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경제, 구조적 전환의 단면
ICT 외 품목의 붕괴, 한국 무역의 새로운 취약점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라는 ‘한 줄기 빛’ 속에서 전반적인 구조적 쇠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5년 4월 수출 증가율은 3.7%를 기록하며 겉보기에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평균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은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이는 5.3% 증가를 기록한 지난달에 비해 명백한 둔화이며, 특히 미국 수출의 급감이 두드러진다.

이번 감소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이 본격적으로 수출 데이터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특정 품목을 넘어 수출산업 전반의 기초체력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방위 ‘감속’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은 여전히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평균 수출 기준으로 ICT 품목은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월 15.0%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이며, 그 외 품목은 사실상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ICT를 제외한 수출은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2.7% 감소했으며, 이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력 약화가 중첩된 결과로 분석된다.

제조업 생산이 반도체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CT 외 품목의 구조적 부진은 산업의 다각화 실패를 보여주는 지표다. 자동차, 철강, 기계류 등 전통 제조업 수출은 미국의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았고, 여타 시장에서도 수요 둔화가 지속되며 회복의 조짐은 미미하다.

對미국 수출 -10.6%, ‘정책 리스크’가 현실이 되다

수치로 보면 충격은 더욱 분명하다. 4월 對미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6%를 기록했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자동차는 -20.7%, 철강은 -11.6%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품목의 다른 국가 수출은 각각 15.0%와 -0.1%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미국 시장에서만 구조적 타격이 집중된 셈이다.

이번 관세 인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독자적 결정이었다. 즉, 양국 간 통상 규범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한국 산업계는 예측 불가능한 통상정책 변화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신통상질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보호주의의 실체를 드러낸다. 미중 갈등 속에서 동맹국인 한국도 무역의 예외지대로 간주되지 않으며, 통상환경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중대한 경고다.

수출중심 경제모델의 유효성 재검토 필요

이번 수출 지표는 한국의 전통적인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에 구조적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수출의 질적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되어 왔지만, 산업 다변화·시장 다변화는 지연되어 왔다. 그 결과, 특정 품목·특정 시장(미국·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외생 변수에 지나치게 취약한 시스템으로 고착되었다.

KDI도 이번 보고서에서 “ICT를 제외한 수출 품목 전반이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산업단의 문제만이 아닌, 외교와 경제정책의 연계성, 국익 중심 통상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통상이 ‘안보’가 된 시대의 한국 대응은

지금의 통상 리스크는 단순한 경기순환적 문제를 넘어선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패권 경쟁, 산업정책의 무기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서, 전통적 자유무역주의에 기대어 산업 생존을 논할 수 없는 구조에 접어들었다.

2025년의 수출 지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한국은 새로운 방식의 통상전략, 예측가능성과 정책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국제협력 아키텍처의 설계에 나서야 한다. 또한 산업 구조 전반의 내수기반 강화와 고부가가치 다변화를 위한 혁신 재정비가 시급하다.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지속가능성이다. 이번 수출 감소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마주한 구조적 경로의 위험성을 드러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