서 2,5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이른바 ‘불안정한 안정’의 정체가 드러난다. 가격은 억눌려 있지만, 환율과 금리는 방향을 잃었고, 신용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는 심화되고 있다.
2025년 1분기 한국 금융시장은 표면적 안정 뒤에 내재된 취약성, 그리고 정책수단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국면이었다.
2%에 갇힌 물가, 구조 아닌 우연의 균형
4월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했다. 이 수치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근접하며 정책당국에는 일정한 성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은 구조적 요인이 아니라, 국제 유가 하락과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조정에 가깝다.
두바이유 가격은 2월 77.9달러에서 3월 72.5달러, 4월 67.7달러로 하락하며 석유류 물가(-1.7%)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반면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와 개인서비스 물가에 상방 압력을 더했다. 특히 보험서비스료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변경의 영향으로 15.1%에서 16.3%로 급등했고, 가공식품 가격도 4.1%까지 올랐다.
근원물가 또한 2.1%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는 수요 회복보다는 외부 요인과 정책 가격 조정의 결과에 가깝다. 내수 부진 속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요컨대 지금의 물가 안정은 구조적 균형이라기보다는 ‘위험요인이 잠시 멈춘 상태’에 불과하다.
환율과 금리, 갈 길 잃은 정책 신호
4월 원/달러 환율은 1,421원으로 전월 대비 3.5% 상승했다. 이는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이 중첩된 결과다. 동시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7%까지 하락해 시장은 경기 둔화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반응이 ‘예측 불가능한 이중 신호’를 만든다는 점이다. 환율은 오르고 금리는 내리는 현상은 통상적으로 자본 유출이나 외화 수급 악화의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 여지를 제한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자니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일 수 있고, 금리를 동결하자니 내수와 투자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
그 결과, 통화정책은 ‘움직이지 못하는 정책’이 되었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고, 금리선물과 채권시장 모두 단기 방향성을 상실했다.
신용시장은 버티고 있지만, 경고음은 들린다
CP 스프레드는 44bp로 장기 평균(43bp) 수준을 유지했고, CDS 프리미엄도 38.7에서 32.3으로 하락했다. 이 수치만 보면 신용시장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거시적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았을 뿐, 개별 경제주체의 재무 건전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은행 연체율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9%로 장기 평균(0.36%)의 두 배 수준이며, 가계신용대출 연체율도 0.82%로 상승 중이다. 저축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부터 연체 리스크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금융 불균형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의 안정적 지표는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은 ‘표면적 안정’과 ‘실물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구조의 위태로운 균형 상태다.
외형의 안정, 내용의 불안… 통화정책 재설계 필요
지금의 금융지표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정책 효과의 소진과 구조적 불균형의 누적이라는 점에서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2%대 물가 안정은 더 이상 안심의 신호가 아니다. 가격 통계 뒤편에는 고용 불안, 소비 침체, 투자 이탈, 그리고 고금리 장기화가 만들어낸 경제 내재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과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금융시장은 높은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리 조정 여부를 둘러싼 단순 논쟁이 아니라, 금융시장 구조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책 설계다.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예측가능한 정책 신호, 외환·금융 안정성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 체계, 그리고 물가만이 아니라 고용과 신용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통화정책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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