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경제, 구조적 전환의 단면
[KtN 박준식기자] 2025년 1분기, 한국의 소비지표는 겉보기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했고, 소비자심리지수는 두 달 연속 소폭 상승하며 93.8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치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은 하나다. ‘팔리는 건 자동차뿐’이라는 불균형, 그리고 구조적 소비 부진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효과의 착시, 지표를 왜곡하다
3월 소매판매 지표는 승용차 판매 증가가 대부분을 설명한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이어지며, 1~2월에 각각 10.1% 증가했던 승용차 판매는 3월에도 10.0%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로는 강한 반등이지만, 실상은 ‘정책 유도에 따른 특정 품목 집중 수요’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은 단 0.5%에 불과하다. 1분기 전체로는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2024년 3월의 소매판매가 -3.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반등은 ‘기저효과’의 착시를 포함한 지표에 불과하다.
KDI 역시 이 점을 지적한다. 보고서는 “소비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조짐은 있으나, 주요 서비스업 부진과 소비자심리 위축 등 소비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 소비의 침묵, 내수의 불안정성 확대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 서비스 소비는 전방위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3월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3.7%, 교육서비스업은 -1.3%,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은 -0.7% 감소했다. 이는 단기적 경기 요인을 넘어 팬데믹 이후 구조적으로 변화된 소비행태, 그리고 가계 여력의 근본적 약화를 반영한다.
서비스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고용과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파급을 주는 내수의 핵심이다. 그러나 고금리,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실질소득의 정체 속에서 가계의 ‘가치소비’가 강화되며 이른바 ‘축소 균형’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기준선 100을 한참 밑도는 93.8 수준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수치는 상승세지만, 여전히 위축된 경제심리를 말해주며, 민간소비 회복의 불확실성을 방증한다.
소비 회복 없는 경기 반등은 환상
내수의 회복 없는 경기 반등은 허상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수출과 설비투자라는 외부지향 성장축에 기댄 반면, 내수—특히 민간소비—는 경기 반등의 실질적 견인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소비지표의 문제는 단순한 수치보다 구조적 의미에 있다. 승용차 중심 소비가 정책 요인으로 반짝 증가했다는 점에서, 근본적 수요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더군다나 이러한 소비 편중은 사회·세대 간 소비력 격차를 확대하며, 중장기적으로 내수 기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이는 금리 정책이나 단기 부양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확대, 고용 안정성 강화, 지역 소비 인프라 확충,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 등 종합적 정책이 요구된다.
소비 없는 성장, 언제까지 가능한가
2025년의 소비 흐름은 단순한 경기지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내수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자동차만 팔리는 소비는 정상적인 경제 회복의 모습이 아니다. 정책으로 연장된 착시 속에 가려진 소비의 침식은, 장기적으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갉아먹는 리스크다.
이번 소비지표는 질문을 던진다. ‘팔리는 것이 있는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 기반이 살아있는가’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경제는, 일시적 반등이 끝난 후 훨씬 더 깊은 침체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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